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적 뼈대를 세우는 중학년 글쓰기

사실과 의견을 분리하는 전두엽 훈련법

by 이연숙 박사

​초등학교 3, 4학년 무렵이 되면 아이들의 글쓰기에는 거대한 위기가 찾아온다.


"학교에 갔다. 참 재미있었다"

수준의 단순한 나열식 일기나 경험 위주의 글에서 벗어나, 독서록이나 관찰 보고서처럼 논리적인 구조를 갖춘 글쓰기가 본격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저학년 때 글쓰기를 곧잘 하던 아이들조차 갑자기 낯설고 높아진 수준에 좌절하며 연필을 놓아버리곤 한다. 하지만 이 시기 뇌의 변화를 이해하면 글쓰기의 위기를 가장 극적인 성장의 기회로 바꿀 수 있다.


​뇌의 고속도로가 뚫리는 구체적 조작기
스위스의 발달심리학자 장 피아제(Jean Piaget, 1936)는 7세에서 11세 사이의 아동기를 논리적 사고가 본격적으로 발달하는 '구체적 조작기(Concrete Operational Stage)'로 정의했다. 뇌과학적으로도 이 시기에는 뇌의 백질(White matter)이 급격히 증가하고 신경 세포를 감싸는 수초화(Myelination) 과정이 활발해진다.


이는 미국 국립정신보건원(NIMH)의 뇌과학자 제이 기드(Jay Giedd, 1999) 교수의 연구에서도 입증되었듯, 뇌의 각 영역을 연결하는 '정보의 고속도로'가 뚫리고 정보 처리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초등 중학년 아이들의 뇌는 이제 흩어진 정보들을 인과관계에 따라 분류하고 논리적인 뼈대를 세울 준비가 된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무작정 글을 길게 쓰라는 압박이 아니라, 생각의 구조를 시각화하고 정리하는 훈련이다.


​사실과 의견을 분리하는 연습
중학년 글쓰기 지도에서 가장 중요한 첫걸음은 '사실(Fact)'과 '의견(Opinion)'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다.


독락서쾌에서 지도를 받던 서연 학생은 책을 읽고 나면 항상 줄거리와 자신의 감정을 뒤죽박죽으로 섞어 쓰느라 글의 갈피를 잡지 못했다.


서연학생에게 백지 대신 두 칸으로 나뉜 표를 건네고, 왼쪽에는 책에서 일어난 '객관적 사실'을, 오른쪽에는 그에 대한 '나의 생각과 느낌'을 철저히 분리하여 적어보게 했다.



​정보를 뇌에서 한 번 분류하여 구조화하는 이 단순한 작업은 아이의 전두엽에 걸린 과부하를 획기적으로 줄여주었다. 엉켜있던 실타래가 풀리듯, 서연학생은 자신이 분류한 표를 바탕으로 서론, 본론, 결론의 형태를 갖춘 제법 논리적인 독서록을 술술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생각의 지도로 메타인지를 깨우기
이 시기 아이들에게는 글을 쓰기 전 '마인드맵(Mind Map)'이나 '개요 짜기'와 같은 생각의 지도를 그리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시각적인 가지치기로 나열해 보면, 어떤 정보를 취합하고 어떤 내용을 버려야 할지 스스로 판단하는 '메타인지'가 자연스럽게 작동한다.


​부모가 해줄 일은 글의 문맥을 매끄럽게 고쳐주는 교정자가 아니라, 아이가 생각의 지도를 그릴 때 옆에서


"그다음에는 어떤 일이 있었지?",

"왜 그렇게 생각했어?"라며 적절한 질문을 던져주는 길잡이 역할이다.


논리적 사고가 폭발적으로 팽창하는 초등 중학년 시기, 구조화된 글쓰기 훈련은 아이의 뇌를 가장 정교하고 날카롭게 벼려내는 최고의 지적 도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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