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으로 산다는 것 22
'사회의 낙오자는 아닐터이나'

독신 공감

by 월영

젊었을 때 알았던 사람 중에 제법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뉴스에 나오는 이들이 생겼다. 또 가깝게 지냈던 이들 중에는 대기업 부장을 달았거나 소위 승진코스를 밟으며 조직 내 승승장구하는 이들도 있다. 대학 때 반지하 자취방에서 히히덕거렸던 지인들 중엔 강남의 널따란 아파트로 이사가 부러움을 사는 경우도 있다. 여자 지인들 중엔 정말 결혼으로 삶의 기반 자체가 뒤바뀌는 것도 봤다.


주변 사람들의 삶은 대개 서른 중반부터 시작해 마흔을 기점으로 제각각이고 사방으로 달라진다. 그리고 점차 만나서 할 이야기도 적어지고 대화는 겉돈다. 또 그때는 같다고 생각했던 여러 사안에 대해 이제는 이견이 더 많아지고 그때는 통했다고 생각했던 감성들이 오히려 되레 서로 불편한 마음도 생긴다. 결국 이 나이쯤 되니 사람들과의 관계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새로운 이들과의 만남도 꺼려진다.


아마도 마음의 탄성이 전만 못해서 일 게다. 젊었을 때보다 정서적으론 안정이 되어 마음은 단단해졌지만 마음의 표면에 나는 상처 등을 회복하는 탄성은 줄어들었다. 몰아치는 폭풍우보다 줄기차게 내리는 가랑비가 더 무서워졌다고 하면 적당한 표현이려나. 잘 맞지도 않은 낯선 이들 앞에서 굳이 내 신경계를 예민하게 하는 이런저런 이야기나 대화에 끼고 싶지 않다. 그러느니 차라리 집에서 혼맥에 감자칩 먹는 게 속 편하다.


이렇게 생각이 많은 것은 혼자 살아서다. 결혼한 이들에게 들었던 가장 인상적인 말은 "결혼 후 홀로있어도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아서 좋다"는 것이었다. 맞는 말이다. 혼자 살면 종종 자기 연민에 빠져 괜히 감상적이 되고 종국에는 나는 사회의 낙오자 인가? 싶어 침울해질 때가 잦다.


결혼을 하지 못한, 혹은 안 한 심리적 이유를 따져보면 삶의 치열하고 속물적인 현장으로 뛰어들기 저어하는 심리가 크다. 일상의 평온 뒤에 숨겨져 있는 숱한 갈등과 경쟁의 악다구니 속에 이리저리 조율을 하고 혹은 굽신거리기도 하고 더러는 자존심 접으면서까지 해야 하는 온갖 사회생활의 총체들이 빤히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런 사회생활의 총체 속에서 부모님은 또 당신들의 인생을 희생해 가정을 지켰고 자식을 키웠고 그 혜택을 고스란히 나에게 물려주셨다. 결국 나는 뭔가 겁쟁이처럼 미루고 도피하고 있어 여기까지 왔다. 내게 주어진 무언가를 지연하고 외면하며 스스로 합리화하고 있음을 딱히 부정하지 못하겠다.


역설적인 건 지금부터다. 사실 이렇게 홀로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는 시간이 좋다. 아마도 둘이 살며 부대끼다 보면 가지지 못했을 내밀한 성찰, 혹은 감미의 시간일 것이다. 그리고 어떤 이가 익명의 공간에 기대어 털어놓은 속내에 공감하고 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싶어 조그만 위로라도 느끼지 않을까? 기대하면 또 남모를 보람도 느낀다.


독신을 소재로 어느덧 쓴 글이 제법 된다. 아마도 나처럼 주변 지인들의 삶은 갈수록 달라지는데 홀로 제자리에 있는 듯한 당혹감을 느낄 분들이 많을 듯싶어 ‘동지애’ 적인 마음에 글을 적잖게 올렸다.


문득 올해도 그러지 않을까? 다소 불길한 마음에 달력을 보니 벌써 1월 한 달이 속절없이 나가떨어져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독신으로 산다는 것 21 '평양냉면이 먹고 싶은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