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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팔이오 Feb 14. 2021

8.2.1.7. '동물에 대한 인간의 예의'와

'살리는 일'을 읽고

1. '동물을 좋아하는 마음을 넘어 우리에게 필요한 것'


 신간 안내 메세지에 나타난 제목이 눈에 띄었다.  저자는 이소영, 또 동명이인이었다.   15살 포로리 (시쭈)와 6살 보노의 보호자란다.  나도 15살 시쭈의 보호자인데... 호기심에 바로 구입.


  읽어가면서 저자가 느낀 내용이 가슴에 와 닿는다.  '세상의 변화는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믿는다.'  '역사의 흐름은 뒤로 돌아가는 법이 없다.'  '옆에 있는 사람이 느끼는 부끄러움과 수치심도 읽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동물들의 마음은 어찌 그리도 깊이 헤아릴 수 있는 것일까.'  무지무지 공감된다.   평소에 느끼던 내 생각을 이렇게 대변해주는 저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특히나 동물에 대한 배려와 인간에 대한 배려가 연결될 때 더욱 중요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신이 '도덕적'인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죄책감 없이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도덕적 허가 효과 (moral licensing effect)라고 말한다.  부디 동물을 위한 하나의 도덕적 행위가 또 다른 비도덕적인 행위를 허용하는 일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상처 없이 변화를 이뤄내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타인에 대한 폄하와 조롱 없이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수의사로서 이런 얘기를 들을 때면 뜨끔뜨끔하다.  그래서 더욱 노력 중이다. 


  '시스템의 미비로 고통받는 것은 언제나 가장 약한 자리에 있는 존재들이다.'  동물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문장이다.  '그렇기에 '유기동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방향을 바꾸고 크기를 조금 더 키울 필요가 있다.  애니멀 호더 이슈는 사회가 방치하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도 함게 살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소수 동물보호단체의 힘만을 동력으로 삼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결국 사회의 약자들에 대한 배려는 사람과 동물을 가릴 때가 아니다.  벌써 늦었으니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이것만은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에 대한 일말의 관심도 없이,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충분한 고민도 없이 누군가에게 분노를 쏟아내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 말이다.'  평소 '보다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노력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던 나에게는 이말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되고, 또는 이러쿵저러쿵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의 말에 백번 공감한다.  맞다.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옳기 때문에' 변화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세상의 변화는 몇 명의 히어로가 가진 힘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의지가 모이는 곳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나부터 이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 COVID-19와 관련된 내용과 연결된 내용도 심오하다.  지구의 생태계 내에서 '자연에 누가 더 해를 끼치는 존재인지는 결국, 자연이 대답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유해동물 1순위는 Homo Sapiens.'  생태계 내에서 활개치는 Homo Sapiens는 자신도 생태계 내의 일원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 하고, 생태계를 관리하는 신과 같은 존재로 생각한다.  자연은 결국 균형을 유지하기 위하여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 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Homo Sapiens의 독선이 너무 앞서나가지 않기를 바란다.  


  요즘 진료를 하다가 느끼는 것은 반려동물의 이름에 성 (family name)이 붙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어떠한 동물에게 자신만의 '이름'이 있다는 것은 다른 동물들과 구별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인간은 동물의 '이름'을 짓고 부름으로써 동물을 '의인화'하고 사람과 같은 (person-like) 지위를 부여하게 된다.  또한, 인간은 자신의 반려동물이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해도 적극적으로 말을 걸며 '의사소통'을 시도한다.'  게다가 반려동물의 이름에 성을 붙인다는 것은 이제 진정한 가족의 일원으로서 반려동물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사람과 개의 관계에 대한 부분도 마음에 든다.  '개는 '공포를 느낄 때,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몸이 아프거나 보호해야할 새끼가 있을 때, 사냥감과 같은 움직이는 물체를 쫓기 위해' 사람을 물 수 있다.  ... 세상에 '물지 않는 개'는 없다는 말이다.  '개'는 그럴만한 상황이 되면 누구라도 물 수 있다. ...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동물로 발생하는 문제는 대부분 '사람들의 문제'라는 것이다.'  결국 반려동물인 개에 대하여 잘 모르기때문에 '우리 개는 물지 않아요'와 같은 생각으로 아무 대책없이 산책을 나가고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면서 제안한다.  '평화로운 일상은 목소리가 큰 자들이 아니라 '상식'을 지키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주어져야 한다. ... 중요한 건, '배려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다.'  문화수준이 한 단계 상승할 때에 널리 공유하여야 할 부분이다.  이제 우리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가 되었다.   


  실효성 있는 제안도 있다.  '오랜 시간 공부를 하며 느낀 건 이론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현장은 힘이 없고, 현장을 알지 못하는 이론은 공허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책상 앞에 앉아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실제 현장을 아는 것이 중요했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지내면서 항상 하는 얘기다.  책만 가지고 배우는 진료가 의미없음을.  실제 해보고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수의학적인 체계와 관련된 내용에도 감사한다.  '행정안전부에서 제공하는 재난 대응 매뉴얼에 "가족 재난 계획에 동물을 포함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반려동물은 대피소에 들어갈 수 없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부 시군에서 대형 산불 등 재난 시 동물을 구조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을 시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앙정부차원에서의 계획은 나오지 않는 실정이다.'  이전 강릉에 산불이 났을 때 현장을 방문한 동료가 제안하여 시작된 일이 산불의 후유증이 잦아들면서 같이 잦아들었다.  언제 다시 그런 재난이 발생할 지 모르기에 지금 준비를 해야 한다.   


  자신의 생각도 담담히 밝힌다.  '동물 운동의 최전선에서 인생을 걸고 투쟁하는 것은 분명 가치 있는 일이지만, 모든 사람이 활동가가 될 필요는 없다.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한 걸음씩 나아가 시야를 넓히면 된다.  나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있다.'  맞다.  나는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실천하면서 주위의 동료들과 공유하고 학생들에게 전수하고자 한다.  '스스로 할 수 없는 일들을 고민하는 것보다 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하는 편이 훨씬 낫다.  동물을 좋아하지만 실천이 어렵기만 한 사람들이 완벽하지 않은 한 걸음을 내딛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 이제부터라도 차근차근 시작하자. 


 다양한 경험에서 나오는 합리적인 대안이다.  관련된 일을 하면서 내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이런 분이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2. '동물권 에세이' 


  '동물에 대한 인간의 예의'로부터 받은 느낌을 정리하던 중, '동물권 에세이'라는 부제를 단 '살리는 일'이 눈에 띄였다.   저자는 박 소영.  성은 다르지만 이름이 같다.  10년 차 기자이자 5년차 캣맘.  서울시와 경기도 고양시 중성화사업에 참여하면서 만나는 캣맘들과 같이 세세하게 배려해주는 저자이다.  저자가 겪은 길고양이와 개들에 대한 경험을 진솔하게 기록해주었다.  


  10여 군데의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며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힘이나마 누군가를 위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살리는 삶'을 살고 싶다.  '나는 자주 생각한다.  옳은 일을 하는 것이니, 무언가를 요구하면서 미안해하지 말자고.  그리고 노력한다, 미안해하지 않으려고.  이런 것마저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이 어떤 때는 서글프게 느껴지지만.'  '다른 생명의 목숨줄을 밟고 그 위에 서서 숨 쉬는 것은 멈춰야 한다.  어디서 시작해야 할까.  바로잡을 수 있는 사람은 당신과 나뿐이다.'  


  동물이 학대받지 않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  하는 일이 달라도 결국 지향점이 같다.  다른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분들이 계시니 나도 다시 한 번 힘내서 움직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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