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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팔이오 Feb 11. 2021

8.1.95. '지리의 힘'을 읽고

지리는 어떻게 개인의 운명을, 세계사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가?

  박 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김 어준과의 토크쇼 (월말 김어준)에서 자신이 지리학과 출신이라며 추천했다.  첫문장이 '우리 삶의 모든 것은 지리에서 시작되었다!'로 시작한다고.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팀 마샬 (Tim Marshall)이 저자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의 터키 특파원과 외교부 출입기자를 지냈고 영국 스카이 뉴스 외교부문 에디터이자 BBC기자로도 일하는 등, 25년 이상 국제문제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해왔단다.  지리를 알아야 세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며 전 세계를 10개의 지역으로 나누어 지리에서 비롯된 경제전쟁, 세계의 분열, 영유권 분쟁, 빈부격차 등에 대하여 의견을 기술하였다.


  1. 4천년 만에 대륙의 나라에서 해양 강국을 꿈꾸는 중국

  2. 지리적 축복과 전략적 영토구입으로 세계 최강국이 된 미국

  3. 이념적 분열과 지리적 분열이 함께 감지되고 있는 서유럽

  4. 가장 넓은 나라지만 지리적 아킬레스건을 가지고 있는 러시아

  5. 지리적 특성 때문에 강대국들의 경우지가 된 한국과 최대 고민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은 일본

  6. 내륙이 텅 빈 거대한 지리의 감옥에 갇힌 라틴아메리카

  7. 유럽인이 만들어 놓은 지정학의 피해지가 된 아프리카

  8. 인위적인 국경선이 분쟁의 씨앗이 된 중동

  9. 지리적으로 출발해서 서로 달랐던 인도와 파키스탄

  10. 21세기 경제 및 외교의 각축장이 된 북극 순으로 구성되어 현재의 상황과 그 유래를 알 수 있게 설명해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국의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탐닉하던 중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손가락 하나로 가른 인위적인 38선'이라는 소제목이다.  


  '역사학자 돈 오버도퍼 (Don Oberdorfer) 교수는 38도선에 따라 이 나라를 남북으로 임의로 분할한 것은 여러모로 불운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1945년에 미국 정부는 8월 10일의 일본 항복에만 정신이 팔려서 한반도에 대한 명확한 전략을 수립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한반도 북쪽에서 소련군의 이동이 포착되자 미 백악관은 한밤중에 다급하게 회의를 열었고 오로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발간한 지도만을 지참한 두 명의 하급관리는 북위 38도선을 손으로 찍었다.  즉 이 나라를 반쯤 내려온 소련군의 남하를 중단시킬 지점으로 북위 38도선을 찍은 것이다.' (167 페이지)


  '이 자리에는 어떤 한국인도 또는 한국 전문가들도 없었다.  만약 있었다면, 당시 트루먼 대통령과 국무장관인 제임스 번스에게 그 선은 약 반세기 전인 1904년에서 1905년에 치른 러일전쟁 이후 러시아와 일본이 서로의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를 상의하던 선이었다는 것을 알려주었을 것이다.  미국이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는 것을 꿈에도 몰랐던 소련은 미국 측이 러일전쟁 당시 소련의 주장을 사실상 승인했으며 따라서 한반도의 분단과 북쪽의 공산정권도 용인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결국 거래는 성사됐고 이 나라는 분단되었다.  주사위가 던져진 것이다.'  (168 페이지) 


  가슴이 먹먹하다.  그랬구나.  내가 내 자신을 제대로 지키지 못 하고 일처리를 못 하면 남이 해주는대로 받게 되는데, 그럴 때 그들은 대충대충 한다는 것.  결국 내가 아닌 것이다.   정신차리자.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하자.  같은 실수를 두 번 할 수는 없다.  


  이와 함께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는 어떤 선택을 할까'라는 부분이 이어진다.  우리의 문제를 우리의 주변국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행동할 지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적어도 우리의 일은 우리가 제대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하겠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매우 중요한 시간을 지내고 있는 것이다.    


  '오리진'이 지구의 생성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어 현재의 우리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준다면, 이 책은 현재 인류가 벌이고 있는 일들이 어떻게 지리적으로 영향을 받는지에 대하여 알려주고 있다.  세계사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꼭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 필독서로 강제적으로 읽도록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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