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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팔이오 Sep 12. 2020

6.13.3. 2020년 제4회 청수콘서트

강남구청역 TOZ에서 ZOOM으로 개최

   6.13.3. 2020년 9월 12일, 제4회 청수콘서트


  올해 제4회로 개최되는 청년수의사 콘서트에서 주최자겸 Tract 1의 사회를 맡게 되었다.  진행과 함께 중간중간에 시간이 날 때마다 학생들이 미리 제출한 질문 내용에 대하여 강연자와 함께 얘기하려고 답변을 준비하였다.  그러면서 올라온 질문을 보고 느낀 것은 학교에 '학교탐방'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오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질문과 수의과대학 학생들의 질문 내용이 유사하다는 것이었다.  


  '왜 수의사가 되고자 수의학과에 입학했는가 ?'가 그 첫번째 질문이다.  많고 많은 직업 중에서 왜 수의사를 선택한 것인지 궁금한 것이다.  미래의 진로를 결정하고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질문이다.  다음으로 수의과대학 학부생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것은 '수의사로서 진로선택의 시기와 기준은 무었이었는가 ?'이다.  수의학과에 입학하였으니 그 다음 단계로서 궁금한 것이다.  그 이외에도 여러가지 세세한 질문이 있으나 오늘은 이런 질문들의 경향과 이유가 궁금해졌다.


  당면한 본인의 문제는 '졸업하고 무엇을 할지'이다.  졸업하고 수의사로서 어떤 일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은 현재의 한국 상황에서는 행복한 일일지도 모른다.  할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수의사로서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그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보다 수월하게 수의사 시장에 진입하여 워라밸을 유지하면서, 효율적으로 일하고 싶은 ‘90년대생 수의대 학생들'의 질문으로 보인다.  여러가지 선택사항 중에서 실수없이 가장 좋은 선택을 하고 싶은 고민이 느껴진다.  


  진로선택을 할 때에는 다른 사람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지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경험해보지 않은 미래를 혼자서 예측하기 어렵다보니 불안할 것이다.  당연히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경험은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다르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중학교에서 배운 지구과학 내용 중에 나온다.  '별의 겉보기 등급과 실제 등급은 차이가 있다'.   결국 본인이 부딪혀서 느껴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해보고 나서 '이것도 재미있는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반대로 '이건 나하고는 안맞는 것 같애'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어떤 결과가 나타나더라도 본인의 결정과 행동에 대한 결과만이 나의 온전한 것이 될 수 있다'.


  또한, '학부과정을 마치고 대학원을 진학할지'에 대한 질문도 많다.  수의학이 발전하다보니 전문화가 진행되고 있고, 졸업 후에도 끊임없이 공부하여야 한다.  모든 영역을 따라갈 수 없다보니 한 분야를 특화하여 공부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하여 더 공부하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것 같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언제라도, 대학원의 진학여부와 관계없이 졸업 후에는 학부생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수의사는 죽을 때까지 공부하여야 하는 직업이다.  매일 매일 발전하는 지식과 정보는 하루를 거르면 금방 표가 나게 되어있다.  학부생때 배운 지식으로 평생을 살아갈 수 있는 수의사는 없다.  있다면 '우물안 개구리 수의사'일 것이다.  


  졸업 후에 진로를 결정하는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연봉이다.  진로를 선택할 때 받게 되는 자신의 연봉이 자신의 가치를 대변해준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그러나 돈보다 자신이 좋아하고 재미있는 일을 해야 한다.  돈은 지속시간이 짧아서 이직을 자주 하게 된다.  속칭 지금 잘 나가는, 연봉을 많이 주는 진로를 선택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사회가 변한다.  그러면 다시 연봉을 많이 주는, 잘 나가는 진로로 갈아타고 싶어진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이고 실제로도 크다'.  지금은 별볼일 없는 일이지만, 재미있고 좋아하는 일은 오래동안 할 수 있다.  오묘한 재미를 느끼면서 성취감을 느끼다보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있다.  불모지를 개척하는 것도 흥미롭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은 나에게 올 기회의 빈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자기개발을 위해 책을 추천해주기를 원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활개치는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자기개발을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수의사로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은 '총, 균, 쇠'가 아닐까 한다.  역사, 생물학, 사회학, 정치학, 의학, 종교, 문화 등의 많은 정보를 역사적인 시간을 통하여 광범위하게 평가하면서 생각해볼 수 있다.  수의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를 추천하고 싶다.  '기생충 펀팩트'라는 팟캐스트를 같이 운영하고 있는 정 준호 박사의 저작이다.  기생충들에 대한 다양하고 세세한 정보도 좋지만, 책의 뒷부분에서 보이는 개인적인 성품과 사회적 역할에 대한 생각이 마음에 와 닿았다.  기생충은 죽여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라, 같이 공생하며 상부상조하는 동반자이다.  최근에 읽은 책으로는 '수의미래포럼'에서 같이 읽게 된 'Principles (원칙)'이라는 책이 현재의 내 생각과 가치관을 반영해주는 듯 하여 반가웠다.


  다양한 질문에 대한 얘기를 한 마디로 마무리하자면, 학부생 때는 '부딪혀보고 실패를 통하여 배우라'는 것이다.  누구나 실패를 원하는 사람은 없지만, 매번 성공할 수는 없다.  타율이 좋다는 유명한 야구선수의 타율도 3할이 기준이다.  10번 시도해서 3번 성공하는 것이다.  우등생들은 실패가 두려워서 실패하지 않을 듯한 일만을 시도하는 듯 하다.  그러니 늘 성공하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에서의 생활은 성공할 듯 한 일에만 도전할 수는 없다.  30% 성공이면 잘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멈춰서서 고민하지 말고, 선택하여 나아가는 것이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고 각 단계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다.  모든 경험에서는 배울 점이 있다.  모든 사람들이 늘 옳은 선택만 하는 것도 아니다.  오늘의 강사들도 여러가지 선택의 경험에서 실패와 성공의 결과를 거쳐 온 분들이다.  실패가 성공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뿐, 성공은 실패라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다른 말로는 성공의 합이 실패의 합보다 약간 많을 뿐이다.  이러한 결과는 무엇인가를 시도하여 얻은 경험의 결과라는 것이다.   


  우리는 실패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실패를 하면, 실패의 원인을 파악하고 실패하지 않도록 대안을 만들 수 있다.  그러한 내용을 주위의 사람들과 같이 공유함으로써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학교에 있는 입장에서는 학생들 및 동료수의사들과 같이 나의 실패를 공유하므로써,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게 된다.  결국 대상이 되는 동물의 고통을 감소시켜줄 수 있고, 보호자와 수의사도 행복해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교육개선과 복지실현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 된다.  더불어 수의사의 자살률도 낮아지기를 기원한다.    


  좋은 사람들 주위에는 좋은 사람들이 모이나보다.  2020년 제4회 청년수의사 콘서트는 좋은 사람들이 많은 학생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개최되기를 기대해본다.  


  추신: 갑자기 청수콘서트의 연자로 나설 것을 강요받은 (?) 신 동휘 선생이 귀중한 의견을 더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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