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의 재미나 아이들 커가는 보람을 나는 모른다.
누군가 나를 의지하고 혹은 내가 누군가를 의지해 세상의 풍파를 헤처 나갈 힘을 얻는 그 과정의 희로애락을 나는 모른다. 결혼기념일 혹은 자녀의 생일 이런 날에 누리는 소소한 기쁨을 알지 못한다. 가족이 있는 집. 그 집이 주는 책임감의 무게를 선뜻 측정할 수 없고 그 책임감이 때로는 가슴 깊은 곳을 지그시 누르는 행복의 주춧돌임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대신 홀로 사는 적요함이 나에게는 있다.
고요한 집에 앉아 아무런 생각 없이 정신을 놓고 있을 때 찾아오는 삶의 단순성. 내 호흡의 온전성. 시간의 깊이를 감지할 수 있는 여유가 나에게는 있다. 날이 좋아 푸르른 아침햇살이 창에서 들어오면 훌쩍 산에 다녀올 수 있는 자유가 있다. 나 외에 책임질 것이 없는 가벼움이 있다. 식구를 위해 감내해야 할 비루함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집안에서의 모든 일은 나만의 결정으로 이뤄진다. 가까운 이를 탓하거나 미워할 것도 딱히 없다. 나의 행동이나 생각은 내가 기준. 얽혀있지 않아 되레 별다른 욕망도 생기지 않는다.
이렇듯 따지고 보면 홀로 사나 함께 사나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서로를 부러워할 요인이 있고 서로가 안타깝게 느껴질 상황도 있다. 다른 방향의 길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개인의 선택에 따른 인생. 중요한 건 혼자 살거나 둘이 살거나가 아니라 그저 지금 각자의 행복. 누군가와 비교하지 않고 나를 되돌아보았을 때 느끼는 이 감정의 밀도와 온도와 채도에 슬며시 웃음이 나는지 아닌지의 여부.
남이 보지 않아도 홀로 미소 지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