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으로 산다는 것 6
'일상은 전쟁과 같고'

by 월영

1.

뉴스를 보면 한시라도 평화로운 적이 없다. 남북이 갈라진 우리나라는 전쟁의 위협도 감내하며 살아야 한다. 전쟁이 날 확률이 사실상 높지 않지만 긴장 분위기 자체가 스트레스다. 누군가와 으르렁 거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혈압이 높아지고 불안해진다. 그나마 다행은 만에 하나 전쟁이 나더라도 챙겨야 할 자식과 아내가 없다는 점이다. 부모님과 내 한 몸 어떻게 건사하면 된다. 독신은 이럴 때 분명 유리하다.


2.

전쟁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사는 게 전쟁이란 하소연이 굳이 과장은 아니란 걸 가끔 느낀다. 물론 누군가 죽여야 내가 사는 극단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심리적으로는 그와 유사한 극한 상황에 처할 때가 실은 점점 더 많아진다.


그 극한 상황에서 신기하게도 불가사의한 힘(?)을 발휘하는 이들은 유부남 들일 때가 많다. 도대체 왜 저런 언행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조직 내 상사도 알고 보면 집안에서 한없이 부드러운 아빠고 다정한 남편임을 알았을 때의 당혹스러움이란. 그들은 술잔을 기울이며 솔직함을 빙자해 이렇게 회유한다.


혼자 살면 내가 이러겠냐.


3.

독신이 힘든 건 바로 그런 순간들. 내가 지켜야 할 무엇이 나 밖에 없다는 자유로움과 또 그만큼의 허무함. 그것을 상대적으로 가벼운 무엇으로 여기고 자신의 책임감을 비교 우위에 놓을 때. 처자식이 있어봐. 뻔히 보이는 권모술수를 동원해 자신의 이권은 절대로 놓지 않으려는 이들. 아니 남의 권리마저 성과마저 자신의 것으로 착취해 조직 내 경쟁에서 살아남는 사람들. 그들의 심연에 있는 책임감 혹은 야수성을 마주칠 때 독신은 그들의 공격성에 무너지면서도 한편으론 그들에게 연민을 느낀다. 내가 피해를 입는 것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4.

업무로 정신이 없었고 뉴스에는 계속 불안을 조장하는 기사들이 빠지지 않고 흘러나왔다. 그리고 늘 그렇듯 별일 없는 것처럼 퇴근들을 하고 각자의 가정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유부남들은 오늘 무슨 생각을 하며 오늘의 뉴스를 보았을까. 전쟁 같은 세상에서 그들이 느끼는 책임감의 무게는 어느 정도 일까?


5.

둘이 사는 경우. 서로 합이 잘 맞으면 서로가 서로의 보호자가 된다. 나. 너 우리. 셋. 서로 합이 데면데면 해도. 나. 너. 둘이다. 서로 안 맞으면 나 죽고 너 죽는다. 혹은 하나만 산다. 그 과정에서 내상을 입는다. 그것에 비해 독신은 우리, 둘은 아니 되어도 너 죽고 나 죽진 않는다. 최악은 아니라는 이야기. 그렇게 최악이 아니라고 스스로 위안하며 버티는 날들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세상엔 그래도 최악보단 중간이 많고 중간보단 드물어도 최고도 있을 테니.


6.

아무도 없는 집. 센서가 작동해 자동으로 불이 들어오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순간 어둠이 녹아내리며 남겨 놓은 텅 빈 기운은 아마도 전쟁 후 모든 것이 폐허가 되었을 때 남아 있는 그 공기의 밀도에 100분의 1은 비슷할 듯싶다. 그 폐허의 기운을 지워낸 것은 혼자 사는 사람의 자유로움은 아니었을 것이다.


10년 전 결혼한 친구 녀석에게 뜬금없이 전화 걸어 괜히 안부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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