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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코치 Oct 07. 2018

꾸준한 메모 습관으로 생각을 디자인하라 #6

직장생활백서 44편

기업에는 인사, 교육, 복지 영역에서 크고 작은 프로그램이 존재합니다. 대부분 사규나 정책, 제도란 용어를 혼용해서 쓰기 때문에 획일적으로 프로그램이라는 용어로 통칭하기는 힘들지만, 정책 기획 단계에서는 대부분 ‘프로그램을 기획한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회사 내에 존재하는 이 프로그램은 고유한 조직 문화를 반영하면서 동시에 기업을 잘 운영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데 공통점이 있습니다.


필자가 다니고 있는 LG CNS도 임직원 교육이나 복지에 관련된 다양한 사내 프로그램이 존재합니다. 이것은 LG CNS만의 독특한 문화를 반영하면서 동시에 임직원들의 만족도에 크게 영향을 줍니다.



여러 가지 사내 프로그램을 접할 때마다 ‘만약 내가 저 프로그램을 새롭게 기획한다면 어떻게 바꿀까?’라는 질문을 던져봅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서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구상하죠. 물론 그 아이디어는 비평가로서 아무렇게나 내던지는 아이디어입니다. 아마도 그 프로그램을 기획했던 분은 제가 했던 고민 이상으로 많은 요소를 고려했을 것이고, 제 아이디어도 이미 검토했겠죠. 또한 일부는 실행해보니 실제 효과가 낮았을 것입니다. 



회사에서 이뤄지는 일 대부분이 그렇듯 수혜 대상자로서 별 고민 없이 누리는 것은 쉬운 일이나 그 대상과 혜택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를 실현한다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불평을 하는 단순히 수혜자 관점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기존 프로그램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이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할 수 있는 기획자 관점을 가져보는 것도 좋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사내 프로그램은 결국 임직원들의 참여자입니다. 그래서 참여자로서 개선되어야 할 포인트와 아이디어를 제시한다면 모두가 제대로 누릴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 될 것입니다. 또한 창업한다면 수혜자가 아닌 경영진 관점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이러한 관점 전환을 해보면 여러분은 다른 동료가 보지 못하는 관점을 가지게 됨으로써 한층 더 성장할 수 있겠죠.



그런데 문제는 이런 프로그램 기획이 상당히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그 이유는 비용이 명확하고 지속적으로 발생하지만, 비용에 대한 효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자칫하면 회삿돈을 함부로 쓰는 프로그램이라는 오명(?)을 받기 쉽죠. 그러다 보니 잘 기획된 프로그램도 비용 문제로 인해 사라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프로그램의 기획에는 경영진 설득 과정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셔야 합니다.



43편에서 ‘우산의 빗물 문제 해결’이라는 상품 기획의 관점, 즉 기업의 본원(사업)적 활동에서 비즈니스 아이디어 발상과 구체화 과정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이번 44편 글은 기업의 지원적 활동에 해당하는 사내•외 프로그램 기획 과정에 대해 ‘스타트업 몬스터’라는 실제 사례를 들어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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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받고 스타트업하자’ 스타트업 몬스터 프로그램을 기획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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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스타트업 협업을 위한 신규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스타트업과 협업하기 위한 Open Innovation 프로그램이 많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회사에서도 외부와의 협업 필요성을 인식하고 회사의 상황에 맞는 프로그램을 필요로 하게 된 것이죠. 그 프로그램의 기획과 운영의 역할이 제가 맡은 팀에 주어졌습니다.



프로그램 효과를 검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즉각적인 실행을 통해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확인해보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프로그램 실행에는 꽤 많은 비용도 들고, 많은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필수적이기에 무작정 실행해 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기획이라는 과정을 통해 프로그램 가능성을 검증하고 이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죠. 기획의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경쟁사나 타사의 사례를 그대로 해보는 것입니다. 



l LG사이언스파크에서 개최된 스타트업 몬스터 아이디어 피칭 행사로 접수된 363개 팀 중 우수팀 19개 팀이 사업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그런데 문제는 회사의 상황이나 내부 문화, 그리고 외부 환경이 너무나 상이하기 때문에 같은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해서 같은 결과를 가져다 주진 않습니다. 그래서 회사에 잘 맞는, 그리고 다른 회사와는 구별되는 프로그램의 기획이 필요합니다.



● 문화일보 언론보도 사례 ‘스타트업 팀원에 월급까지… LG CNS ‘파격 실험’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091801071921081001

이 프로그램이 실행되기까지 조사와 아이디어 발상, 논의, 보고, 협의 등 수많은 과정을 거쳐왔습니다. 그 과정 하나하나를 되짚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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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현실에 대한 조사와 객관적인 분석이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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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기획에 가장 중요한 것이 아이디어 발상 능력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기획을 제대로 하려면 현황을 조사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가장 기본입니다. 기존 유사 사례를 적당히 편집하거나, 탁월한 아이디어만 좇으면 결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없죠.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과정에서도 현황 조사에 가장 중점을 뒀습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항목을 중점적으로 인터뷰나 통화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조사를 했습니다.


대기업의 Open Innovation은 어떤 것이 있는가?

Open Innovation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는가?

Open Innovation의 장점과 문제점은 무엇인가? 



Open Innovation을 진행하는 타 기업 담당자와의 인터뷰도 진행했으며, 스타트업 투자 대행사, 대학교 창업지원단 등 실무자들의 인터뷰도 모두 진행을 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이런 시장 조사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이 지난한 과정을 거친 후에 나오는 지식이나 직관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하기 힘들죠. 기획에 있어서 가장 기본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벤치마킹 과정에서 프로그램 방향성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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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대상을 세분화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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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를 깊게 했다고 해서 좋은 컨셉이 떠오르진 않습니다. 오히려 현실을 너무 깊이 알아 막막한 경우가 생기죠. 이때 뭔가 생각을 떠올리기 좋은 방법은 바로 자신이 바라보는 대상을 기준을 가지고 쪼개어보는 것입니다. 흔히 스타트업을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다 보니 뭔가 동질적이면서도 유사한 것으로 보이지만 분야나 시기, 규모에 따라 세분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가 협업해야 할 대상이 구체적으로 보일 수 있죠.



시기라는 기준으로 스타트업을 세분화해 본다면 아래와 같이 나눌 수 있습니다.

①잠재적으로 스타트업을 생각하는 사람

②스타트업 준비를 하는 사람

③팀이 갓 구성된 스타트업 

④제품을 갓 생산한 스타트업

⑤외부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⑥사업적 성과가 크게 이룬 스타트업

⑦경쟁 심화•자금 부족으로 죽음의 계곡에 걸친 스타트업



여기에 아래의 조건이 부합 시켜봅니다.


좋은 사업 아이템이 있다 + 좋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자본을 필요로 한다 + 사업 경험이 부족하다.


그러면 이 조건에 부합한 스타트업 세그먼트는 ① ~ ④ 임을 알 수 있습니다. 곧 이번 프로그램이 집중해야 할 스타트업 협업 대상자들인 것이죠. 


그들은 궁극적으로 무엇을 원할까요? 많은 스타트업 대표와 인터뷰를 해보면서 개인적으로 이렇게 결론을 내렸습니다(주관적인 생각이라 틀릴 수 있습니다).



초기 단계라 회사 운영을 위한 자본의 여유가 없다.

사업 가능성을 더 보여주기 위해 제품•서비스 개발에 대한 욕구가 높다.

비즈니스나 기술에 대해 사업적으로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

외부 지분에 의해 경영권을 침해 받길 원하지 않는다(소규모 자본금으로 인한 문제).

진입장벽이 완전하지 않아 지적재산권 침해 가능성이 높고 그것을 우려한다.

일부는 장기적인 회사 운영보다 인수합병에 의한 매각을 원한다.

다양한 고객 대상으로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사업 검증을 원한다.



이러한 결론은 개인적인 직관이며 이에 대해 팀원들이나 리더와 많은 논의를 진행했죠. 그렇지만 다수의 인터뷰를 통한 직관이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데 있어서 큰 방향성을 제시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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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이해관계자의 관점에서 가설적 질문을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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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기획과 달리 프로그램 기획은 이해관계자를 고려해야 합니다. 의사결정자, 실행자, 대상자에 따라 관점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죠. 먼저, 가설적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이해관계자가 누구인지를 정의합니다.


의사결정을 책임지는 경영진

유관 지원부서(법무, 인사, 홍보, 경영기획 등)

스타트업 몬스터 프로그램 기획•운영팀

사내 사업 팀 또는 기술(이행) 팀

스타트업•학생

공공•사설 스타트업 육성•지원 기관(액셀러레이터, 대학 창업기관, 서울혁신챌린지 등)


프로그램의 방향성이나 컨셉, 그리고 필수적인 기준선(Baseline)을 세우기 위해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가설적 질문을 던져봐야 합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습니다. 



[의사결정을 책임지는 경영진 관점]

회사는 스타트업의 육성, 협업, 인수 등 Open Innovation을 해야 하는가?

프로그램 실행을 통해 회사나 각 조직이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인가?

손실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장치는 무엇인가?


[스타트업 관점]

투자의 조건으로 경영 간섭이 이뤄지지 않는가?

투자나 지원 혜택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가?

사업•기술 모방으로 지적재산권을 침해받지 않는가?


[운영조직 관점]

어떻게 스타트업에 홍보를 해야 하는가?

혜택을 받아야 할 기업이 혜택을 받는가?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이 될 수 있는가?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정의된 질문과 답변은 방향을 잡는데 중요할 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의 설득 과정에서 큰 영향을 미칩니다. 기획자가 아무리 자신의 아이디어나 생각에 확신을 하더라도 경영진의 납득과 스타트업의 동의 없이는 결코 프로그램이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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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계: 이해관계자의 관점을 공통적으로 만족시킬 최소한의 기준선을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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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기준선을 정의하는 것입니다. 이해관계자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충족하는 것이 좋지만 그것에는 감당하기 힘든 자본이 필요하거나, 상대가 수용하기 힘든 요건 사항이 필요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요건을 기준점으로 잡는 게 좋습니다.

기준선은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가치 제공 범위(Minimum Value)와 회사 관점에서 최소 기준선(Baseline)의 원칙입니다. 이 원칙을 반영한 프로그램 컨셉이 나와야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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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단계: 프로그램의 핵심 가치를 단 한 장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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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프로그램은 어떤 프로그램이어야 할까요? 단 한 장으로 표현하라면 아래와 같습니다.


좋은 아이템과 기술을 보유하셨는데 사업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망설이고 계신가요?

스타트업 몬스터를 통해 LG CNS와 함께 사업의 꿈을 이루세요!


[“월급 받고 스타트업하자” LG CNS 2018 스타트업 몬스터]


최장 6개월간 월급을 드립니다(인당 350만 원, 최대 3명까지)

프로젝트 공간, 개발 플랫폼, 식비를 제공해드립니다.

자율적 프로젝트를 보장해드립니다(주 단위 1회 정기리뷰 미팅).

사업 구체화를 위한 멘토 및 전문가를 연결해드립니다.

Round 2 종료 시점(6개월 후)에 상호 합의 시 지적재산권을 매입합니다.

지적재산권 매입 시 특별 전형 채용으로 사업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실제 LG CNS 블로그에 게시된 포스터입니다. 위 사항을 반영한 포스터로 제작이 되었죠. 

저 한 장의 이미지에는 이러한 긴 과정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이 일상에서 접하는 사내 프로그램 포스터도 이처럼 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 내면에 숨겨져 있는 오랜 고민과 설득 과정을 생각해보면 프로그램도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내 프로그램의 기획 컨셉 개발 과정을 다뤄봤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컨셉화된 ‘스타트업 몬스터’ 프로그램이 구체화되고 실행되는 과정에 대해 써보겠습니다.



글 l 강석태 책임 l LG CNS 블로거 [‘아이디어 기획의 정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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