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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가을방학 1.

in 그리스 크레타섬

by 독한촌닭

아빠가 참 많이 기대하던 가을방학이다. 여름방학에 나는 한국에 다녀왔고, 아빠는 여름성수기라 집에서 일만 하고 있었기에 아빠가 이번 가을방학은 제대로 놀아보겠다고 아주아주 벼르고 또 벼르고 있었다. 이번 가을방학은 그리스 크레타 섬으로 향한다. 공항에 가서 티켓팅을 하고 짐을 보내고 탑승게이트로 갔는데 작년 가을방학 때랑 똑같은 게이트여서 너무너무 신기했다. 작년엔 여기서 마요르카로 갔는데 올해는 크레타! 크레타는 아빠도 엄마도 나도 다 처음 가보는 곳이라서 설렜다. 비행기가 착륙하고 내려서 나는 화장실부터 급하게 찾아갔는데 화장실이 엄청 더럽고 낡고 냄새나고 게다가 변기커버도 없어서 너무 충격이었다. 그러고 가방 찾는 곳으로 갔는데 카트가 안보였다. 우리는 유모차, 카시트 두 개에 짐도 많아서 꼭 카트가 필요한데 아무리 찾아도 카트가 없는 거다. 엄마는 살다 살다 카트 없는 공항은 처음 본다고 한다. 짐을 이고 지고 나와서 렌터카를 찾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계속 전화 돌리고 우리는 담배냄새 맡으며 독일보다 따뜻한 크레타공기에 적응하며 기다렸다. 함부륵공항자판기에 물은 정확히 기억하진 않지만 4유로 넘었던 것 같은데 크레타공항자판기에는 대박 50센트였다!!!!

크레타 공항입구에서 렌트카 찾으며

너무 급하게 호텔을 예약을 해서 그런지 공항에서의 거리를 확인 못했는데 공항에서 호텔까지 두 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다. 이미 밤이라 밖은 아무것도 안 보이고 짐이 많아서 엄마랑 한 좌석에 나눠 앉아서 너무 힘들었다. 아주 늦게 호텔에 도착했는데 호텔에 수라라는 아줌마가 우리를 진짜 반갑게 맞이해 주셔서 마음이 풀렸다. 배도 엄청 고팠는데 먹을 곳도 먹을 것도 없어서 그냥 자러 갔다. 들갠지 똥갠지 계속 짖어대서 겨우 잠들었는데 새벽에는 또 닭들이 울어대서 일찍 눈을 떴다. 일어나 보니 창밖에 돌산이 보였다. 멋있었다. 얀네는 이런 돌산은 처음 본 건지 저게 뭐냐고 계속 물었다. 호텔이 조식포함이라 아침 먹으러 갈랬는데 호텔이모수라가 우리 방 부엌에 모든 음식들을 놔두고 우리가 직접 먹는 거였다. 아빠는 언제 어디서든 빵은 항상 아침에 갓 구운 걸로 사 오기에 아침부터 또 쇼핑을 나갔다. 근데 빵이 다 맛이 없게 생겼고 실제로도 다 맛이 없었다. 슈퍼에 파는 물건들은 내가 봐도 너무 비쌌다. 그냥 쨈 한 병에 6-7유로나 했다. 독일에선 2유로면산다. 여기는 물만 싼 건가... 호텔에 돌아와서 엄마가 계란프라이를 해줬는데 계란이 너무 싱싱하다는 거다, 그래서 수라한테 물어보니 뒤뜰에 키우는 닭이 낳은 알이라고 신선하다고 한다. 나는 계란 흰자만 먹는데 노른자가 너무 커서 그냥 싫었다. 엄마는 아침 먹은 것들을 정리하고 우리는 나가서 놀았는데 호텔이 작아서 호텔 같지도 않고 어린이호텔이라 자전거가 많아서 동생이랑 타고 놀았다. 엄마는 밥 안 차려 주고 알아서 차려먹고 알아서 치우게 해서 불편하지만 우리가 마음대로 방에서 나가서 놀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보통의 호텔은 엄마아빠 손잡고 문 잠그고 나가야 하는데 여긴 애들이 그냥 다 나와서 알아서 논다. 호텔을 나가는 출입문은 앱을 통해 열고 닫아야 해서 어린이는 혼자 나갈 수가 없었다. 룸이 7개뿐이고 Baby kind호텔이라 그런지 다 가족여행객이라 안전하기에 아이들은 다 방에서 나와 알아서 논다. 그런데 나는 이미 4학년이라 조금 유치한데 동생은 여기가 너무 좋단다.

날씨가 따뜻하다. 좀 더 따뜻했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가을방학에 유럽을 벗어나지 않고 수영하기엔 딱 좋다. 열심히 놀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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