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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신 공감

독신으로 산다는 것-80
'청첩장'

독신공감

by 월영

선배

미안해요


올해

벌써 몇 번째

듣는 말일까


후배들아

건네주는

너희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받기만 하는

내가 못났을 뿐


지난 주말도

이번 주말도

오라는 데

가지 않았네


청첩장

청첩장

청첩장


흑.


서른 후반 이후부터다.


그렇게 덧붙이지 않아도 될 텐데 후배들은 멋쩍은 듯 주고 나서 한 마디 한다.


“먼저 가서 미안해요 선배. 꼭 오실 거죠?”


청첩장 받는 면전에서 안 간다고 할 수 없어 “가야지 잘 살아라” 덕담을 건네지만 결혼식 당일에 축의금만 인편으로 보내고는 집에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처음에는 다소 마음이 불편하고 약간의 죄책감도 느꼈다. 그러나 가지 않았던 결혼식임에도 신랑이나 신부였던 후배 녀석들이 신혼여행 후 돌아와 사무실에 떡을 돌리며 “선배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는 인사를 몇 번 받은 이후부터는 청첩장을 받아도 보다 부담 없이 결혼식에 불참한다.


따져 보면 축의금만 내고 식장에 가지 않는 게 가뜩이나 돈 들어갈 데 많은 신랑, 신부를 경제적으로 더 도와주는 것이기도 하다. 내가 하객으로 참석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의 앞날이 어두워지는 것도 아니다.


토요일 오후 후배 결혼식에 가지 않고 집에서 빨래 하다가 마침 라디오에서 이적의 노래 ‘거짓말’이 흘러 나왔다. 평소 무심히 들었던 노래였는데 이날만은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반복하는 노래의 가사가 계속 귀에 맴돌았다.


그 후배에게도 청첩장을 받을 때 "네 결혼식은 꼭 간다"고 말은 했었다.


-이미지출처 보자기카드 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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