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으로 산다는 것 17
'결국엔 무매력 탓?'

독신 공감

by 월영

한때 직업상 공히 미남·미녀라고 불리는 이들을 많이 만났다. 일이긴 했어도 이야기도 해보고 더러는 술자리에 껴보기도 했다. 그들과 있으면서 외모가 남들보다 출중하다는 건 일종의 ‘마법’ 소유한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성적으로 제어하려 해도 그냥 끌리는 무언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혹한다’고 표현하더라.


하지만 일로 만난 이들이었기에 사적인 감정이 들거나 호감 내지 이끌림이 오래가진 않았다. 아니 '그래야 한다'라고 스스로 강제했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이 쌓일수록 외모 외에는 별다른 장점이 없는 이도 적지 않았다. 신기했다. 정말 예쁘고 잘 생기고 뛰어난 외모인데 딱 그 순간일 뿐. 알수록 뭔가 실망만 늘어나는 이도 있었다.


숱한 미혼들이 사실 포기 못하는 마지막 것 중에 하나가 ‘외모’다. 여기서 외모란 남들보다 도드라진 미남·미녀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호감’을 느낄 수 있는 외적인 형태이다. 문제는 기준이다. 대략은 정해져 있지만 또 미묘하게 저마다 다르다. 여기서 남녀의 비극(?)이 있다. 상대적으로 여성들은 남성의 외모에 대해 그렇게 까다롭지 않다! (고 단정적으로 써놓자니 무슨 근거로?라는 생각이 들어 그런 거 같다로 수정하고 싶은 마음도 사족처럼 붙여놓는다)


여성이 바라는 남성은 대개 사지 멀쩡하고 배 안 나오고 머리 좀 덜 벗겨지고 목소리 좀 낮으면 통과다. 얼굴이 평범하거나 덜 매력적일지라도 몸이라도 탄탄히 만들면 어느 정도 상쇄한다. 지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도 나쁘지 않았다. 경험상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느끼는 외모적 호감의 기준이 그렇게까지 높지 않았다. 남성이 여성에게 느끼는 호감의 기준에 비해서 말이다.


그러다 보니 남자들 은근한 자신감 있다. 스스로 외모가 못났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여자들보단 현저히 낮다. 이에 대해선 또 복잡하게 분석할 수도 있다. 매스미디어의 영향부터 진화생물학까지. 그러니 여기선 논외.


골치 아픈 게 남자들이다. 남자는 여자의 외모에 대해 자신의 처지와 상태(?)는 고려하지 않고 저마다 섬세한 취향들이 있다.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있긴 있다. 일찍 장가가더라) 이러한 남녀의 다른 ‘외모’ 기준이 또 이런저런 남녀 관련 생산적이지 않은 논의나 논쟁이나 수다들의 평생 주제일 테고.


한창 미남·미녀들을 일로 만나고 다닐 때 투철한(?) 직업 정신 덕에 별일 없긴 했지만. 두세 명 정도 정말 사적으로 친하고 싶은 이도 있었다. 외모 안쪽에 담겨 있는 인생관이나 사고관, 가치관이나 정서가 나와 맞거나 흥미로울 것이란 ‘느낌’이 들어서다. 그게 실은 외모와 호감을 넘어선다는 ‘매력’의 실체라는 걸 알았다. 그 매력은 꼭 ‘외모’의 경쟁력과 아주 밀접하지도 않았다.


어쩌다 의도하지 않게 미혼에 독신으로 살고 있다. 딱히 서럽거나 아쉽지는 않다. 그런데 가끔 자괴감이 들 때가 있다. 결국 이렇게 된 것도 내가 이성에게 딱히 어필하는 ‘매력’이 없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남성에게 있었나?)


괜한 자학에 빠져 우울의 늪을 건너기 전 일찌감치 자판을 두드리며 밥벌이와 상관없는 글쓰기를 하는 게 나름의 치유방법이다. 누군가 가볍게 읽고 잠시나마 재미와 공감을 느낄 것이라 지레 상상하며 살짝 '자뻑' 모드에 진입할 수 있어서다.


이런 식으로라도 누군가에게 재미를 주고 불교에서 말하는 선업을 쌓아 다음 생에는 매력남으로 태어나길 바라는 마음도 슬쩍 드러내 본다. 장동건이나 정우성은 과하고 일단 예순 살까지 풍성한 머릿결을 유지하는 비탈모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