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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팔이오 Feb 09. 2022

8.1.131.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다

 (2022.02.08. 01:29), 김 누리, 해냄, 2020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은 다음, 이렇게 적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중앙대학교의 김 누리 교수님께서 한국의 민주주의, 교육, 사회문화와 통일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주신 책이다.  세상에 이런 글을 이제서야 읽게 되다니...  평소 나의 생각과 같은 생각도 많았고, 배울 소중한 얘기도 많았다. 

 


  <많은 교수들이 "나는 여러분과 함께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ich als Mitstudierender)"라는 말을 즐겨 사용했는데, 저는 교수들이 스스로 학생과 동격으로 자신을 낮추는 모습에, 혹은 학생들을 자신과 동격의 연구자로 대우하는 모습에, 신선한 충격을 느꼈습니다.  교수들이 자신을 학생들에게 진리를 가르치는 진리의 독점자가 아니라 학생과 같이 연구하는 학문의 동료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49 페이지> 


  이 얼마나 우연인지.  내가 지난 달 학생들과 인터뷰하면서 한 얘기다.  평소 내가 생각하던 것과 같은 것을 이 책에서 읽게 되다니.  이러한 사항은 교수가 학생을 가르치고 육성해야 하는 '어린 대학생'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앞으로 같이 일할 '미래의 나의 동료'로서 인식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것과 동서양을 이어주는 교육의 기본적인 개념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교육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든든한 우군을 얻은 느낌이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청소년들이 굉장이 비판 의식이 강합니다.  선생님은 "내가 하는 말을 믿지 마라.  왜 그런 말을 하는지 그 배후를 의심해라.  비판적으로 사유해야 성숙한 민주시민이 된다"라고 가르칩니다. 67 페이지>


  오호~!  평소에 내가 학생들에게 얘기한 '교수님들이 강의시간에 하시는 말씀은 믿어 의심해봐라'와 같은 맥락이다.  '어떠한 사항에 대하여 사실여부를 확인하고, 본인의 생각을 더하여 질문하라'는 얘기를 입에 달고 살던 나에게는 너무나 반가운 얘기다.  내가 학생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던 의도가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많은 미래학자들이 동북아시아가 21세기에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동북아시아의 현실은 어떤가요.  지금 이 지역은 꽁꽁 얼어붙어 있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세 가지로 봅니다.  일본의 과거, 한반도의 현재, 중국의 미래가 그것입니다. 84페이지> 


  역사를 꿰뚫어 보는 혜안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면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혜안에 감사드린다.  '왜 한국은 이런가'를 고민하면서 그 이유를 알고 싶었었는데, 이제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듯 하다.   


  <촛불혁명을 통해서 정말 많이 성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까 전혀 그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최근에 자주 하게 되었습니다.  발전은 압축적으로 할 수 있지만, 성숙은 압축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개인들이 성숙하지 않는 한 아무리 발전을 이룬들 어떻게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겠습니까? 106페이지>


  요즘 수의학과 관련된 일들을 돌아보면 바로 이러한 상황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경제적으로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였다고 하지만, 사회문화적인 면에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최 진석 교수님의 책을 읽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면서 얻을 결론이 이것이었다.   문화적으로 성숙하여야 하고, 문화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더 필요하겠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한 세대, 30년.  인식변화로 사회문화가 바뀌려면 이정도 필요할 듯 하다.   요즘 두 딸들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보면 그 차이를 느낀다.   


  <저는 예멘 난민 사태를 보면서 특히 젊은 세대에게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나이 든 사람들이 세계의 흐름과 뒤떨어지 사회, 시대착오적인 잘못된 사회를 만들어 놓아서 우리 젊은 세대가 저렇게까지 강팍해졌구나 생각하니 몸시 마음이 아팠습니다. 109 페이지>


  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외국인으로서의 느낌을 기억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런 현상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같은 사람이고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행동을 하는 젊은 세대들을 보면 내 잘못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부터 잘 하자.  내가 먼저 솔선수범하자. 


  <교육이 무엇입니까?  본래 교육, 즉 '에듀케이트 (educate)'라는 말은 '밖으로 (e-) 끌어낸다 (duc-)'는 듯입니다.  독일어의 '교육하다 (erziehen)'도 의미가 똑같습니다.  고유한 재능은 사람 안에 이미 다 들어 있고, 그걸 끌어내는 게 교육이지 '지식을 처넣는' 것이 교육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우리가 한국에서 배운 교육은 사실 반교육 (anti-education)에 가깝습니다. 102 페이지>


  너무나 절실하게 공감하는 부분이다.  특히나, 교육이라는 것을 '강의시간에 말해준 것'으로 생각하시는 교수님들과 학생들의 졸업역량에 대해서 얘기할 때는 답답해서 고구마를 먹다가 목이 메이는 느낌이다.  강의시간에 들은 것을 1달 후에는 10%만 기억한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또한, '책에 있는 내용을 한 번은 수업에서 언급을 해주어야 나중에 기억할 것'이라는 말씀에는 '그렇게 말씀해주시지 않아도 필요하면 다 찾아봅니다'라는 말이 입안에서 맴돈다.  '말해주는 것보다 학생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몇 번이나 더 말해야 할까?    


  <문제는 미국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 즉 세계적 표준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유럽의 지식인과 정치가 사이에서 미국은 대체로 '사회적 지옥'으로 여겨지지요. 192 페이지>

  

  이번 COVID-19을 겪으면서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사회복지면에서 인간적으로 더욱 살기 힘든 나라라는 것을.  과학기술이 발전했다고 해서 사회문화가 발전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스탠더드는 사람이 존중받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이기에.  노 무현 대통령이 생각난다.


  <우리의 문제는 무엇보다도 정치적인 상상력이 너무도 빈약하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를 종속변수로 보는 태도도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가 움직임으로써 새로운 상황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바뀌는 상황에 무조건 적응하려고만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새로운 상황을 만들고, 잘못된 상태를 바꿀 만한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단지 그것을 실행에 옮길 용기와 비전이 없을 뿐입니다. (254 페이지)>


  마침 오늘 새벽에 이 책을 마지막까지 읽으면서, 요즘 학교에서 진행하는 일에 대하여 용기와 비전이 없는 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였다.  그래서 학교에 도착하여 답신 이메일로 이 문구를 보내드렸다.  조금만 더 멀리, 조금만 더 넓게 생각해보면, 왜 그 일을 해야하는지 알 수 있고,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예측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기 싫다고 말을 못 하니 이런 저런 이유를 만들어 핑계를 대는 분들을 보면 꼭 이 책을 보여주고 싶다.  이럴 때는 브런치 작가이신 '발검무적'님의 용기가 존경스럽다.    


  옆방에 계신 교수님께서 어느날 '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는 책을 말씀해주셔서 먼저 읽어보고 나서, 이번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를 연달아 읽게 되었다.  같이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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