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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코치 Feb 17. 2016

아버지를 닮고 싶지 않았다

가족사진을 들으며 2015년 12월 5일

김진호의 '가족 사진'이라는 노래에는 '아빠를 닮아있네'라는 구절이 있다. 아빠와 닮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했건만 아빠의 나이가 되니 아빠를 닮아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적어 내려간 글귀였으리라. 나는 아빠를 닮아있을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나이쯤 되어 나를 보니 아빠를 닮아있는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아버지는 내 나이 열살때 돌아가셨다. 10살이란 어린 나이였으니 어릴적 아버지에 대한 모습은 파편처럼 쪼개져있지만 늘 무섭고 두려운 존재였다. 몇 단어로 추린다면 폭력과 술이었다. 돌이켜보고 싶진 않지만 술에 취한 날이면 아버지는 어머니와 자식들에게 폭력을 휘둘렀고 어린 막내 누나와 나는 그런 아버지가 무서워 집 어딘가에 숨어있다가 아버지가 잠든 후에 방에 들어와 잠들었던 기억이 있다.

또 하루는 밤이 늦은 시간에 술을 사오라는 호통에 어머니는 나를 업고 막내누나의 손을 잡고서 시골 어두운 밤길을 걸어 술을 받으러 간적도 있었다. 아버지는 그렇게 무섭고, 싫었고, 무능력한 존재였다.  

그래도 한가지 따뜻했던 기억이 있다면 초등학교 때 소나기가 무척 내린 날 비를 흠뻑 맞고 집에 왔는데 안방에서 낮잠을 주무시던 아버지가 추위에 떠는 나를 이불속으로 끌어안아 주었던게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 아버지의 따뜻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사실 아버지가 그립지 않다.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을 만큼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봉인해왔다. 그리고 그 세월동안 난 아버지 같은 아빠가 되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수도 없이 해왔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연세 쯤에 나도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아빠로서의 나 자신을 하루에도 몇번이고 되돌아 본다. 아이들에게 난 좋은 아빠인가?



며칠 전 첫째가 갑자기 진지한 목소리로 묻는다. "아빠.. 나 말고 아빠는 뭐가 제일 좋아? " 처음에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해 "응? 무슨 말이야?'라고 되물으니 아이가 답답한듯 '아니.. 나 말고 아빠는 뭐가 제일 좋냐구~'라고 다시 질문을 한다. 그 질문이 너무 웃겨서 한참을 웃다가 ' 아빠는 지환이가 젤 좋아'라고 답하니 아이가 다시 '아니 그게 아니래도...' 또 하루는 아이와 스피드 퀴즈를 하고 있는데 난 수박을 염두에 두고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거'라고 질문을 내니 '나!!'라고 자신감 있게 첫째가 대답하길래 옆에서 듣고 있던 아내가 박장대소를 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지금껏 아이에게 '아빠는 너를 가장 사랑한단다'라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하루에도 수없이 말하며 쓰다듬어 주었다. 아이가 아빠의 사랑을 충분히 받는다는 것을 느끼고 확신할 수 있게 아이와의 시간에 몰입을 했다. 그래서 일까? 소소한 질문에도 아이는 아빠한테 가장 사랑받는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다행이었다.



삶에는 우리가 알 수없는 많은 우연들이 결과를 만들어내기에 내 아버지의 모습을 닮지 않으려 노력했던 시간들이 순전히 내가 얻어낸 결과는 아니었으리라.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하다라고 말할 순 없으리라.

지금까진 아버지처럼 되지 않으리라는 마음으로 살아왔다면, 그리고 그것이 아이에게 투영된 것이라면 이제 그것으로 부터 벗어나고 싶다. 구태여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우리 아이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두 아이 모두... 내 기억과 상관 없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내가 그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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