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심을 논리로 바꾸는 전두엽 가지치기
초등학교 5, 6학년 교실이나 가정에서는 종종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아이들은 부모나 교사의 말에 무조건 순응하기보다
"왜 그래야 하는데요?"라며 따져 묻기 시작한다.
어른들의 눈에는 갑작스러운 반항처럼 보이지만, 발달심리학과 뇌과학의 관점에서 이는 아이의 뇌가 '비판적 사고'를 시작했다는 눈부신 성장의 증거이다.
이 넘치는 에너지를 억누르지 않고 건강하게 분출시키는 최고의 배출구가 바로 비판적 글쓰기, 즉 논설문 쓰기이다.
시냅스 가지치기와 형식적 조작기의 도래
스위스의 심리학자 장 피아제(Jean Piaget)의 인지발달 이론에 따르면, 11세 전후의 아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과 가설을 다룰 수 있는 '형식적 조작기(Formal Operational Stage)'에 진입한다.
뇌과학적으로도 이 시기는 뇌의 대대적인 리모델링이 일어나는 때이다.
영국의 인지신경과학자 사라제인 블레이크모어(Sarah-Jayne Blakemore, 2012) 교수는 청소년기 뇌에서 자주 사용되는 신경망은 튼튼해지고, 사용하지 않는 연결망은 잘려나가는 '시냅스 가지치기(Synaptic Pruning)' 현상이 활발하게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이 시기에 아이들은 세상의 규칙과 불합리함에 의문을 품고 자신만의 가치관을 형성하려 한다. 이때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이를 글로 논증하는 훈련을 반복하면, 뇌는 고도의 논리적, 분석적 신경망을 견고하게 남겨둔다.
불만을 설득력 있는 논리로 바꾸기
독락서쾌 현장에서 만난 수아 학생은 부모의 스마트폰 제약 지시에 대해 강한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저 "짜증 난다"며 감정적으로 토로하던 수아 학생에게, 감정을 잠시 내내려놓고 부모를 설득할 수 있는 건의문을 써보자고 제안했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수아 학생은 스스로 자료를 조사하고, 다른 가정의 사례를 찾으며, 부모님이 우려하는 바(반론)를 미리 예상하여 타협안을 제시하는 글을 완성했다.
분노와 불만이라는 원초적 감정이 전두엽을 거쳐 타당한 근거와 정제된 언어로 변환되는 순간이었다. 비판적 글쓰기는 아이들에게 '내 목소리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효능감을 선사한다.
논리적 뼈대를 세우는 OREO 공식
고학년 아이들이 논리적인 글을 쉽게 전개할 수 있도록 돕는 유용한 도구가 있다. 바로 하버드 대학교 학생들의 글쓰기 비법으로도 알려진 'OREO' 구조이다.
의견(Opinion)을 명확히 밝히고,
그 이유(Reason)를 타당하게 제시하며,
구체적인 사례(Example)로 뒷받침한 뒤,
다시 한번 의견을 강조(Opinion/Offer)하는 구조이다.
가정에서 뉴스를 보거나 식탁에서 대화를 나눌 때, 부모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뭐야?",
"예를 들면 어떤 게 있을까?"라며 OREO 구조에 맞추어 질문을 던져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뇌는 체계적인 글쓰기 회로를 가동한다.
사춘기 아이들의 반항심은 억눌러야 할 골칫거리가 아니라, 세상을 향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려는 강렬한 지적 욕구이다. 이 욕구에 '글쓰기'라는 정교한 무기를 쥐여줄 때, 흔들리는 10대의 뇌는 그 누구보다 단단하고 논리적인 뇌로 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