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나 남편, 외의 이성에게 호감과 연정을 느꼈을 때 대개 평범한 기혼자라면 마음이 갈라지며 갈등에 빠진다. 자신의 감정이 자칫 하면 부부관계의 파국을 가져올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배우자 외의 이성에게 끌리는 그 감정의 구심력을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미혼인 처지에 기혼자들이 내심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 지점이다. 이성에 대한 감정. 아내나 남편이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이성에게 저도 모르게 특별한 감정이 생겼을 때. 그 갈등 상황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살면서 한두 번 겪지는 않았을 것이다. 예외적인 사람도 있겠지만 늘 모든 일에는 평균 분포가 존재한다.
결혼 후 배우자가 아닌 다른 이성에게 윤리적 도덕적 법률적 테두리를 넘어선 관심을 느끼는 이가 전혀 없다면 이혼율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혼이라는 게 배우자의 외도만이 원인은 아닐지라도 이혼의 단초는 결국 배우자 아닌 이성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많은 기혼자들은 가정을 위해, 배우자를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압한다. 아니면 노력한다.
결혼이란 서로에 대한 사랑의 신의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선언이고 약속. 그 내면의 관계는 부부마다 개별적이겠지만 적어도 결혼식장에서 평생 상대방만 이성으로서 사랑하고 해로하라 기원한다. 그 기원과 상관없이 훗날 배우자 아닌 이에 대한 감정이 제멋대로 생겨날지라도.
혼자 사는 삶이 좋은 점 중에 하나는 배우자를 둔 기혼자에 비해 이성적 감정을 자유롭게 놔둘 수 있다는 점이다. 기혼자를 좋아하지 않는 한 나의 이성적 감정은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 무엇보다 자신의 심리를 양분시키지 않는다. 아내가 있는데, 남편이 있는데 내가 왜 이러지?라는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속으로 두 명을 좋아하고 세 명을 좋아해도 사회적으로 물의가 되지 않는다. 그저 혼자서 상상의 소설을 쓰면 된다. 그리고 제멋대로 선택한다. 그 과정이 어찌 보면 일종의 고급 유희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 때문에 또 다른 누군가(기혼자일 경우를 제외하고)에게 피해나 상처를 주지 않는다는 게 혼자 사는 이의 특권일 수도 있다.
이런 심리의 기저에는 ‘선택 전 증후군’이 있다. 사람이 가장 설레는 순간은 자신이 좋아하는 어떤 것 중 자기 취향에 맞는 것을 고르고 선택하는 그 찰나들이다. 내가 나 스스로 주도권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오직 나의 만족을 위해 행동하는 인간이란 인식이 스스로의 존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자긍심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선택의 순간에 느끼는 설렘의 전제는 상상력이다. 그것을 선택했을 때 나에게 어떤 만족을 줄까. 미혼이 미혼을 좋아할 때 그 상상력은 윤리적이거나 도덕적, 법률적 한계가 없다. 죄책감 없이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 그 감정의 자유와 무해함을 포기하는 게 실은 결혼의 본질 중 하나다.
그런 면에서 기혼자들을 우러러보는 게 있다. 살다 보면 무엇을 쟁취하거나 성취하는 것보다 포기하는 게 더 어려워진다. 어떻게 보면 기혼자들은 인생의 가장 큰 활력 중에 하나인 여러 이성에 대한 감정을 포기하고 오직 한 사람에게만 그 감정을 헌신하겠다고 약속한 이들이다. 그 약속의 무게가 또 사람마다 다르다 하더라도 미혼의 처지에서는 남들 앞에서 이를 공언할 자신감이 없거나 아니면 쓸데없이 진지하고 소심한 성격이 비교되어 어느 때는 열등감에까지 이른다.
그 열등감을 홀로 삭히며 만약 결혼하면 정말 상대에게 잘 해줄 텐데. 또다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혹시라도 운명의 상대 같은 이가 나타나지 않을까? 막연히 기대를 하는 게 또 평균 결혼 연령을 벗어난 미혼들의 속성. 아니라고 부정하려 해도 차마 부정하지 못하는 자신을 바라보면서 이러니 혼자 사는구나 자괴감을 느낄 때. 괜히 다음과 같은 통계를 보면서 마음을 다 잡는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소장 곽배희)가 배포한 '한국의 이혼율 연구 Ⅳ(2000~2010)'에 따르면 2000~2010년 한국의 평균 조이혼율(전국 인구 1000명당 이혼건수)은 2.72로 1951~1959년 0.20에 비해 무려 13.6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조이혼율은 1980년대 이후 급격히 증가해 1990년 2.08, 2002년 3.12 등을 넘어 2003년에는 최고치인 3.54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