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신문물 영접기

가랑이 찢어지긴 싫은데…

by 돌레인

벌써 작년이 된 12월 말에 예약으로 구매한 아이패드 미니 6세대가 지난주에 도착했다! 그 후로 나는 그야말로 신세계를 경험 중이다. 초창기부터 아이폰을 써온 애플 충성 고객이라 이미 10년 전에 미니 1세대를 구매해 잘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간의 버전 업그레이로 속도가 느려지고 무게도 들고 다니기 부담스러워 집에서만 간간히 사용할 뿐이었다. 그 사이 여러 차례 바꿔온 내 아이폰은 12 pro가 되었고, 그에 걸맞은 랩톱을 갖고 싶었던 거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내 개인 작업에 충실한 앱을 깔아 실행했다. 대표적인 것이 프로젝트 작업관리 앱인 ‘노션(notion)’과 그림 앱인 ‘프로 크리에이트(procreate)’다.


노션은 이미 아이폰에도 설치해 사용 중이었으나 외부에 링크를 건 단순 지식 자료 모음이었다. 제법 수가 늘어난 한국 유저들의 노션 극찬에 자극받아 나도 본격적으로 써보기로 했다. 과연 진입장벽은 높았으나 막상 익히고 나니 왜 그리 칭송을 했는지 잘 알게 되었다!! 나만의 멋진 공간을 만들고 나니 무언가 창작 의욕도 마구 솟아났다. 블로그보다 더 아늑한 21세기 판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 된 셈이다.






프로 크리에이트를 설치한 건 곁들여 산 ‘스마트 펜슬’ 때문이다. 사실 손그림이 더 좋은 아날로그 세대라 디지털 드로잉은 쳐다보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이 물건은 대체 어떻게 쓰는 건지 강한 호기심이 발동한 거다. 다양한 선생들이 포진한 유튜브를 찾아다니며 기초를 익혀 사진 속 선을 따고 색을 채워 넣는 과정에서 ‘레이어’의 역할을 알게 되면서 디지털 드로잉의 매력에 풍덩 빠져버렸다.







겨우 도구일 뿐이지만, 60을 앞에 둔 내가 이런 신문물을 독학으로 익히고 있어 대견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뒤이어 밀려오는 서늘함의 실체에 오싹하기도 했다. 언제 그리고 어디까지 나는 신세대의 문물을 따라갈 수 있을까… 얼마 전에 연세가 많으신 분이 내게 실습생으로 오셨었는데 컴퓨터 활용능력이 너무 떨어져 결국 다른 곳으로 가고 말았다. 열심으로는 도저히 안 되는 영역이 있음을 그분도 나도 인정해야 했던 거다.


어쩌면 나도 여기까지인지도 모르겠다. 이 도구까지만 익히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자고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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