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 공감
퇴근길에 들린 커피 전문점.
빤히 보인다. 건너편 테이블에 앉아 있는 남자와 여자.
남자는 서른 초반. 여자는 이십 대 후반 혹은 남자는 이십 대 후반 여자는 이십 대 중반의 젊은 청춘.
남자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표정은 어두웠다. 휴대전화 한 번 확인하지 않고 팔짱을 낀 채 뭔가 골몰히 생각하는 듯했다.
여자가 왔다. 다소 차갑게 보이는 인상. 도드라진 화장과 검정색 투피스. 사회생활에 오랜 시간을 보낸것 같지 않았다. 여자는 다리를 꼬고 의자 깊숙이 앉았다. 긴장한 남자의 얼굴 표정.
남자는 여자에게 꽃다발을 전하고 상자를 주었다. 둘의 목소리는 위아래로 불안하게 출렁거렸다. 간헐적으로 들리는 대화. 내일은 여자의 생일. 남자가 건 낸 것 중에 하나는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 물건이란다. 여자의 습기 없는 목소리.
"내가 안 받으면 오빠가 버릴까?"
남자는 양손을 무릎에 넣고 어깨가 살짝 내려온 채 의자에 3분의 2쯤 걸터앉았다. 상체는 여자 앞으로 기울었다. 여자의 눈을 정면으로 보는 경우가 적다. 여자는 몇 차례 차를 마셨다. 여전히 등을 의자 뒤에 기댄 채 다리는 풀지 않았다. 꽃다발을 들어 보아도 표정은 무표정. 그리고 피식.
남자와 여자는 선남선녀. 둘이 어떤 관계인지 시끄러운 팝송과 섞여 불분명하게 들리는 대화로는 정확히 추측하기 어렵다. 다만 여자의 한 마디가 차갑고 선명하게 들렸다.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니고."
둘은 십여분 만에 자리를 떴다. 어색하지도 친밀하지도 않은 그 중간 즈음의 거리를 두고 남자가 앞에 섰고 여자가 뒤를 따랐다. 여자는 꽃다발을 안지 않고 뒷짐 진 손 아래로 쥐었다. 꽃잎 몇 개가 떨어졌다. 그 꽃잎을 사람들은 무심코 밟고 지나갔다. 점원이 발견하고 빗자루로 쓸어 담아 쓰레기통에 버렸다.
언제쯤일까.
나와 그 사람 사이에 놓였다가 사라졌던 말이 문득 떠올라 순간 주변의 온도가 하강했다. 그리고 찾아오는 기시감.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