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23 (수) 12:33:41
연말이라 점심 먹는 것도 잊고 밀린 일을 속도전으로 해결하고 있는데 익숙한 이름으로부터 이메일이 도착했다. 오~? 오랫만인데...
보낸사람: "임**" <k*b**i*@snu.ac.kr>
받는사람: 디스달 <inhyunglee@snu.ac.kr>
받은날짜 : 2020-12-23 (수) 12:33:41
제목 : 안녕하세요 교수님
안녕하세요 교수님~
12학번 수의대 졸업생 임**입니다.
졸업하고 바로 미국와서 학교 다니고 임상수의사로 일 시작한지 어느덧 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네요.
일하다가 가끔씩 강의노트랑 책 찾아볼 때면 학교 다닐 때 생각도 나고 그때가 그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특히 수술 전 프로포폴 투여할 때 자꾸 교수님 수업시간의 한 장면이 떠오르면서 교수님 음성지원이 되어요... (왜 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너무 빠르게 투여하지 말라고 강조 여러 번 하셔서 그런거같기도하구요...). 카테터 잡을 때마다 너무 테이핑 세게 하지 말라고 발이 부어서 왕발된다고 하신것도 생각나구요... ㅎㅎ
여러모로 학교다닐 교수님께서 잘 지도해주신 덕분에 큰 무리없이 여기까지 온것같습니다.
오랜만에 안부 여쭙고 싶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연말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임** 올림
얼굴이 하얗고 말할 때 톤이 높았던 여학생이다. 이메일을 읽으면서 그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무엇보다 빠른 답변 ! 타다닥...
임 ** 닥터님께,
메일 감사합니다.
오랫만에 연락이 되었네요.
그러게요.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나갔네요.
미국에서 잘 적응하고 계신 것이지요? 2년이면 이제 완벽하게 적응해서 제 실력을 발휘하고 계시겠군요.
수업에서는 늘 노파심에 반복해서 얘기하게 되죠.
그런 일들이 수의사로 일할 때 기억에 남아서 떠오르면 다행이구요.
요즘은 IT 기술의 발달로 음성지원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죠? ㅎㅎ
제가 잘 지도한 것이 아니라 학생분들이 잘 하신 결과이죠.
우리대학교를 졸업하는 분들은 다 능력이 출중하시니까요.
오랫만에 연락되어 반갑고, 뿌듯하네요.
이전에 졸업한 여학생이 제주도 아라동에 개업을 해서 지난 달 제주도에 갔다가 잠시 얼굴만 보고 왔습니다.
학부 4학년 때 애기가 있던 여학생이었는데 지금은 자녀가 3명이라고 합니다.
나아라동물병원. 나름 제주도에서 잘 운영되는 병원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졸업생이 잘 하고 있는 것을 보니 딸 시집보낸 아버지같은 느낌이랄까 뭉클했어요.
어느 졸업생이든 건강하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잘 하고 있으면 저도 기분이 저절로 좋아져요.
코로나로 여러가지 상황이 좋지 않지만, 건강 유지하시고, 이후에 반갑게 만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이 인형 드림.
궁금한 것도 많고 할 말도 많지만, 간단하게 안부를 묻고 마무리했다. 학교에 있으면서 늘 가르친 학생들이 졸업 후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잘 찾아가고 있는지, 궁금한 것이 한둘이 아니다. 가끔 이렇게라도 연락이 되면 흐믓해진다. 다들 코로나로 힘든 상황이지만 나에게는 소소한 행복이다. 현재 배우고 있는 학생들도 다시 한 번 잘 지내는지 안부를 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