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전 창업을 한다고 회사를 관둔 띠동갑 후배를 만났다. 후배는 잘생긴 얼굴에, 성격도 좋은데다가, 예의도 바르고, 학벌도 좋고, 집에 돈도 많다. 서른 셋이란 나이에 모든 걸 다 갖춘 보기 드문 후배였다. 이런 경우를 엄친아라고 부르는건가.
평소 준비했던 사업 중에 블록체인 관련된 사업 투자(ICO)를 기대 이상으로 받게 되어 회사를 급하게 관두고 사업을 한지 4개월.. 오랜만에 연락하여 회사를 들렀다. 처음에 그곳을 갈 땐 솔직히 '이제 막 시작하는 상황이니 많이 힘들겠지.. 사업 모델은 제대로 만들어졌을까? 힘들면 재입사하라고 말해야지'라는 걱정반, 기대반으로 그곳을 들렀는데..
나의 생각은 무참히 깨져버렸다.. 후배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성장해있었다. 회사는 벌써 3개가 운영되고 있었고, 최근에 인수한 법인 1개는 월 매출 20억의 성과를 내고 있었다. 블록체인 비즈니스도 학교 후배 중심으로 팀빌딩이 완료되어 플랫폼이 개발되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이미 직원 30명에 이르는 소기업으로 발돋움되었던 것이다.
인생선배로서.. 직장선배로서의 나의 조언은 아무 필요가 없었다. 그는 스스로 자립하였고 성장하고 있었다. 1년이 지나면 나보다 훨씬 강한 사업가로 성장해있을지도 모르겠다.
사무실을 나서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직장 선배로서.. 인생 선배로서 들이대는 잣대가 얼마나 부질 없는 것임을.. 직장이라는 틀 안에서 만들어진 잣대로 일을 잘하느니, 주도성이 없느니, 책임감이 없느니 이렇게 평가하고 타인의 잠재력을 건성으로 결론 내버리는게 얼마나 꼰대같은 짓임을..
나 또한 직장상사가 정한 그 잣대로 인해 한동안 내가 무엇을 잘 하고, 무엇을 책임지고, 무엇을 주도할 수 있는지 답을 찾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나이 들수록
나이든 사람에게 배울 게 아니라
나이 어린 사람에게 배울 수 있어야하는게 아닐까?
선배랍시고 가르치려 들지 말아야겠다..
후배의 건투를 빈다. 그리고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