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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신 공감

독신으로 산다는 것-84
'명절 때면 불효자'

독신 공감

by 월영

▣독거총각 월영씨

-불효자


저기 OO네 집

아들이 장가가는데

출장 가서

색시를 만났데


넌 왜

그런 재주도 없냐?

장가 안 가는 게 불효야


며칠 전

출장 가서도

일 열심히 해라

한 눈 팔지 말고.


이 문자는

대체

누가 보내셨습니까?


흑.


“나이 먹어서도 혼자 살면 어떻게 하냐?” 결혼 적령기가 지난 이후에 짝을 찾지 못하고 혹은 짝을 찾는데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채 혼자 사는 이들이 가장 자주 듣는 말 중에 하나다. 주로 기혼자들이 안쓰러운 표정과 함께 건네는 말인데 부모와 자식 간에 흔한 레퍼토리 기도 하다. 이때 부모들이 유념해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자식들은 어렸을 적부터 부모를 보며 부부간 결혼생활을 무의식적으로 학습한다. 부부의 금실이 좋을 경우와 부부의 금술이 나쁠 경우 어떤 것이 자식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지는 각자 자신의 경험을 대입해보면 안다.


예외인 상황도 있어 부부의 금실이 좋다고 해서 자식들이 결혼을 긍정하는 것만도 아니고 부부의 금술이 나쁘다고 해서 자식들이 결혼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대개 부부의 금실이 좋았을 경우 자식들이 결혼을 긍정적인 바라 볼 가능성이 크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유년시절 봤던 TV 드라마 속 다정한 부부는 죄다 꾸며낸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래서 오히려 결혼에 대한 기대치가 컸다. 부모님이 못 이룬 꿈을 나라도 이뤄보자는 소망에서다. 그 탓에 자연스럽게 이어질 인연이 끊어지기도 했다. 막상 선택의 순간에 주저한 적도 있다. 그 과정에서 어느덧 이 사회의 결혼 적령기를 넘어섰고 자식의 인륜지대사를 치르지 못해 부모의 불안한 마음을 가중시키는 불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나를 세상에 내어주신 부모에게 효를 다하는 건 유교적인 전통의 한국 사회에서 성인에게 요구하는 필수적인 덕목이다. 막연히 부모에게 잘하는 것으로 우리 사회에서 말하는 효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부모 생전에 결혼식을 올리고 손주를 안겨드리는 게 효의 가시적인 실천으로 규정된 탓이다.


부모로부터 독립해 혼자 산 기간이 길어지고 결혼에 대한 강력한 동기유발 요인이 갈수록 약해지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불효자로 살아갈 확률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일상을 중요시하고 일상을 흐트러트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어디 가서 색시와 눈 맞는 재주는 없더라도 생활인과 직장인으로서 나마 성실하고 충실해 남에게 욕먹지 않기 위해서다. 부모 얼굴 부끄럽게 하지 않는 개 효도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자식 된 도리이니까.


무엇보다 부모님께서는 늘 강조하셨다. 성실하고 충실하게 하루하루 살다 보면 어느새 조금씩 다 이뤄지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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