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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팔이오 Jan 26. 2023

인생경험 총량의 법칙 - 금연 편

30년 담배 피우고 끊은 사람의 경험담

    금연에 대한 생각    


    아버지의 '태양' 담배맛을 보기 시작한 것은 국민학교 6학년때였다.  물론 뻐끔담배.  그 당시 뒷동산에 있는 방공호에 쟁여놓고 생각날 때마다 가끔씩 피워봤다.  중학교에서는 별 생각이 없다가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부터 다시 호기심이 발동했다. 


    당시 고3 때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 3가지가 있었다.  술, 담배, 당구.  하지 말라는 것은 왜 하지 말라고 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여 꼭 해보고 싶은 것인 인지상정이던가.  3학년 7반에 친한 녀석 4명이 매달 한 번씩 토요일 자율학습(?)을 마친 후, 당시 붐이 불기 시작한 통닭집에서 1인당 2,500원씩 가지고 모여서 후라이드 치킨 한 마리, 양념치킨 한 마리를 나누어 먹으면서 생맥주를 한 잔씩 했다.  그리고 당구장으로 직행하여 소화를 시키면서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웠다.  지금이야 당구장 내에서는 금연이지만, 당시 당구장은 너구리굴처럼 뿌연 연기 속에 제대로 된 짜장면을 먹기 위해 가는 곳이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된 담배는 대학을 다니고, 군대를 거쳐 대학원을 마치고 일본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할 때까지 피웠다.  연구하면서 잠시 쉬는 시간에 생각을 정리할 때는 담배보다 좋은 간식은 없었다.  미국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할 때는 캠퍼스 내가 금연구역이었기에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는 캠퍼스 밖에 정해진 흡연장소로 나가야 했기에 가고 오는 시간과 담배 피우는 시간을 포함하면 30분을 넘기는 상황에서는 2년간 포기했었다.  그러다가 새로 온 박사 후 연구원이 '담배는 어디서 피우냐'는 질문에 안내를 해주러 갔다가 '나도 하나 주실래요?' 하면서 다시 피우기 시작했다.  오전 한 번, 오후 한 번 중간 티타임에 우리는 담배를 피우러 캠퍼스 밖으로 나갔고 한 번 나갔으니 2-3개를 연달아 피우고 들어오는 체인스모커가 되었다. 


    한국에 들어와서는 시간이 있을 때 언제든지 필 수 있었고, 담배를 피우는 장소에서는 다양한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다.  학부생부터 대학원생과 교수님들까지.  특히나 일본에서는 지도교수님이 담배를 같이 피우셨는데 실내에서도 담배를 달고 계신 분이었기에 연구실에 항상 담배연기가 자욱했다.  더구나 일본에서는 교수님과 학생이 같이 담배를 피우는 것이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닐뿐더러 예의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학교에서도 학부생이나 대학원생들과 같이 담배 피우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고, 그런 시간에 다양한 친구들과 개인적인 사항이나 학업 및 연구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도 알 수 있게 되었다.  


    절친을 만나거나 심각한 사안에 대하여 오랫동안 얘기할 때는 자연스럽게 줄담배를 피우게 되었고, 한 자리에서 한 갑도 피운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나이 40이 넘으면서 건강관리공단에서 2년마다 진행하는 건강검진에서 폐활량을 측정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혹시나 해서 추가검사항목에 있는 폐 CT와 심장 CT를 찍어보았으나 특이한 증상은 없었다.  폐활량 측정이 어려운 것은 복부비만에 의한 폐활량 감소가 원인일 것으로 개인적으로 추정했었다.  


    건강검진 결과 상담을 하러 가면, 2년마다 만나 뵙는 가정의학과 교수님이 '이제 충분히 폈으니 금연하자'는 말씀을 하셨다.  그러고 보니 30년 정도의 시간 동안 담배를 피웠고 한 자리에서 한 갑을 피우는 경우도 있다 보니 '이제 충분히 피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인생에 '인생경험 총량의 법칙'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제는 평생 필 담배를 다 피웠으니 그만 피워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인을 만나고 오거나 회식을 하고 오면 집사람으로부터 '고기냄새보다 담배냄새가 더 심하게 난다'는 핀잔을 듣는 생활이었기에 뭔가 바꾸어야 하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2018년 1월 1일부터  완전금연을 시작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내가 금연을 시작했다는 말을 하면 '거짓말하지 마라', '믿을 말을 해라' 등 믿지 않았다.  그러나 식후땡을 위해 시간을 비우던 내가 식사 후에도 밖으로 나가지 않으니 모두들 의아해했다.  그렇게 시작된 금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해로 금연 6년째이다.  


    금연을 시도하는 많은 분들이 힘들어하는 것이 식사 후 또는 음주 중에 담배생각이 많이 난다는 것이다.  금연이라는 말이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망을 억제하는 것'인데 나는 '내가 평생 피을 담배를 다 피웠고, 이미 충분히 피웠기 때문에 더 이상 피우기 싶지 않다'는 생각이다.  이것은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망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만족의 단계이기에 가능한 듯하다.  무엇인가에 한 번 빠지면 충분히 해서 만족할 때까지 심취하는 성향이 있다 보니 담배에서도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골프를 시작하지 않는 이유도 골프를 한 번 시작하면 충분히 만족할 때까지 매일 골프장에서 공을 치고 있을 나 자신이 연상되어 시작을 하지 않고 있다.


    금연을 하고 나서 담배를 피우는 분들에 대한 배려를 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식사 후 바로 일을 시작하려고 하다가 담배를 피우시는 분이 계시면 같이 흡연장소에 가서 얘기를 한다.  소소한 얘기부터 담배를 피우고 나서 시작할 일에 대한 구상과 의견 교환도 한다.   구수한 담배냄새가 풍겨오면 '아~ 이런 냄새와 맛이었지' 하면서 회상하기도 한다. 


    설날 조카 녀석이 '외삼촌은 어떻게 금연하셨어요?'라는 질문을 하기에 담배에 대한 연설을 짧게 해 주고 아직 끊을 만큼 충분히 피우지 않았으니 더 피워보고 생각해 보라고 했다.   아직은 이런저런 새로운 시도를 해볼 시기이지 마무리할 시기가 아니니까.  


    금연은 충동이나 욕망의 억제가 아니라 만족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더 효과가 있는 듯하다.  자신의 의지의 나약함을 탓하는 나날을 보내지 말고 생각의 관점을 바꿈으로 인하여 바로 지금부터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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