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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팔이오 Feb 22. 2021

'밥보다 책'과 '쾌락독서'를 읽고

8.5.31., 8.5.32.

8.5.31. 밥보다 책 (2021.02.13. 02:13):


  '일상이 허기질 때'에는 '밥보다 책'이라니!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다.  얼른 장바구니에 넣고 주문!  바로 다음날 문앞에서부터 읽기 시작했다.


  여러가지 스토리와 함께 적절한 책을 소개하고 있다.  그 중에 공감하는 이야기가 여러가지 있었다.  


  '남자, 어른, 아버지, 신사'라는 주제에서 <앵무새 죽이기>의 주인공 애티커스 핀치가 아이들에게 해주는 말.  '"수백 년 동안 졌다고 해서 시작하기도 전에 이기려는 노력도 하지 말아야 할 까닭은 없으니까."  사는 것이 녹록지 않은 나이 많은 아버지를 든든하게 받쳐준 것은 바로 나중에 아이들이 자라서 이 일에 대해 결코 부끄럽지 않은 마음으로 돌아볼 수 있게 되리라는 확신이었다.'  한 가지 일을 진행하면서 본인만이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에까지 부끄럽지 않도록 할 수 있는 판단을 한다는 것은 진정으로 공정하고도 옳은 일일 것이다.  공정하게 일을 하려고 노력하면서 아이들의 미래 또는 적어도 10년이나 100년 후에도 옳다고 생각될 수 있도록 했나 스스로 반성해본다.  

  

  공감하는 또 하나의 문장.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든다 해도 저절로 성숙하거나 성장하지는 않는다.  노력하지 않으면 과거 속에 박제된 편협하고 심술궂은 노인으로 남게 될 뿐이다.'  이 문장을 보자마자 학교에 있으면서 그 순간순간 자신의 이익만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 큰 목소리로 주장하는 그 분이 생각났다.  우리가 속한 조직의 발전을 위하여 제안하는 내용에 대해서 본인의 이득이 없으면 반대하는 그 분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 했다.  게다가 지난 번 회의에서 말한 내용과 지금 얘기하는 내용이 정반대인데도 그렇게 얘기하는 이유를 당췌 알 수가 없었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그 분의 생각을 유추하다가 느낌으로 알게 되었다.  판단의 시점에서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가가 기준이 아닐까?  이후부터는 예측할 수 있었다.  그 분의 언행을.  아주 정확하게.   


  내일이 정년이신 교수님이라고 강의를 잘 하는 것이 아니고, 방금 발령받은 초임이라고 해서 강의를 못 하는 것이 아니다.  성장하기 위하여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어린 애의 뇌를 가지고 머리는 희어지고 환갑을 맞고 정년을 하게 되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다 이상해"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어른들은 자신이 별로 아름답지 않은 세상을 만들어 놓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나이와 지위와 돈과 권력으로 세상을 평가하며 지저분한 짓을 서슴치 않는 어른들을 보며 나도 다시 한 번 반성한다.  나는 내가 어려서 동경하고 선망하던 그런 괜찮은 어른으로 살고 있는지.'  너무나 공감되는 문장이다.  내가 대학생일 때는 이 사회에 대한 문제를 기성세대의 탓으로 돌렸었다.  그러나 어느새 내가 기성세대가 되어있었다.  그래 결국 내가 문제였구나.  남탓하지 말고 나부터 잘 하자~!   

       

  '외국어, 나이 들어 키우고 싶은 지성의 근육'이라는 주제에서 공감하는 문장.  '유치원에서부터 영어를 공부하고,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 언어 연수를 가기도 하고 다달이 레벨테스트를 보며 학원에 다녀도 실력이 늘지 않는 것은 영어를 생활에서 사용할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외국어를 잘 하려면 그 언어로 듣고 쓰고 읽고 말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예전보다는 훨씬 배우기 쉬운 환경이 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내 사고 체계를 외국어로 변환해 작동시키기란 쉽지가 않다.'  아주 적절한 문장이다.  결국 외국어를 잘 하는 방법은 그 언어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을 만들고 그 속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즉, 서바이벌 랭귀지 (survival language)~~!


  저자가 제안하는 영어공부.  '누구나 다 알지만 외국어를 확실하게 배우려면 일단 그 언어권에서 태어나는 것이 최고다.  그 다음은 어린 시절에 그 언어권에서 사는 것.  여기까지야 복 받은 경우이고, 그 다음 단계로 어느 정도 자라 성인이 되어서 낯선 언어를 공부하려면 일주일에 두 시간 이상 4~5년 넘게 부지런히 투자할 수밖에 없다.  수영이나 자전거 타기는 한 번 익혀 놓으면 평생 어느 정도는 (약간의 워밍업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도) 익숙한데 외국어는 늘 사용하지 않으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잊어버리게 된다.  별 수 없이 지루하고 답답한 반복과 훈련을 통해 망각과 싸워야 한다.'  맞는 말이다.  스페인어를 배우려고 산 책을 펴놓고 지금 두드리는 키보드로 눌러 놓은 상태에서는 요원한 일이다.  다시 시작해보자.  매일매일 30분 이상씩.  


  '책에 관한 책'이라는 주제에서 공감하는 또 하나의 문장.  '책이라면, 만질 수 있어야 한다.  아주 두껍거나 아주 얇아야 하고, 아름다운 표지에 멋진 사진이나 그림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  한 장씩 서서히 넘기거나 한 손에 잡고 팔랑거리며 죽 훑어볼 수 있어야 한다.  모서리를 접어놓기도 하고 줄을 치고 메모를 하며 졸릴 때에는 베고 잤다가 가끔은 뒤집어서 냄비 받침으로도 쓸 수 있어야 한다.  전자책이 아무리 대중화되었다고 해도 서가에 꽂힌 책등을 쑥 흝어보는 즐거움을 대신할 수는 없다.'  책을 읽을 때 중요한 부분이나 공감하는 부분에 밑줄을 긋고, 궁금증이나 내 생각도 적어 놓는 낙서를 하면서 읽을 수 있는 독서가 나는 좋다.  그러나, 그런 나를 보면 집사람이 한 마디 한다.  되팔수도 없게 줄 긋고 낙서한다고.  그러나, 나는 되팔 의향이 전혀 없다.  특히나, 공감이 많이 된 책은 주위의 좋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다.  본심을 많이 적어 놓은 책은 사람들이 볼까 부끄럽기도 하다.    


  마지막 마무리 글에서 한 문장.  '머물러 있으면 뒤로 가는 거라고, 익숙한 세상을 자꾸 흔들어봐야 한다고.'  박사과정동안 '정체는 퇴보다~!'라는 문장을 컴퓨터 모니터에 붙어놓고 일신우일신 하자고 다짐하던 시간이 생각난다.  요즘도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내가 되기 위하여 '나는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가?' 생각하면서 지내고 있다.   


  오랫만에 책을 통하여 책에 대한 후련한 공감을 얻었다.

    

                                   


8.5.32. 쾌락독서 (2021.02.13. 22:07):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유쾌한 책 읽기 


  연휴라서 새벽까지 책을 읽고 느긋하게 일어나서는 아점을 먹으며 바라본 책꽂이에서 희한한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쾌락독서. 분명 내가 주문한 것은 아닌데.  집사람에게 물어봤더니 좋은 책이라고 추천하는 분이 있어서 구매했단다.  어?  문 유석 판사책이네.  그러지 않아도 학교에서 '개인주의자 선언'이라는 책을 읽으며 재미있는 분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얼른 펴서 스스슥~~!


  프롤로그부터 독특하다.  '독서란 원래 즐거운 놀이다.  세상에 의무적으로 읽어야 할 책 따위는 없다.  그거 안 읽는다고 큰일나지 않는다.  그거 읽는다고 안 될 게 되지도 않는다.'  맞는 말이다.  책이란 그냥 재미있게 읽으면 된다.  억지로 읽어봐야 머리속에 남는 것이 하나도 없다.  ''책을 가지고 노는 여러 가지 방법들'에 대해서 얘기하려 한다.  솔직히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딱 두가지다.  어떤 책이든 자기가 즐기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  그리고 혼자만 읽지 말고 용기 내어 '책 수다'를 신나게 떨어야 더 많은 이들도 함께 읽게 된다는 것.  그걸 위해 기억 속의 책들을 찾아간다.'  매우 공감된다.  나도 즐겁게 읽고, 읽고난 책은 방앞에 있는 '공유의 시간' 책꽂이에 꽂아두고 아무나 가져가 읽도록 한다.       


  책을 읽어가며 드는 생각.  이 분은 '진정한 꾼' (오탁꾸?)이시구만.  저자의 여러 가지 일화를 읽어가면서 한 때 어릴 적 살던 동네의 백과사전을 모두 뒤져가며 필요한 부분 (?)만을 읽어가던 나를 떠올리게 되었다.  흠.  그럼 나도 오탁꾸였나?


  그러다가 소신있는 문장을 발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낡은 문제는 새로운 문제로 대체되는 것이 낫다.  완벽한 대안이 있어서가 아닌, 지금 존재하는 잘못을 바로잡는 것 자체가 의미 있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를 한번에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같은 문제는 더이상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기도 하고, 인간의 속성이 탐욕스럽고 어리석은 것이라면 더더욱 권력자들이 주춤거리기라도 하게 견제하고 성가시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거창한 얘기 이전에 영화 <타짜>에서 아귀가 얘기하듯 도박판에서 밑장빼다가 걸리면 손모가지 날아가는 것이 정의인 것이다.  그것이 대통령이든 대법원장이든 누구든.'  맞는 말이다.  판결문을 만드시는 분이라 그러신지 논리정연하게 평소 내가 생각하던 내용을 깔끔하게 주장하신다.  속이 다 후련하다.  


  그러면서 사회에 대한 조언 한 마디.  '개인이든 집단이든 지성적으로 사고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야만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회의 직접민주주의란 공포일 뿐이다.'  대통령을 탄핵하고 검찰과 언론개혁을 주장하면서 많이 보아왔다.  객관적인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주장하지 않고, 무리지어 무리한 주장을 펼치며 폭력을 휘두르는 어르신들과 그 배후의 그림자를.  그리고 다음의 문장이 추가된다.  '타인의 입장에 대한 무지가 곧 악인 것이다.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습니다"라는 이경규의 말을 들으면 웃을 수 없는 이유다.'  귀담아 들을 말이다.  


  그래도 그 와중에 조언 한 마디.  '우리 사회의 여러 갈등은 실은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진통이다.  국론 분열이 사회를 살리기도 한다.  중간자들이 제 역할을 다한다면.'  그래, 중간에 있는 내가 내 역할을 다해야해.  맞는 말이야.  정신 차려야지.  '무엇보다 먼저 알아야 한다.  지금 내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중립적이고 합리적일 수 있다면, 그건 나의 현명한 때문이 아니라 나의 안온한 기득권  때문임을.'  어쩌면 나에게 직접 해주는 말처럼 들린다.  나도 모르게 얻게 된 기득권은 골고루 나누자.  운이 좋아 이 자리에 온 나는 주위의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인 것이다.  그에 맞게 노력할 일이다.  


  법조인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눈에 띈다.  '사람들은 법조인들이 일반인들보다 더 객관적으로 일을 처리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문제는, 많은 법조인들이 자신이 일반인들보다 더 객관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다고 '주관적으로' 믿는다는 점이다.  증세가 심해지면 '무오류성'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모든 인간은 편견덩어리지만 나만은 아무 사심 없이 법과 증거에 따라 판단할 뿐이라는 자기확신이다.  그래서 나는 '자기객관화'에 도움이 되는 책이야말로 법조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들어 비슷한 사건에 전혀 다른 판결이 나오는 상황을 보면서 든 생각인데 법원의 판사님이 이런 말씀을 하니 자정작용이 있는 조직인 듯 해서 안심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걱정거리가 되고 시간이 지나면 문제거리가 될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나에게 한 말씀 더.  '자신이 믿는 정의 때문에 분노하여 목소리를 높이는 있는 이들은 스스로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해보아야 한다.  나는 내가 틀렸을 가능성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 또는 틀렸어도 대의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당신이 분노하고 있는 대상보다 더 위험한 존재다.'  흠, 그래 맞다.  내 자신이 스스로 생각해봤어야 하는 것이었다.  딕 티비츠의 <용서의 기술>에 나오는 '겸손이란'이라는 내용을 책상 앞에 붙여놓고 매일 보면서도 간과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나는 얼마나 생각하고 있었나.  '내가 생각하는 것이 반드시 옳은 것이 아니라는 겸손, 내가 가진 기준이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겸손,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은 모든 지식의 극히 일부분이라는 겸손, 내가 상처입은 상황이 모두 상대방의 잘못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겸손'.    


  그러면서 추가적인 조언은 다음 문장.  '미래를 바꾸는 방법은 현재의 사회부터 바꾸는 것이다.'  그래 지금부터 내가 현재를 바꾸는 일을 솔선수범해서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 자체가 행복한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므로 인간의 행복감에 관한 심리학의 연구결과는 공통적으로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고 말한다.  어떤 '큰 것 한 방'도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각자의 행복한 습관을 찾을 수 있도록 경험을 제공하는 교육이 영재교육 이상으로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습관이 행복한 사람, 인내할 줄 아는 사람, 마지막 순간까지 책과 함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글을 마쳤다.  흠,  나도 이런 사람이 되고 싶네.  


  전혀 다른 두 분야의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책들에 공통성은 없지만, 자신들이 즐겁게 읽고 의미있게 생각한 책들을 소개하는 이바구 시간에 나도 같이 참여하여 즐긴 듯 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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