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열 번째 생일

by 독한촌닭

나는 이제 10살 십 대가 되었다. 생일은 너무 좋지만 더 이상 나이가 많아지는 건 싫다. 여기서 멈추고 엄마아빠동생이랑 영원히 이렇게 살고 싶다. 엄마는 내가 한 여덟 살 때부턴가? 나보고 늙었다고 놀려댔다. 그런데 작년 내 생일에 아빠도 나보고 늙었다는 거다! 엄마는 한국어로만 놀려서 아빠는 모르는데 아빠까지 놀리니 내가 진짜 늙었구나 싶은데 동생마저 너는 늙어서 입냄새나 라고 자꾸 말해서 진짜 싫다!!!

열 살 생일 선물로 내가 받고 싶은 것들을 광고전단지에서 빨간 동그라미를 쳐서 순위대로 체크해서 아빠한테 쥐어줬다(아빠는 다 사 올 테니까 하하하) 9살 생일은 수학여행 중이라서 파티를 못했고, 이번 열 번째 생일은 부활절방학기간이라 또 생일날 파티를 못한다. 나는 원래 에어바운스실내놀이터에서 우리 반 친구들 모두 다를 초대해서 파티하고 남자애들은 집에 보내고 여자애들이랑 다 같이 우리 집에서 자고 싶었다. 그런데 방학이라 못했다. 아빠는 계속 여행가 자고 하고 나는 진짜 이번에 여행 가기 싫었다. 아빠한테 가기 싫다고 말하면 아빠는 나는 너희들 가기 싫다고 해서 여러 번 못 갔으니 이번에는 가야 한단다. 언제?? 도대체 언제 안 갔는데?? 맨날 데려가놓곤... 그런데 방학 전에 내가 아팠는데 그게 동생한테 옮고, 엄마한테까지 옮아서 다들 많이 아파서 결국 여행을 못 가게 되었다. 너무 좋다. 우리 집은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선물을 뜯으러 간다. 보통 자고 일어나면 바로 선물을 볼 수 있게 해 두거나 아니면 내 방에 꾸며줬는데 갈수록 선물이 줄어든다. 엄마가 더 이상 사 줄 게 없단다. 이번에는 가지고 싶었던 장난감들이랑 입고 싶었던 점프슈트, 새 선글라스, 자지부리한 화장품 문구류 뭐 이런 것들을 받았다. 솔직히 말하면 만족스럽다 하하하 참, 현금으로 백유로랑 블랙핑크콘서트 티켓도 받았다. 콘서트는 8월 16일에 런던에서 하는 건데 엄마아빠동생까지 다 같이 간다. 표를 4매를 샀다고 한다. 엄마는 또 걱정이다 3살이 어떻게 블랙핑크 콘서트에 가서 앉아있겠냐며... 난 이런 케이팝스타콘서트는 가본 적이 없어서 뭘 잘 모르겠지만 좋아하는 그룹이라 기대가 된다.

어쨌든 내 생일에 동네에 친구들은 다들 어디론가 가버리고 없고, 가족들이랑 보내려고 하는데 함부륵은 방학이 아니라서 학교를 가니 함부륵에 사는 한국친구들은 집에 있는 거다. 그래서 한국친구랑 생일을 같이 보냈다. 오후에 함부륵에 나가서 친구를 픽업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함부륵에 있는 한국레스토랑 서울역으로 갔다. 저녁을 먹고 우리는 함부르크 돔으로 갔다. 돔은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곳인데 항상 있는 건 아니고 부활절방학기간에 함부륵에 임시로 생기고 또 철거되곤 한다. 빨리 가고 싶었는데 돔은 저녁에 가야 재밌다고 아빠가 안 데려가줘서 오늘 해가 질 때까지 진짜 힘들게도 기다렸다. 드디어 돔에 와서 너무너무 기뻤다. 오늘 돔은 사람이 너무너무 많았다. 매주 수요일은 가족의 날이라고 해서 놀이기구가 좀 더 싸다. 거기다 금요일이 공휴일이라 내일부터 쉬는 학교나 회사들이 많아서 오늘이 휴가 첫날이라 다들 나온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내일부터 비가 온다는데 오늘은 날씨가 엄청 좋아서 안 나올 사람들도 다 나온 것 같다. 우리는 그 속에서 재밌게 놀았고 친구랑 같이 우리 집으로 왔는데 집에 도착하니 밤 11시 30분이었다. 너무 힘들어서 둘만의 파티는 못하고 잠들어버렸다.

내 생일인데 자기 생일인 줄 아는 동생
화창했던 내 생일 / 함부르크 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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