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그대

선조사 후그림

by 돌레인

미간을 한껏 찌푸리며 입을 꾹 다문 채 먼 곳을 응시하는 한 남자의 두상이 마음에 쏙 들었다. 강인한 전사의 면모였다. 사진 속 조각상을 보며 따라 그리면서도 내가 느낀 매력이 그림으로 드러날 수 있을까 내심 걱정 반 흥분 반이었다. 내가 감동받은 대상을 그리는 과정은 흠모해 마지않는 느낌과 비슷하다. 나는 그 대상을 찬찬히 눈과 붓으로 애무하지만, 그 대상은 나를 알지 못한다. 아니 몰랐으면 싶다. 그러니 그 감정은 갈라테이아를 향한 피그말리온의 마음과는 다르다.


결과가 나쁘지 않게 나와 흡족해진 마음으로 이 조각상을 만든 작가가 누군지 궁금해져 조사해 보았다. 아르노 브레커(Arno Breker)... 프랑스 출신의 조각가이자 히틀러가 총애한 나치 선전 예술가였다...!


아... 어쩌지, 이 그림을 공개해 말아. 뭐가 잘못된 걸까 싶었다. 작가를 먼저 검색한 후 그림을 그릴 건지 결정했어야 했을까. 무작정 그리자라고 선택한 내 감정이 섣불렀던 걸까... 결론은 내 감정 존중이었고, 그래서 인스타에 공개했다. 물론 앞으로는 선조사 후그림으로 하자고 다짐했으나 덕분에 '독일의 미켈란젤로'라 불렸던 예술가를 알게 되었다. 마치 친일 행위를 한 작가를 우리가 거들떠보지 않듯 독일에서 그는 잊힌 존재가 되었다.


한때 화가를 꿈꿔 미대에 진학하려 했으나 불합격한 히틀러도 아카데미의 고전주의 쪽이어서 표현주의를 지향하는 현대미술을 혐오해 '퇴폐 미술'로 간주했다. 그런 그의 휘하에서 마음껏 작업했던 예술가 아르노 브레커의 아틀리에가 현재는 현대미술관으로 변모했다니 나치에 대한 복수에 성공한 셈이다.


그럼에도 나는 내 감정에 이끌려 고른 저 조각상이 여전히 마음에 든다. 나는 나쁜 남자에게 마음이 가는 편은 아닌데 이건 뭔가 싶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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