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생각에 빠져 있니...
따스한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소녀 천사가 앉아 있다.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친 편안한 자세에 입가엔 얇은 미소마저 번져있다. 눈을 뜬 채 또 다른 상상의 날개를 펼치고 있는 듯하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조각상을 보며 그리고 있자면 조각가는 정말 대단하단 생각을 한다. 미켈란젤로가 조각가라는 자부심을 얼마나 크게 갖고 있었을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라이벌 '브라만테'의 질투심으로 파놓은 함정에 빠져 시스티나 천장화를 그리게 되지만, 생전 처음 그리는 그림임에도 그는 자존심을 쉬이 굽히지 않았다. 못하니까 '처음부터 다시 한다'라는 마음이 그를 이끌었으니 말이다.
얼굴 표정이 마음에 들게 그려졌다. 만화 같지 않게 경직되지 않게 부드러운 인상을 그려내고 싶었는데 다행이다. 세밀화가 되지 않게 형태가 뭉개지지 않게 색을 칠해 나가는 것도 신경을 쓴다. 빛과 그림자의 표현이 그래서 관건이다. 서로 어중간하면 그림이 살지 않는다. 지금보다 단순하면서 뭔가 강렬한 느낌이 들면 좋겠다. 그런 면에선 아직도 나는 겁을 내고 있는 거다. 종이 탓을 하면서 말이다.
무명 시절의 빈센트 반 고흐의 탐구심과 이미 대가임에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며 배우는 미켈란젤로가 지금은 내 스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