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 났다

by 독한촌닭

진짜 큰일 났다. 꿈 많은 아빠, 현실과 팩트만 중요한 엄마.

아빠는 올여름방학이 지나면 나를 한국으로 역유학을 보내려고 하다가 결국 실패했다. 엄마랑 나는 별로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 놓고 나도 여기서 중고등학교로 진학하는구나 했는데 더 한 것이 왔다. 아빠가 이번에는 나를 스페인으로 보내려는 거다. 스페인에서 일 년 살아보고 계속 다닐지 어떨지 결정하잔다. 아빠가 거기 가서 살고 싶으면서 내 핑계를 댄다. 독일학교시스템은 망했다 더 이상 희망이 없다 나아지지 않을 거다 라면서 스페인의 독일학교로 가잔다. 아빠는 바보인가... 독일교육시스템에 불만을 품으면서 결국 다른 나라에 있는 독일학교로 가라니. 사립이라 학비도 비싼데 돈을 주고 굳이 거기에 가서 독일교육시스템 속에서 배우란다. 엄마랑 나는 엄청 후회하고 있다. 한국 가라고 할 때 그냥 갈 거를... 그럼 스페인얘기는 안 나왔을 텐데... 이제라도 한국에 가겠다고 했는데 아빠마음은 이미 스페인에 가있고 들어주지 않는다. 결국 엄마는 받아들였고 학교를 보러 스페인으로 갔다. 그것도 학기 중에 공식적으로 금요일과 월요일 학교를 빼고 갔다. 지역은 말라가. 엄마는 독일학교가 말라가 시티에 있는 줄 알고 시티라면 살아볼 만하다며 나보고 가서 보고 결정하자고 했다. 그래서 말라가로 갔는데 대박사건. 엄마가 본 학교는 말라가에 있는 독일어 배우는 학원인 거다. 숙소는 학교와 가까운 바닷가였는데 숙소로 가는 길에 엄마는 이 동네에서는 못 산다고 했다. 첫날부터 엄마아빠는 싸우고 난리도 아니었다. 둘째 날에 학교를 보러 갔는데 대에에에에에박

산속에 있다. 꼬불꼬불 산길을 한참 올라가서 엄마랑 내가 토하기 직전에 도착했다(동생은 잠들었음). 아빠는 차에서 내리라고 막 성질을 부리고 엄마는 눈감고 안 내리고 나는 내려서 대충 둘러봤다. 스페인에서 살 집도 미리 알아보고 왔는데 학교 근처였다. 걸어서 가기 딱 좋은데 그래서 집도 산꼭대기에 있는 거다. 슈퍼도 없고 버스도 없고 사람도 없고 하다못해 동물도 없었다. 그렇게 산을 내려와서 엄마는 호텔방까지 가지도 못하고 수영장 비치배드에서 잠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와선 나에게 물었다. 유나 학교 마음에 들어? 나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좋진 않았다. 엄마는 내가 좋다면 살아보겠지만 엄마는 절대 싫다고 했다. 엄마꿈이 시골에 사는 거라 지금 시골에 살지만 숲 속은 아니었다고, 한국사람이 없는 거는 둘째고 사람 없는데서 더 이상 살 수 없단다. 나도 싫었다. 학교도 집도 산속이고 할 거라곤 학교밖에 없는 곳은 싫었다. 거기다 아빠는 독일과 스페인을 왔다 갔다 할 예정이기에 엄마는 결사반대 절대로 안 간다고 했다. 학교투어랑 입학상담과 서류제출은 5월 9일로 예약을 잡아뒀는데 아빠생일이랑 겸사겸사해서 미리 갔다. 5월 9일은 아빠가 출근해야 해서 엄마랑 같이 스페인에 다시 와야 하는데 엄마는 이 꼬불꼬불 산길을 애들 데리고 운전 못한다고 안 간다고 해서 아빠가 예약을 12일로 바꿔버렸다. 참 입학담당자가 아빠한테 5학년은 딱 한학생만 더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우리 아빠한테 제일 약한 단어. 세일, 마지막하나, 오늘만 이 가격 이런 건데 하필 그 말을 하다니... 아빠는 자리 놓칠까 봐 난린데 엄만 그 말 안 믿는다 이러고. 나는 다 떠나서 우리 동네 초록언덕을 떠나고 싶지 않다. 내가 왜 내 친구들과 우리가 살던 집을 놔두고 다른 나라로 가야 하는지 진짜 받아 들 일수가 없다. 아빠한테 친구들 친구들 하며 이사 안 간다고 했다가 잔소리만 더 듣고. 스페인에 1년만 살아보자 하고 가자는데 엄마는 둘러보고 1년살이도 싫다고 하며 1년 살면 아빠 절대 안 돌아온다고 버티는데 매일 매 순간 엄마아빠는 싸운다. 오늘 아빠가 출근해서 엄마랑 작전을 짰다. 만약 우리가 이대로 스페인에 가면 한국에서 살 기회는 없어지고 독일에도 못 돌아올 것 같으니 한국에 일 년 살고 그다음에 스페인에 간다고 하기로.

올해 여름방학이 지나면 나는 독일 한국 스페인 중 어디에 있을지 기대되기보다는 참 두렵다. 엄마가 스페인에 있는 독일학교 홈페이지를 노트북에 켜뒀는 걸 봤는데 그걸 본 이후로 마음이 허전하고 뭔가 뻥 뚫린 것 같고 설명하긴 어려운데 마음이 불편하다.

German School Malaga
매거진의 이전글내 열 번째 생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