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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코치 Nov 15. 2018

#9. 실전! 파워포인트 기획서 수정하기

8편에 걸쳐 파워포인트 문서의 작성 기법에 대해 설명 드렸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파워포인트로 작성된 프로그램 기획서를 살펴보고 실제 수정해 보려 합니다. 본 사례는 실제 독자가 검토 요청을 해온 사례로서 회사 정보를 노출하지 않는 범위에서 원본을 보여드리고 몇 가지 가이드에 따라 수정본과 비교해보겠습니다. 

[표지 수정 전] 



표현 1 : 여백을 균등하게 배분하라.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는 양식이 없기에 작성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래서 내용을 채우다 보면 여백에 신경 쓰지 않죠. 텍스트나 도형의 배치에 여백을 균형 있게 주면 훨씬 고급스러운 문서가 될 수 있습니다. 보고서 제목의 글자 크기를 24pt 정도로 줄인 후 상단에 여백을 더 주도록 배치해보세요. 


표현 2 : 불필요한 강조나 꾸미기는 삼가라


내부 보고서일수록 문서의 효율성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문서를 꾸미는 것을 삼가는 게 좋죠. 또한, 중요하지 않는 문구나 영역을 강조할 필요도 없습니다. 정작 중요한 곳에 강조를 못하는 경우가 생기죠.


표현 3 : 누구나 아는 것을 쓰지 마라.


보고서 표지에 제목, 날짜, 조직, 목차는 가장 기본적인 항목입니다. 일부 회사에서는 목차라는 타이틀을 반드시 명시하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 목차라는 것은 누구나 알죠. 그러니 실제 목차가 눈에 들어오도록 목차라는 말을 목차 페이지가 아닌 이상 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


또한 보고서의 내용이 1. 밖에 없는데 숫자로 1.을 표시하는 것은 무의미하죠. 글머리 기호나 번호 매기기는 최소 3개 이상의 항목을 표시할 때 쓰는 게 좋습니다. 또한 조직 밑에 표현하는 ‘/’ 도 불필요한 기호입니다. 여러분의 명함 조직명에도 ‘/’ 표시가 되어 있지 않죠.



[표지 수정 후]


추가적으로 비즈니스 문서에 다양한 글자 크기나 색깔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폰트의 크기는 24, 18, 16, 14, 12 정도로 제한하시고, 폰트의 색도 검정-진한 회색-연한 회색 중심으로 사용하시는 게 깔끔한 보고서를 만들 수 있는 방법입니다. 중요도에 따라 크기, 굵기, 색을 표현하면 자연스럽게 중요한 영역에 시선이 머물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해서 표지를 수정해보았습니다. 슬라이드 내 여백을 균등하게 배분하여 답답한 표지가 되지 않도록 만들고 메시지의 중요도에 따라 폰트 색깔을 다르게 사용하였습니다.  



[본문 수정 전]


본문은 문서의 표현뿐 만 아니라 논리적 구성과 데이터의 유무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우선 이해를 돕기 위해서 문서의 표현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표현 3 : 분류체계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문서를 보기 좋게 꾸미는 것에 치중하다 보면 다양한 도형과 색상이 사용됩니다. 왠지 있어 보이는 느낌도 들고 나름 ‘열심히 일했구나’라고 은연중에 표현하는 흔한 방법이죠.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내용이 강조되어 실제 문서의 목적인 상대방의 설득에 혼선을 준다는 것입니다. 명확한 메시지가 전달되어야 하는데 그 메시지가 표현 강조로 드러나지 않게 되는 것이죠. 



표현 4 : 난해하거나 상투적인 표현은 삼가라.


비즈니스 문서는 보고자의 지식을 뽐내는 게 목적이 아니라 소통이 가장 큰 목적입니다. 정례화, 제도화라는 단어는 대표적으로 상투적인 표현이죠. 너무 어려운 말을 쓰지 말고, 이 제도가 신입사원에게 꼭 필요하다는 것을 편지 쓰듯이 글로 표현해야 읽는 이의 이해도 쉽게 됩니다. 특히 많은 보고서에서 관습적으로 쓰는 ‘로열티 제고’와 같은 표현은 문서에 꼭 필요한 문구가 아니면 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 



표현 5 : 반복된 단어나 문장을 제거하라.


자료나 데이터가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슬라이드 공간을 채우기에 급급하죠. 그러다 보면 반복과 중복된 표현으로 넘쳐나게 됩니다. 슬라이드를 보시면 중복되거나 유사한 표현들이 자주 쓰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 전무(2번), 제도화- 정례화 – 체계화 유사 표현 중복, OO 직군 신입사원(2번), 신입사원 등이 반복해서 사용되죠. 데이터나 아이디어가 부족하다 보니 그럴 듯 한 표현들로 공간을 채우게 되고, 그럴 듯 한 표현이 리더의 설득에 꼭 필요한 내용을 가리게 만드는 것이죠. 



구성 1 : 프로그램이 왜 필요한지 납득시켜야 한다. 


연구개발 투자가 아닌 복지, 인사, 홍보 등의 사내 프로그램은 비용의 명확하게 발생하지만, 그 효과는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자칫 ‘돈 낭비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오명(?)을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경영진이나 회사 대표는 낭비성이라 생각되는 프로그램 승인을 잘 허락하지 않죠. 그렇기에 프로그램이 왜 반드시 필요한지 그 이유를 먼저 납득시켜야 합니다. 



위 문서에서는 프로그램을 해야 하는 이유가 대부분 ‘인사팀의 프로그램이 전무하기 때문’이라는 논리였습니다.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해야 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을 것입니다. 프로그램이 불필요하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하면 할말이 없게 되겠죠. 프로그램이 필요한 이유를 1) 기존에는 퇴사율이 낮다가 퇴사율이 급증했다거나(타사와 대비해서), 2) 경쟁사/또는 유사 기업의 프로그램 사례를 들어서 우리도 필요하다라는 식으로 풀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반드시 퇴사 추이와 관련된 데이터와 퇴사 원인을 분석한 통계, 인터뷰 등의 자료가 확보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어떤 데이터가 필요하고 어떻게 논리적으로 설득할지 스토리라인을 잡기 위해 보고 가상의 보고 상황 하에서 의사결정자가 던질 수 있는 질문과 그 순서에 맞춰 보고서 목차를 구성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이 Q&A 방식으로 스토리 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슨 보고인가? 

→ 최근 급증하는 신입사원 이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신규프로그램 OOO을 보고드릴 예정입니다.


최근에 신입사원 이직이 많아?

→ 5년간 동향이나, 경쟁사 대비 또는 업계 평균 대비 약 00% 증가되었습니다.


이직이 많아진 이유가 뭔가?

→ 퇴사자 인터뷰 결과 경쟁사 대비 낮은 임금(00% 수준), 직무 불만족, 조직 부적응 등이 주된 원인입니다.


어떻게 해야 낮출 수 있나?

→ 단기적으로 급여 인상이 필요하며, 직무 및 조직 문제 해결을 위한 신규 OOO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그 방법이 효과가 있나?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 유사사례를 분석해보고, 시뮬레이션 해보니 본 프로그램을 통해 00% 개선효과가 예상됩니다. 효과 검증은 반기 별 신입사원 설문조사의 만족도, 퇴사율 등의 수치로 주기적으로 체크하겠습니다.


누가하고 언제 하고 돈이 얼마 들지?

→ 인사팀 주도로 인력개발팀, 총무팀이 협업하여 진행하며 약 0억 정도의 비용이 예상됩니다.



위 질문에 대한 답은 회사마다 재무적 상황이나 경영방침에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가상적인 상황으로 써본 것입니다. 다만, 보고서의 목차는 상대방이 던질 수 있는 단계적 질문에 맞춰 자료와 목차를 준비하고 이에 대해 이해하기 쉽고 명확하게 답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필자의 이런 조언을 토대로 독자는 아래와 같이 보고서를 수정해서 보내주셨습니다. 




자료를 기반으로 정량적 분석을 하였지만 몇 가지 개선해야 할 점이 보이죠. 제가 볼 때는 1) 메시지를 너무 많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과, 2) 다들 아는 내용을 다시 썼다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이렇게 너무 많은 정보를 제공하면 보고서에 눈이 가지 않고 다시 보고자에게 내용을 다시 물어보는 상황이 생기게 됩니다. 



예를 들어 퇴사에 대한 비율이나 원인에 대해 정량적 분석을 한 점은 좋았지만 너무나 상세한 자료를 빽빽하게 넣다 보니 중요 핵심 메시지는 잘 보이지 않게 되고, 결국 보고를 받는 리더가 “퇴사 많은 건 알겠어. 그럼 방안이 뭐야?”라고 대안으로 넘어가자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상황은 상세하게 되어 있는데 방안은 몇 가지 되어 있지 않다고 하면 ‘구체적이지 않다거나 고민을 많이 안 했다’라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습니다. 상세한 사항은 추가적인 질문이 나올 때 답변할 수 있도록 별첨 자료로 만들어 링크를 걸어두는 게 좋습니다. 본 장표는 설득에 필요한 핵심 메시지만 간결하고 명확하게 작성하는 게 좋습니다.


 [본문 수정 후 – 구성 포함]



위 자료를 간결하게 압축해서 표현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수정된 문서에 대해 설명 드리면

수정 1: ‘신입사원’ ‘퇴사’ ‘퇴사율’과 같이 반복되는 단어나 문장을 줄였습니다.

수정 2: 중복된 데이터(테이블과 수치), 14~ 17년과 같이 반복된 말, 불필요한 단어를 줄였습니다.

수정 3: 입사 후 언제 퇴사하는지, 타사 전직의 사유 비율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넣었습니다.

수정 4: 메시지를 계층화시켜 중요도 순으로 만들었습니다.

수정 5: 서체(Font)를 단순화하여 검정/진한회색/연한회색, 굵게/일반으로 문서를 만들었으며, 강조하는 메시지는 굵거나 별도 색깔로 표시하였습니다.



이러한 문서 수정 과정은 파워포인트에 바로 문서를 만드는 것보다 노트에 몇 차례에 걸쳐서 밑그림을 그리는 게 좋습니다. 이번 블로그 원고의 샘플도 아래 그림과 같이 몇 번 고친 후에 파워포인트로 단 번에 옮긴 것입니다. 메모 습관은 생각을 구성하고 표현하는데 매우 중요하므로 꼭 밑그림을 그려보시길 바랍니다. 



Figure 1. 노트메모를 통해 내용 구성과 표현 방식을 고민하면 파워포인트 문서 만들기가 더 쉬워진다.



구성 2 : 퇴사의 본질적 원인을 찾아야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어떠한 문제든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이 있고 그 현상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이 존재하죠. 기업 내에서 발생하는 퇴사나 조직 갈등, 사업 위기도 표면에 드러나는 것과 근본적인 원인이 존재합니다. 흔히 퇴사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낮은 급여, 과중한 업무, 권위적인 조직 문화, 직무 불만이 본질적인 원인인지 본질을 가리는 표면적 이유인지는 실무자로서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퇴사 요소가 다른 회사에서는 없을까요?



퇴사의 근본원인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으면 결코 제대로 된 해결안을 낼 수가 없습니다. 실제, 퇴사 이슈에 대해 경영진 보고를 앞둔 인사업무를 맡고 있던 어떤 수강생은 퇴사를 줄이기 위해 ‘직원들의 유대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위해 동호회 활동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라는 방안을 발표한 적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물었죠. ‘하루 종일 직장상사에 치이는 대리가 저녁 시간까지 반납하면서 직장상사와 운동을 한다면 그는 정말 회사에 머물고 싶을까요?’ 그 질문은 그는 ‘아니요..’라고 답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단순히 보고를 위해서라기 보다 조직 내의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하는 소명의식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것이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석이 될 것입니다. 문서에는 그런 소명의식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마치 꼭 해결해야 할 자신의 문제인 것처럼요.



다음 편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신규사업 기획서를 쓰는 방법과 사례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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