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쿠 Apr 03. 2020

뒤돌아볼 시간이 필요한 당신에게
<찬실이는 복도 많지>

영화가 필요한 순간

영화계에 들어올 생각이 있거나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본 생각

'내가 정말 영화를 좋아하는 것이 맞을까?'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


이 영화는 우리에게

아무거나 하고 살아도 되지만

아무렇게 살지는 말라고 이야기한다


그 의문의 바탕에는

업계가 그만큼 힘든 것도 있겠지만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과

자신에 대한 막연한 불신이

깔려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우리는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것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사는 것일까?

한 마디로 하자면

나는 나를 얼마큼 아는 것일까?

'찬실'은 예술영화 PD로 일하며

다른 건 몰라도 평생 영화만은

함께라고 생각하던 인물이다

하지만 우연한 사고를 계기로

영화계에서 잠시 멀어지게 되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된다

씩씩하지만 조금 처연하게 말이다


찬실이에게 조금 섭섭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이 영화에 나쁜 사람은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녀를 저버리는 대표마저

절대 나쁘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찬실은 현실이 벅차고 힘들다

아마 살면서 처음으로 자신을

제대로 직시해야 하는 순간이 왔기 때문이다


영화는 그런 찬실이를

새로운 사건의 절벽으로 내던지지 않고

오로지 그녀의 속마음에 집중하고 따라가며

천천히 관망할 시간을 내어준다


그런 시간을 가졌기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새

이미 아득하게 한 단계 성장하여

자신과 함께 걷는 이들의 뒤에서

따뜻한 기도를 하는 사람으로 바뀔 수 있었다


찬실이도 나도

영화를 너무 좋아하다 보니

영화 속에서 삶을 찾으려고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결국 삶 속에

영화가 놓여있는 것이라는 걸

놓치지 않고 알려준다


이 영화의 비결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천천히 가지는 것

비록 소박하지만

소중한 것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


작가의 이전글 사랑의 추억조차 괴로운 당신에게 <이터널 선샤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