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위해 알아두면 좋은 얕고 넓은 지식
직장을 다니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 ‘저런 회사 다녀보면 어떨까?’라는 막연한 생각에서부터 ‘정말 열받는데 회사 옮기고 만다’라는 생각을 해보셨을텐데요. 이직은 ‘동경의 낙원’과 ‘불만의 도피처’로 항상 직장인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단어인 것 같습니다.
우린 어떻게 해야 더 좋은 직장을 선택할 수 있을까요? 직장인 신분인 저 조차도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참에 회사 옮겨버려?’라는 말이 머릿 속을 맴돌고 있는 분들에게 이직을 결정하기 전에 이직을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볼 수 있는 내용으로 써 보겠습니다.
지적 장애를 가진 외톨이 소년이 헌신적이고 강인한 어머니를 통해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하여 주어진 환경에 굴하지 않고 인생의 역경을 극복해 나가는 영화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 1994년)’를 기억하시나요? 영화의 장면 속에는 어머니가 검프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은 거야. 네가 무엇을 고를지 아무도 모른단다."
‘인생은 생각대로 되지 않으며 그러기에 일단 부딪쳐봐야 해’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이 말이 단순히 이직 문제만은 아니겠죠. 그래도 직장의 선택에 있어서 이 대사만큼 ‘선택’을 잘 표현하는 대사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예기치 못한 일들로 인해 삶의 굴곡이 생기는 것처럼 직장을 옮기는 일도 마찬가지겠죠.
우리가 이직을 함에 있어서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없기에 이직이라는 것도 초콜릿 상자에서 초콜릿을 고르는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저도 세 번의 이직을 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그냥 초콜릿을 고르는 것과 같았습니다. 이직할 회사도 알아보고 철저하게 이력서와 면접 준비를 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예측 밖이었습니다. 준비를 했든 안 했든 그냥 초콜릿 선택과 같았다고나 할까요?
한번 선택한 초콜릿은 쉽게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도, 초콜릿을 자주 고를수록 상자 안에 남은 초콜릿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도 이직과 많이 닮았습니다. 세상에 수많은 직장과 직업이 있지만 어느 누구도 마음껏 직업과 직장을 옮길 순 없습니다. 우리가 직장을 초콜릿처럼 고르듯 회사도 우리를 초콜릿처럼 고르기에 우리가 초콜릿을 많이 고를수록 회사는 우리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직은 기본적으로 ‘손해 보는 장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선 현재 직장에서 만든 많은 자산을 버리고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산이라는 것은 회사 업무를 위한 프로세스나 정책, 회사 또는 거래처와의 관계, 그들과의 신뢰, 현재 직장의 비즈니스 구조나 업종에 대한 지식 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 초년생일 때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네트워크나 자산의 가치를 잘 모르는 경우가 있죠. 그러다 보니 ‘이직하는 회사에서 다시 만들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일정 부분 맞는 말입니다. 그 곳에서 만든 자산도 나름의 가치가 있죠. 그런데 이직해야 하는 회사에서 그런 자산을 구축하는 데는 꽤 많은 노력과 시간이 요구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항상 성공적일 수 는 없습니다. 동시에 직장 상사나 동료들로부터 인정받기 위해선 절대적인 시간도 필요합니다.
이런 이유로 충분한 준비 없이 이직을 했다가는 이직한 회사에 적응하지 못해 다시 회사를 옮기는 악순환의 고리에 걸려들 수 있습니다. 그런 악순환의 고리가 이력서에 남아있게 되면 초콜릿 선택의 기회는 줄어들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최악의 경우 업종을 떠나 직업 자체를 바꾸는 상황이 생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이직 욕구가 마음에 자리 잡는다면 이직을 선택함으로써 먼저 자신이 손해를 보게 된다는 생각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다 보면 이직 자체가 신중할 수 밖에 없고 이직을 위한 준비가 철저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직에 대한 욕구가 마음 속에 요동치게 되면 현재 직장이 마치 지옥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되죠. 그런데 알아두셔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이직을 하려는 회사나 조직도 반드시 좋은 곳이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죠.
상식적으로 생각해봅시다. 연봉도 좋고 복지도 좋으며 조직 문화가 좋은 곳을 누가 그만두겠습니까? 좋은 직장을 그만두려는 사람은 드물고 그런 직장에 들어가려는 사람은 줄을 서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직장에서 자리가 생겼다면 그리고 그곳에 입사한다면 얼마나 행운일까요? 채용 시장에 그런 기회는 극히 드물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공석이 생길 땐 이런 행운의 자리보다는 규모가 갑자기 커져서 사람이 필요하거나 그 자리가 힘들어서 누군가가 뛰쳐나가 공석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회사나 조직 내에 인력 변동이 많다는 것은 사업이 아직 안정화되어 있지 않거나 조직이 불안정해서 발생하는 것이며, 이는 잠재적으로 조직 구성원들이 업무 때문에 힘들어할 수도 있고 상사와의 갈등으로 인해 그만두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죠.
그러므로 큰 기업이든 작은 기업이든 이직의 자리가 생겼다고 해서 좋은 자리라는 기대는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내가 선 자리가 진흙탕이라 하여 저 언덕 넘어가 꽃밭일 수는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진흙탕에서 진흙탕으로 갈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죠.
직장 상사나 회사에 불만이 생기면 동료들과 함께 회사 욕을 하면서 동조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술자리나 흡연실이 그런 대표적인 장소죠. 그런데 흔히 빠지는 오류가 바로 ‘내가 그만두고 나서 회사가 잘 돌아가나 보자’는 마음일 것입니다.
제 경험으로 비춰 봤을 때, 결론적으로 직원 하나 나가도 ‘회사는 잘 굴러간다’입니다. 개개인에 영향을 받지 않게 만들어진 것이 조직입니다. 특정 개인에 영향을 받는 조직이라면 여러분이 회사를 나가기 전에 조직이 와해되었을 것입니다.
회사에 복수하듯 ‘잘 돌아가나 보자’는 마음이 들었다면 그런 마음을 빨리 접는 게 좋습니다. 이직하고 나더라도 잘 돌아가는 회사를 보면 허탈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자리는 여러분이 떠난 회사로 이직하려는 누군가에 의해 빠르게 채워지게 됩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소망대로 회사가 잘 안되는 것은 결코 본인에게 득이 되지 않습니다. 이력서에 남아있는 그 회사가 잘되고 번창하는 게 여러분의 커리어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망하거나 사라진 회사를 다닌 직원보다 잘 나가는 회사에서 온 직원이 경영자 입장에서는 더 가치가 높은 법이거든요. 그래야 여러분이 이직을 하더라도 이전 회사 덕을 보게 됩니다.
회사에서 사람들을 떠나게 만드는 이유 중에 하나가 조직 문화나 경영진의 문제를 빼놓을 순 없습니다. 또한 업무 과부하도 대표적인 이직 사유 중의 하나죠. 이유야 어떻든 간에 이직을 한다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봐야 합니다. 이직의 이유가 ‘이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서인지?‘ 아니면 ‘성장과 도전을 위해서인지?’를 스스로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처해진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경우가 많죠. 직장 상사와의 갈등,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불투명한 미래 등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들로 인해 이직을 선택합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회사를 옮기더라도 다시 직면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때도 회피할 순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몇 번만 반복되다 보면 벗어나는데도 한계에 도달하게 됩니다. 여러분이 회사를 창업해도 이런 문제에 직면하게 되죠. 물론 경영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문제겠지만요.
결국 어떤 문제든 조직 내에서 풀어야 하는데 처한 현실에 대해 불평불만만 하다 보면 해결을 하는 능력이 생기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도피성 이직이 습관이 되어버려 문제의 근본 원인이 조직인지 자신인지 전혀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가게 됩니다.
이직 면접 자리에서 ‘이전 직장의 문제’를 너무나 당연한 이직의 사유로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전 직장을 욕하는 직원을 채용하고 싶어 하는 회사는 없습니다. 어떤 조직이든 문제가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 성과의 부진, 조직 문화, 낮은 연봉과 복지, 경영자의 잘못된 경영 지침 등 수많은 문제들이 조직에서 발생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직원들의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고 이것에 민감하게 반응해 불평을 토로하는 직원들이 생기게 되죠. 만약 면접 자리에서 이전 직장의 문제점 만을 지적한다면 채용하려는 경영자 관점에서는 ‘우리 회사에 들어와도 불평만 늘어놓겠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면접 자리에서 그 어떤 명분이 있더라도 이전 직장을 욕하는 것은 ‘저를 뽑지 마세요. 이곳이 마음에 안 들면 또 옮길 거예요’라고 선언하는 꼴이 됩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는 근속 연수가 꽤 높은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동료들 중에 15년 이상 회사에 다닌 분들이 많죠. 이직을 세 번이나 해본 입장에서 한 회사에서 15년 이상 장기근속을 하신 분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편으로는 부럽기도 하죠.
그런데 이분들에게도 나름의 고민은 있습니다. 오래 다니다 보니 이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는 것입니다(물론 그분들이 이직을 희망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이직의 경험이 없다 보니 부득이한 상황이 닥쳤을 때 이직에 대한 두려움이 이분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죠.
15년 넘게 똑같은 출근길, 지하철 출구 번호, 회사 출입문, 익숙한 사무실과 동료들, 그리고 해야 할 일, 이 모든 것들이 하루아침에 낯설게 바뀌는 것 자체가 사막에 홀로 남겨진 듯한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7년 차가 되어가는 저도 그렇게 익숙한 것과 이별한다는 게 가끔은 막막하게 느껴지니까요.
그런 면에서 볼 때 어쩔 수 없이 이직을 택하게 되기 전에 ‘새로운 치즈를 찾아서’ 이직을 해보는 것도 정체되어 가는 자신을 모험 속에 내던져 새로운 자극을 가하는 방법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듯 영원한 직장은 없습니다. 가끔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보고 ‘앞으로 내 일자리가 이렇게 될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해보세요.
초콜릿 상자 속에서 초콜릿을 고르듯 직장도 단맛일지 쓴맛일지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인생의 모든 과정이 그렇듯 힘겨운 직장이라 걱정해도 막상 들어가서 생활해보면 그 조직만의 장점이 보이게 됩니다. 십여 년의 직장 생활과 과거의 직장 생활을 돌아보니 좋은 직장도 있었고 힘들었던 조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속에서 저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모든 것을 직장 탓으로 돌렸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탓해도 나아지는 것은 없더군요. 직장 환경을 탓하는 것보다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고민하고 노력했더라면 하는 후회도 듭니다. 왜냐하면 저 스스로는 떳떳하게 최선을 다했는지 되묻는다면 ‘그렇다’라고 확언하기가 힘들더군요.
그래도 이직을 통해 좋았던 경험과 나빴던 경험 모두 겪어보니 이렇게 이직에 대해 글을 쓸 수 있게 되네요. 좋은 경험만 있었다면 결코 이런 글을 쓸 생각을 못했겠죠. 그런 면에서 볼 때 이직을 잘했든 못했든, 좋은 직장이든 아니든 길고 긴 직장 생활의 관점에서 보면 ‘그것 또한 인생의 좋은 경험이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도 어쩔 수 없는 선택지로서,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서 이직이 여러분의 삶에 좋은 경험이 되시길 바랍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직 준비의 핵심,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쓰는 법’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글 ㅣ 강석태 차장 ㅣ LG CNS 블로거 [‘아이디어 기획의 정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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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예비 직장인을 위한 직장 생활 백서' 연재 현황]
[1편] 직무에 대한 이해
[2편] 직무는 사업에 의해 결정된다
[3편] 직무가 직장 생활을 결정한다
[4편] 직무 개발 방법_점을 연결하라
[5편] 조직이란 무엇인가
[6편] 직장 상사가 곧 회사다
[7편] 기업의 조직 문화
[8편] 직장 생활과 보고
[9편] 직장인에게 보고가 왜 중요한가
[10편] 보고를 잘하기 위한 방법
[11편] 보고서를 잘 쓰는 법
[12편] 직장 생활과 이직
[13편] 이직에 대해 알아둬야 할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