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 공감
전세로 살던
방1칸, 거실 겸 주방의
원룸 형 소형아파트
집을 보러
신혼부부인 듯
젊은 커플이 왔다
서로
두 손 꼭 잡고
둘러보더니
여자가 물었다
“둘이 살기에 좁진 않지요?”
최대한
친절한 목소리로
답했다
“혼자 살면 넓습니다”
대학교 3학년 무렵. 부모님께서 전세 기간이 끝나 옆 단지 아파트로 이사했다. 그때는 날마다 술을 마셨고 대부분 취해서 집에 갔다. 늦가을 어느 날 평소처럼 수업 끝나고 선후배들과 술을 마신 뒤 만취해서 버스 막차를 탔다.
귀소 본능은 남아 있어 동네까지 우여곡절 끝에 찾아왔다. 익숙한 아파트 현관, 열쇠로 현관문을 열었는데 열리지 않았다. 술김에 쾅쾅 문을 두드렸다. 낯선 중년 아주머니가 문을 열고 무슨 일이냐고 했을 때야 비로소 잘못 찾아온 줄 알았다. 어찌나 부끄럽던지 꾸벅 인사하고 계단으로 뛰어내려왔다. 이사 했다는 것을 잊고 전에 살던 집으로 갔던 것이다.
며칠 뒤 또 만취해서 막차 버스 타고 동네로 왔다. 실수 하지 않겠다며 정신을 부여잡고 아파트 현관까지 왔다. 비몽사몽간에 초인종을 눌렀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또 잘못 왔나’ 싶어 ‘아차’ 하던 순간 문이 열렸다. 보지도 않고 꾸벅 인사한 뒤 계단으로 뛰어내려왔다.
잠시 후 핸드폰이 울려 받았다.
“집에 안 들어오고 왜 뛰어 내려가냐“ 어머니였다.
삼십 대 초반 원룸형 아파트 전세에서 탈출해 이런 저런 대출로 그 동네 또 다른 아파트 단지에 집을 마련했다. 이사를 한 뒤 한동안은 만취 하지 않기 위해 꽤나 긴장했다. 전에 살던 원룸형 아파트 전셋집 세입자로 집을 보고 갔던 신혼부부들 대신 어깨에 문신한 아저씨가 세 들어왔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문신을 본 과정은 생략하련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사는 게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