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 공감
직장 있고
집 있다
몸 건강히
군대도 다녀왔다
훤칠하진 않아도
밉상은 아니다
무던한 집안이라
별다른 우환도
없다
도대체
뭐가 문제라
장가를 못가냐
아버지
어머니
제품의 문제점은
제조사가
가장 잘 압니다
흑.
*
스마트폰 앱을 통해 온라인 데이팅 회사와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한 적이 있었다. 다다익선이라 하기에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곳에 가입했다. 결혼하라는 부모님의 말씀과 부탁과 잔소리와 협박과 애원과 강압에 나름 노력했다는 알리바이라도 만들기 위해서다.
회사는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자신과 관련한 여러 정보를 기입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가입과정에서 만으로 나이를 계산해주는 것 외에는 상큼한 기분이 들지는 않았다. 10여 년간 함께 근무한 직장 동료들도 서로 묻지 않았던 시시콜콜한 질문들에 답을 하다 보니 난감하기도 했다. 예컨대 잠을 잘 때 엎드려 자는지, 옆으로 자는지 혹은 휴가를 갈 때 산으로 갈 건지, 바다로 갈 건지 같은 질문들이다.
그래도 성실하게 기입했다. 답을 꼼꼼히 해야 매칭 확률이 높은 이성을 소개시켜 준다는 공지사항이 거짓말은 아닐 듯해서다. 귀찮은 일이었지만 나에 대한 정보들을 적어내면서 연애 혹은 중매 시장에 나온 일종의 상품으로서 나 자신을 평가할 수도 있었다.
막상 해보니 평소 부모님의 한탄대로 내가 지닌 이른바 '조건'은 나쁘다고 할 수 없었다. 내 세대 성실한 부모님들은 대개 자식을 이른바 좋은 학교에 보내고 좋은 직장에 취직시켜 좋은 혼처에 시집 장가보내는 것이 삶의 지상목표였다. 이를 위해 부모님들은 당신들 삶의 여러 가지를 희생하셨고 자신들의 바람대로 성장하는 자식을 보면서 인생의 의미와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나 역시 성실한 부모님 덕에 안정적인 환경에서 교육을 받고 대학에 가고 직장을 잡고 한국사회의 상류층은 아닐지라도 평균보다는 다소 나은 삶을 살고 있다. 회사들에서 요구하는 질문에 답하면서 앱에 가입하는 미혼 남들의 평균분포에서 상위 20%안에는 들 거란 자신감이 생겼다.
결과적으로 노력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날마다 나와 잘 어울릴 거라는 이성의 프로필을 추천해주는 앱들은 끝내 나의 인연을 찾아주진 못했다. 상호 호감이 있어야 연락처를 주고받게 해주는 매칭시스템에서 나에게 호감을 표시한 이성도 없었고 내가 호감을 느낀 이성도 거의 없었다. 실은 굳이 온라인 앱에서 내 본명이 아닌 닉네임을 통해 누군가를 만나려는 스스로의 모습에 무의식적으로 자존심이 은근히 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자존심은 연애와 결혼에 있어 하등 도움을 주지 않는 것임을 알지만 어쩌겠는가. 타고난 성격도 부모를 닮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