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04. 오후: Synapse 회원 학생들과 3시간 인터뷰
4. 수의학 교육
Q. 학생들은 실수에서 많이 배우죠. 다만, 생명을 담보로 하는 실수인지라 부담감 때문에 뭘 해보기조차 겁이 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조언이 있다면?
교수님: 학교에서 해보면 돼요. 학교에서는 실수를 용납해줘요, 학생이니까. 수의사 면허를 따는 순간부터는 책임이 따르거든요. 학교에서는 많이 할 수 있도록 해줘야 되고, 학생들은 많이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참가를 해야 되고.
이게 학부생들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우리 병원에서도 만약에, 진료를 하다가 사고가 생겼어요. 그러면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서 다른 진료진하고 공유해야죠. 그래야 동물병원의 진료수준이 올라가요. 그게 우리 병원에서 할 일인데, 아직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중요한 건,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하고, 자칫 실수를 하더라도 나 혼자 떠안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가짐이죠. 교수님들이 솔선수범해서 대학원생과 학부생들에게 보여줘야 서서히 문화로서 정착될 거에요. 이런 거는 시간이 좀 필요해요. 잘 안바껴요, 교수님들이.
(몇 번까지 봐주시는지?)
교수님: 두세 번까지는 제가 용서해주는데요, 그래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경우가 생겨요. 반복하는 경우에는 어떤 문제가 있냐? 제 기준에서 보면, 하나는 나쁜 의도가 있거나, 다른 하나는 정말 감각이 둔하거나 둘중 하나겠죠? 그러면 방법이 달라져야 돼요. 나쁜 의도가 있는 친구한테는 정신 교육을 해야 되고, 자꾸 실수를 반복하는 친구한테는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방법을 따로 가르쳐줘야 돼요. 그냥 똑같이 가르치면 똑같이 실수하거든요.
근데 이게 한 번 성공할 때까지가 좀 중요해요. 느낌을 딱 알면 그 다음부터는 잘해요. 근데 그걸 못 느끼면 시간이 좀 걸려요. 그럼 그때까지 하는 거죠. 그거를 학교에서 해보는 거고, 그게 사실은 학교의 책무예요. 학교의 존재 이유죠. 이 부분이 사실은 가장 하고 싶은 얘기 중에 하나에요. 우리가 여태까지 그걸 못했어요. 학생들한테 등록금은 많이 받아 놓고 기회를 많이 못 만들어줬죠. 그래서 지금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거죠. 강의실에서 한 번 강의했다고 학생들이 다 알아듣고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교수님들도 계신데요. 강의실에서 들은 것은 학년 바뀌면 10%만 기억하죠. 100%가 될 때까지 10번이든 100번이든 알아 들을 때까지 같은 얘기를 해줘야 해요. 그럴려면 사리가 한 바가지는 생기겠죠? (웃음)
Q: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기초과학 연구 쪽에 흥미를 더 느낄 수 있을까요?
교수님: 전 평소에도 그냥 ‘수의학의 꽃은 임상이고, 임상의 꽃은 외과이고, 외과의 꽃은 마취’라고 얘기하잖아요. 이렇게 본인이 하고 있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그것의 의미를 표현할 수 있는 분이라면, 또 그런 의미를 학생들과 같이 공유할 수 있으면, 기초로 가는 학생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낚싯밥을 많이, 그리고 잘 던져야 된다는 거지요. 본인이 연구한 것 중에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주제를 하나씩 강의에 집어넣어서, 학생들이 잠이 솔솔 오다가 갑자기 눈에 불이 ‘번쩍!’ 이런 느낌이 들도록 해주는 방법이지 않을까요?
여하튼 학생들에게 아이디어를 줄 수 있는,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그런 아이템을 수업시간에 좀 넣어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런 얘기를 듣고나서 너~무 하고 싶어서 방학 동안에도 실험실에 나오고, 대학원도 오고 그러지 않을까요?
그리고 어느 책에서 ‘어떤 일에 심취한 사람이 멋있어 보인다’라는 글귀를 읽은 것 같은데, 예를 들면 내가 고양이 마취를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이 어떤 학생들에게는 멋있어 보일 수 있는 거지요. 그럼 학생들도 그렇게 되고 싶어지는 거지요. 교수님들이 솔선수범해야죠.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시고. (웃음)
Q. 교수님의 교수님이 궁금합니다. 어떠셨는지?
교수님: 저희 교수님은 남치주 교수님이셨는데, 성품이 대쪽이셨어요. 교수님이 평상시에 하신 말씀 중에 하나가, '교수는 모르면 모른다고 얘기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된다'고 그러셨어요. 교수는 다 아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거든요. '교수가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된다'고 하셨어요.
아주 중요한 에피소드 하나. 제가 석사학위를 하고 있는데, 수원에서, 그 당시에 한림대 치대랑 사람 턱 뼈 늘리는 디바이스를 개발하는 실험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개의 턱 한 군데를 자르고 디바이스를 심은 다음, 매일 한 사이클씩 돌려서 턱뼈를 늘리는 거예요. 그 실험을 하는데 이게 한 달에 한 번씩 엑스레이를 찍어서 평가를 해야 했어요. 개가 다섯 마리 있었어요. 그래서 토요일날 얘네들을 마취를 해서 엑스레이를 전부 찍어야 되는데 아침에 갔더니 방금 전에 후배가 밥을 줘버린 거예요. 그래서 마취 전 절식은 기본인데, 오후에 약속이 있어서 고민하다가 그냥 마취했죠. 엑스레이를 다 찍었어요. 그리고서 아직 마취가 안 깬 상태로 시멘트 바닥인 견사에 내려놨어요. 그 당시에는 ‘시간 지나면 일어날 텐데 그냥 놔두자’고 생각했어요. 그 다음 날 아침에 왔더니 후배가 ‘형 다섯 마리 중에 세 마리가 죽었어요’라고 말하는 거야. ‘맞아, 밥 먹은 애 마취하면 안 되는데...’
(오연이 된 건가요?)
교수님: 모르겠어요. 그 찬 시멘트 바닥에 있어서 체온저하로 그랬는지, 아니면 밥을 잔뜩 먹고 숨을 잘 못 쉬어서 그랬는지. 다음 날 교수님 찾아 뵙고 “교수님 어제 엑스레이 찍는데 마취해서 다섯 마리 중 세 마리가 죽었습니다. 제가 마취에 너무 재능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랬더니 교수님이 “많이 죽여봐야 훌륭한 마취의사가 된다꼬요”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아마 그때 교수님이 그 말씀을 안 하셨으면 나는 마취를 그만했을 거예요. 근데 그 말씀이 저에게는 되게 중요한 임팩트였어요. 아직도 생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고 생각해요. ‘대충하면 안 되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도 지도 교수님보다는 못하지만... 하여튼. 요즘도 교수님을 종종 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