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주지 않는 피드백과 퇴고의 뇌과학
아이가 힘겹게 써 내려간 첫 글을 마주한 부모의 눈에는 대견함과 동시에 수많은 오류가 먼저 들어온다.
맞춤법 시비, 어색한 문맥, 엉성한 논리 등 고쳐주고 싶은 마음에 붉은 펜을 들고 지적을 쏟아내기 쉽다.
하지만 부모의 섣부른 교정은 아이가 백지 앞에서 낸 용기를 단숨에 꺾어버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지적이 편도체를 자극할 때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캐럴 드웩(Carol Dweck, 2006) 교수는 수십 년간의 연구를 통해 피드백의 방식이 아이의 '마인드셋(Mindset)'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증명했다.
결과나 능력, 혹은 치명적인 오류에만 집중하는 비판은 아이를 실패에 취약한 '고정 마인드셋'에 빠지게 한다.
뇌과학적으로도 부모의 날카로운 지적은 뇌의 공포와 불안을 담당하는 편도체(Amygdala)를 강하게 자극한다. 편도체가 경보를 울리면 논리적 사고와 창의성을 관장하는 전두엽의 기능은 일시적으로 마비된다.
현장에서 만난 지훈 학생이 글쓰기를 극도로 거부했던 이유도, 과거 글을 쓸 때마다 겪었던 꼼꼼한 지적과 비판이 뇌에 '글쓰기=위협'이라는 공포 반응으로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빨간펜 대신 호기심의 질문표를 들어라
훌륭한 피드백은 평가가 아니라 호기심에서 출발해야 한다. "여기는 왜 이렇게 썼어? 틀렸잖아."가 아니라,
"이 부분의 생각이 아주 흥미로운데, 어떤 마음으로 이 문장을 썼는지 더 자세히 들려줄 수 있을까?"라고 묻는 식이다.
내용과 생각의 흐름을 먼저 수용하고 칭찬해 준 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같은 기계적인 오류는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가볍게 짚어주면 족하다.
부모가 아이의 글을 평가하는 심판관이 아니라, 아이의 세계에 깊이 공감하는 첫 번째 독자가 되어줄 때 아이의 뇌는 비로소 심리적 안전감을 느끼고 더 과감한 글쓰기를 시도한다.
퇴고, 메타인지를 완성하는 최고의 훈련
미국의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는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The first draft of anything is shit)"라는 통찰력 있는 명언을 남겼다.
위대한 대문호조차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쓰지 않는데, 이제 막 쓰기 시작한 아이들에게 완벽한 초고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자신이 쓴 글을 깎고 다듬는 '퇴고'는 독자의 객관적인 시선으로 자신의 생각을 다시 바라보는 과정이며, 이는 곧 뇌의 상위 통제소인 '메타인지'를 가장 고도로 훈련하는 방법이다.
부모가 아이의 글을 일방적으로 고쳐주는 대신, 하루 정도 시간을 둔 뒤 아이 스스로 자신의 글을 소리 내어 읽어보게 하는 것이 좋다.
스스로 낭독하는 과정에서 아이의 뇌는 청각적 피드백을 통해 문맥이 어색한 부분을 자연스럽게 찾아내고 수정할 수 있는 힘을 기른다.
서툴고 투박하더라도 자신만의 논리를 세워가는 과정 그 자체를 축하해 줄 때, 아이의 글은 붉은 펜의 상처 없이 온전하게 자라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