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가까운 후배 녀석과 치킨에 맥주 한 잔 마셨다.
-선배 요즘 변한 거 같아.
-뭐가?
-예전에는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고 또 술자리는 끝까지 남았는데 이제는 피하는 거 같아서.
-맞아 그런 게 재미가 없어 다음 날 피곤하기도 하고. 사람들이랑 얽히기가 싫어.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
'무소유'로 유명한 법정 스님의 말씀 가운데 인상적이었던 구절 하나다.
서른 중반쯤 그 구절을 읽었을 때 피식 웃음이 났다.
어느 때부터인가 내 모습이었다.
몇 년 전부터 사적인 통화를 할 수 있는 관계를 거의 만들지 않았다.
단 한 번의 연애를 제외하고는.
대신 SNS 등을 통해 지인들과 연락할 수 있는 채널은 열어두었다.
새삼스럽게 사람 관계, 혹은 인연의 의미를
복기한 까닭은 단순하다.
사람들을 안 만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날 찾지 않을 수 있다
문득 나 역시 어떤 이에게는 소진된 인연일 수 있다는 걸
유념치 않았단 생각이 들어서다.
그렇게 자취를 남기지 않고 인연을 소진하는 일도 나쁘진 않을 터.
호감의 총량을 서로 충분히 상쇄한 증거들이기도 할 테니
혼자 사는 일이란
이렇듯 누군가와 서로 나눌 호감이 점점 줄어드는 걸 감내하는 일.
만나고 헤어지고 그 반복되는 인연의 굴레를 벗어나
애초부터 옆에 있던 나 자신과 만남이 익숙해지는 과정
설령 둘이 있다 해도
피할 수 없는
내면과의 마주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