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주도적 문제해결을 위한 발상법 -
발상(發想)의 사전적 유사어로는 “떠올리다”나 “구상하다”입니다. 두 단어의 공통점은 바로 발상과 유사어가 목적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머리 속에서 저절로 떠오르는 자연스러운 생각과는 명확히 구분된다는 것이죠. 무엇인가를 위해 생각해낸다는 목적적 의미로 비춰볼 때 발상은 문제 해결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즉, 아이디어의 발상에는 반드시 문제가 존재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해내고 구상해내는 것이 비즈니스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발상의 본질적인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문제해결 능력인 발상이 직장인에게 왜 중요한 것일까요? 흔히 직장인의 전문성을 언급할 때 직무 전문성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MD, PD, 기획, 개발, 마케터, 디자인, 아키텍처 같은 단어가 직무의 전문성을 대표하는 단어이며 초년 직장인들은 조직 내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직무 역량을 습득하고, 또 각자 나름대로 직무를 기반으로 커리어를 설계하게 됩니다.
조직 내에서 월급의 대가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직무 숙련도는 매우 중요합니다. 기업이나 비즈니스라는 거대한 생명체가 경쟁을 이겨내고 꾸준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이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직장인은 직무의 본질적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숙련될 때까지 ‘자신만의 나름의 방법’을 결합하여 숙련도를 높여가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필자가 판단하기에 그 시기는 과장~차장(직장 10년차) 시점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숙련도를 높인 이후에는 어디에 초점을 맞춰 커리어를 개발해야 할까요? 필자가 추천 드리는 역량은 바로 조직과 비즈니스에서 요구하는 문제해결 능력, 즉 발상 역량입니다. 문제해결 능력은 직장 경력에 상관 없이, 또 어떤 환경에 있느냐에 상관 없이 조직과 비즈니스 현장에서 인정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줍니다. 여러분은 직장 내에서 인식하지 못하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장 환경 하에서 비즈니스와 조직에는 끊임없이 문제가 발생합니다. 과거 우리나라의 고도성장을 이끌었던 Follower 전략 때는 선도사업자를 따라 하면 되었기에 비즈니스 문제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기주도적 문제 해결 역량은 숙련보다 중요하게 인식되지 않았죠.
그러나 불확실성이 높은 시장 환경에서는 문제를 빠르게 포착하고 이에 대응하여 해결해나가는 역량은 점점 중요성이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량을 ‘자기주도형 문제 해결’이라 하며 문제를 스스로 포착해내고 이를 주도적으로 해결해나가는 ‘자기주도형 인재’를 기업은 언제나 목말라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아이디어 발상 역량을 높일 수 있을까요? 필자의 경험을 기반으로 몇 가지 방법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시장에는 수많은 아이디어에 의해 제품과 서비스가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왜 어떤 제품은 쓰이고 또 어떤 제품은 탁월한 아이디어인데도 시장에서 사라지는 것일까요? 그 비밀에는 바로 제품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제품 아이디어라 하더라도 구매 고객이나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반짝하다가도 그 가치를 잃게 됩니다. 우리가 인지하든 못하든 우리의 일상에 둘러싼 수많은 제품들은 바로 우리가 가진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죠. 세탁기가 손 세탁의 노동과 시간을 줄여주고 건조기가 비가 오는 날 건조 문제를 해결해주고 빨래 속 먼지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처럼요. 이렇게 아이디어는 문제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문제 자체보다 아이디어에 너무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올바른 접근법이 아닙니다. 우리가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설사 본인이 아이디어를 못 낸다고 해도) 타인이 낸 아이디어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서는 아이디어 자체보다 아이디어가 풀어야 할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즉, 아이디어 발상 능력 = 문제 해결 능력과 동일하다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볼 때 아이디어 발상을 잘 하기 위해서는 문제와 가까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문제를 쉽게 발견하려면 여러분의 주변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의 일상 속에서, 여러분이 소속된 조직 속에서, 여러분의 업무 속에서 문제를 발견해야 쉽게 발견할 수 있고 문제 현상과 원인을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는 것이죠. 탁월한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그럴 싸해 보이거나 특별한 영역을 찾으려 하다 보면 훨씬 많은 에너지와 노력을 필요로 할 뿐 더러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찾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의도적인 목적을 가지고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비즈니스 문제 해결은 아이디어 발상의 궁극적 목표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조직이나 비즈니스 현장에서 문제가 쉽게 드러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문제를 외면하려는 경우도 있죠. 자신이 개입하면 수고스럽고 번거로우니까 ‘누군가가 해결해주겠지’ 라는 마음에 문제를 못 본 척하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를 해결해 가는 것은 인생의 숙제와도 같습니다. 문제를 외면한다고 문제가 사라지진 않습니다. 설사 이번 문제를 외면한다고 해서 당신에 주어지는 다음 문제가 더 간단하거나 예외가 되어주진 않습니다. 그러므로 주어진 환경에서 풀어야 할 문제는 직시하고 풀어나가는 게 좋습니다. 인류의 역사도 인생도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도전해야 한 걸음 더 진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직장이라는 공간과 업무에서 접하는 비즈니스 문제는 무엇일까요? 비즈니스 문제는 크게 조직 내 문제와 조직 외부 문제로 나뉠 수 있습니다. 특히 고객의 이탈이나 시장 점유율 감소, 시장 경쟁에서의 경쟁력 약화, 제품의 품질 저하는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죠. 그런데 정작 조직 구성원이 이러한 비즈니스 문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배가 가라앉을 수 있음에도 ‘설마 배가 가라앉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거나 ‘배가 가라 앉으면 다른 배를 타면 되지’라는 대안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비즈니스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순간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 발상은 생길 수가 없는 것입니다.
발상의 모든 시작은 문제의 정의이며, 그 다음은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것입니다. 그 후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정은 문제를 정량적으로 표현하는 것이죠. 정량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조직 구성원 간의 주관적 견해차가 발생할 수 밖에 없고 문제 해결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세우는 것 자체가 어렵게 됩니다. 즉, 문제에 대한 정량화는 주관적 인식을 객관화시켜 나가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제대로 정의되었다면 문제 해결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생각을 발상해야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한다고 해서 문제 해결 방안이 떠오르는 것은 아니죠. 특히나 회의실에 아이디어 회의한다고 일정을 잡아 팀원들이 다 모인다고 한들 뾰족한 해결책이 떠오르진 않습니다.
아이디어 발상 과정은 어떤 면에서 낚싯대를 던져 고기가 미끼를 물 때까지 참고 기다려야 하는 참 지루하고 답답한 과정이면서도 입질할 때의 짜릿한 손맛처럼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는 그 동안의 지루한 시간과 노력이 다 보상되는 듯한 쾌감이 느껴지는 과정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주구장창 책상 앞이나 회의실에 앉아있는다고 물고기가 입질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디어 발상을 위한 자극제를 줘야 사고를 촉진시킬 수 있죠. 그 과정에서 핵심은 바로 사물의 연결입니다.
아이디어와 사물의 연결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설명해주는 좋은 사례는 스티브잡스가 1996년 모 잡지 인터뷰에서 밝힌 창의성의 개념입니다. 스티브잡스는 창의성은 단지 무엇을 연결하는 것이며, 창조적인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들을 연결하고 합성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냈다고 말했습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마른 하늘에 번개가 치듯 갑자기 찾아오는 게 아니라 수없이 많은 경험과 지식, 그리고 사물을 연결하려는 시도 끝에 나온다는 의미인 것이죠.
한정된 지식과 경험은 연결할 대상의 수를 제한하게 만듭니다. 특히 주어진 업무에만 집중하고 한정할 경우 연결할 수 있는 사물 대상은 지극히 한정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자신의 경계선을 넘어서야 합니다. 특정 업무만 하고 있다면 회사 내 다른 조직과 다른 업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해야 하고, 회사 내에서 사업을 한다면 회사 밖의 업종이나 시장, 그리고 고객들을 많이 만나보고 들어봐야 합니다. 언론이나 컨퍼런스, 전시회를 통해서 새로운 기술과 방법론도 끊임없이 배워야겠죠.
그렇게 얻게 된 지식, 경험, 그리고 사물을 연결해내고 합성함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과정을 숙련되도록 습관화시키고 부지런히 연습해야 합니다.
지식, 경험, 사물의 연결을 통해 떠오른 아이디어는 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가설이 됩니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완벽하게 느껴진다고 한들 그것은 개인적인 주관에 기반한 가설일 뿐 그 가설은 실행을 통해 객관적으로 검증되어야 하죠. 그런데 문제는 가설적 대안이 떠오르는 순간 바로 실행을 통해 검증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그 가설적 검증이 100% 완벽하다고 확신할 수도 없습니다. 스스로 검증해보고 이를 실행을 통해 조직 내에서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시간과 자원이 필요하죠. 문제는 그렇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간으로 인해 머리 속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쉽게 까먹을 수 있다는 겁니다. 아이디어만 생각하기에는 우리의 일상이 너무 바쁘고 처리해야 할 많은 일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아이디어를 까먹지 않게 기록해둬야 합니다. 짧은 시간의 기록을 통해 추상적이며 관념적인 생각을 형상을 갖춘 구체적인 모습으로 묘사해야 합니다. 이런 생각의 실체화를 통해 더 나은 생각으로 발전시키고 한 걸음 더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죠.
아이디어는 갑작스럽게 떠오르기 때문에 기록을 통해 아이디어를 붙잡는 과정은 중요한 습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갑자기 떠오를 때 즉시 메모하는 것이 중요한데 필자는 스마트폰 어플 중 구글에서 제공하는 Keep이라는 어플을 활용합니다.
Keep 어플에는 아이디어의 중요한 키워드만 메모를 해두고 출근 후 종이노트에 옮겨 적는 것이죠. 필자는 4년 전 1,000가지 아이디어 노트를 만들기 시작해 현재까지 7권의 노트에 658개의 아이디어를 메모해두었습니다. 아이디어 노트는 1페이지 기획서 양식으로 아이디어 제목 – 아이디어 정의 – 발상 배경 – 기존방식 및 문제점 – 제안 방식이라는 프레임워크를 만들어 메모를 해둡니다.
이렇게 평소 떠오른 생각들을 꾸준히 메모하고 이를 업무에 활용함으로써 자기주도적 문제해결 역량을 높이고 있죠.
아이디어에 대해 맹신할수록 기발한 아이디어를 완벽한 문제해결 방법이라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필자와 같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사업을 직접 실행해보면 아이디어는 농사에 있어서 씨앗과 같다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농사의 결과를 가르는 것은 농부의 근면함, 날씨, 토지 등의 매우 다양한 요소가 존재합니다. 심지어 시장의 수요나 공급도 농사의 성공에 영향을 줍니다. 씨앗이 농사에 중요하긴 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아이디어도 사업에 중요하지만 사업의 성공을 결정짓는 유일한 요소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이디어는 실행을 통해 검증되지 않으면 하나의 가설적 생각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아이디어는 실행을 통해 수정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빠르게 실행해볼 수 있는 환경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실행을 통해 아이디어를 검증해보고 이를 반복해보면 아이디어 발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서 다른 이들이 ‘탁월한 아이디어’라고 인정할 수 있는 남다른 생각을 낼 수 있게 됩니다.
다음 편에서는 실제 아이디어를 어떻게 발상하며 어떻게 구체화시킬 수 있는지 드릴 다운(Drill down) 방법에 대해 사례를 들어 설명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