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필요한 순간
나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정말 좋다
"만화는 어린애가 보는 거 아닌가?"
"극장에서 애니메이션은 안 봐"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보기 위해
'평생을 바쳐볼까'라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니까
그중에서도 <인사이드 아웃>은
특별하게 애정하는 편인데
슬픔을 받아들이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기쁨이 슬픔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행복은 더 커진다
<인사이드 아웃>은
감정들에게 인격을 부여하고 들여다보는 내용이다
자칫하면 교육적이고 전형적인 이야기로
쉽게 변질될 수 있는 설정을
모든 감정은 자신을 위해 작동하는 것이라는
단 한 가지의 전제로 타파해낸다
자신을 사랑하는 건 어렵다
나는 나를 너무 잘 알기에
아니면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그 과신마저 탐탁지 않은 게 속마음이다
이렇게 자신을 미워할 수 있는 여지는 너무 많다
몇 번이나 영화를 돌려보며
특히 좋아하는 장면이 생겼다
바로 고된 하루를 겪고 악몽을 꾸는 '라일리'에게
'조이'가 강제로 행복한 꿈을 꾸게 만드는 장면
그 장면의 끝에서 '조이'는
내일도 행복한 하루로 만들어주겠다며 약속한다
이 장면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투쟁해온
감정의 소중한 뒷모습을 볼 수 있다
미운 생각도 슬픈 감정도
부정하고 싶지만 부정할 필요는 없다
그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방어 체계일 뿐이다
나라도 나를 사랑해줘야지
이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못난 자신을 사랑해줄 수 있는
가장 큰 파트너는 바로 결국 나이므로
미운 생각들도 못된 행동들도
감정들이 나를 지키기 위한 노력임을
상기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