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 공감
결혼 10년차
애 둘 키우는
친구와 술자리
결혼하면
뭐가 가장 달라지는 줄 아냐?
옆에 같이
잠자는 사람이 있다는 거?
역시
노총각이 알리가 있나
뭔데?
병원에 갔을 때
아내나 아이의
보호자가 된다는 거지
그 기분
너는 모를 거다
왜
모르겠는가
동물병원 가보면
나도 우리집
고양이 보호자
흑.
*
고양이에도 여러 품종이 있다. 송이의 품종은 페르시안 친칠라다. 풍성한 털과 우아한 자태의 외모에 성격이 조용한 편이라 고양이를 기르려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은 품종이다. 품종묘는 거리나 골목을 돌아다니는 길고양이 중에서 보기는 어렵다. 품종묘를 키우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돈을 주고 동물병원이나 분양센터 등에서 입양을 해오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 처음부터 사람들에게 선택받았던 고양이인 셈이다.
하지만 송이는 경기도 일산의 상가 건물에 유기 되어 길고양이들의 텃세에 만신창이가 되어 있던 품종묘였다.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분에 의해 구조 되었다. 이후 치료를 받고 결국 우리 집까지 와서 나의 첫 반려동물이 되었다. 송이를 데리고 올 때 송이를 돌봐 주셨던 분께서 송이가 피부병을 앓고 있고 병원에서도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고 미리 언질을 주셨다.
우리 집에 와서 한동안 별 탈 없던 송이는 몇 주 지나고 나서부터 과도하게 자기 살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그리고 목덜미를 비롯해 여러 군데에서 발진이 났다. 처음에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겠거니 하며 대수롭게 보지 않았다. 하지만 점점 증세가 심해졌다. 피가 날정도로 제 몸을 긁고 물어뜯는 송이를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 결국 몇 년간 연락 한 번 하지 않았던 후배의 동물병원에 송이를 데리고 갔다.
수의사인 후배 녀석은 송이의 상태를 보더니 어떻게 데려왔냐고 물었다. 길고양이와 유기된 고양이를 돌보는 인터넷 모임을 통해 유기된 녀석을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후배는 품종묘 중에 유기된 고양이는 고질병을 앓고 있을 확률이 높다고 했다. 유기된 당시 피부병을 앓았다고 하자 녀석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진단 결과 송이는 일종의 아토피성 피부염이라고 했다. 몸의 건강 상태나 사료에 영향을 받아 증세가 심해졌다 가라앉기를 반복하는 증상이란다. 주기적으로 약을 먹이고 검증된 사료를 먹이는 것 외에는 완치 방법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또 자주 털을 깎아 주는 게 녀석의 간지러운 증상을 완화 시킬 수 있다고 했다. 후배는 무엇보다 고양이도 사람처럼 아프기도 하고 병이 나기도 하니 그럴 때마다 병원에 와서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말 못하는 동물이라고 고통을 모르지 않다면서. 사람과 달리 스스로 병원에 올 수 없다면서.
이후 송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가는 일은 내 생활에서 자연스러운 일 중 하나가 되었다. 그 덕에 나는 ‘송이 보호자’라는 이름도 얻었다. 동물병원 특성상 환자의 이름을 호명해봤자 환자가 스스로 문을 열고 진찰실로 들어 갈리는 만무하다. 그래서 환자의 이름과 보호자의 이름이 함께 불려진다.
개와 고양이들이 서로의 목청 자랑을 하는 동물병원로비에서 처음 ‘송이 보호자님 들어오세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순간 사방이 묵음처리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송이 보호자’라는 말의 의미와 무게감을 정작 송이 녀석은 평생 알지 못할 테지만 나는 그 말을 통해 비로소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가슴 철렁 하며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물병원을 나오며 더 큰 깨달음을 얻었다. 누군가 보호하기 위해서는 정말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