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8-4
브루클린 브릿지를 건너려 월스트리트에서 페이스 대학까지 걸어갔다.
페이스 대학은 1906년에 설립된 사립 종합대학교인데, 바로 뒤에 '8 spruce'라는 76층짜리 독특한 외양의 마천루가 떡하니 서있다. 특이한 건 이 건물 안에 공립 초등학교와 유치원이 있고 병원은 물론 상점까지 있는데 나머지가 다 아파트란다. 오른쪽으로 상업의 대성당이란 별명이 붙은 '울 워스 빌딩'이 보인다. 맨해튼 쪽 브루클린 브릿지 끝은 '시청 공원'과 연결되어 있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아래쪽으로 차들이 지나다니고 머리 위로 수많은 철 케이블들이 어지럽지만 정교하게 뒤얽혀 있다.
1869년에 착공하여 1883년에 완공한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이자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다. 이 다리를 건설한 '로블링 일가'에게 바치는 철마크의 문구가 매우 인상 깊었다. '존 로블링'이 설계하고 그의 아들 '워싱턴 로블링'과 함께 자금을 모아 건설에 착수했으나 불의의 사고로 아버지는 죽고 아들은 불구가 되었다. 결국 워싱턴의 아내인 '에밀리 워렌 로블링'이 완공해 냈는데 당시 여성이 다리 건설을 감독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인 거다. 노들섬이 있는 한강대교도 브루클린 대교처럼 가운데 보행로를 만들 계획이라는데 기대가 된다.
중간중간에서 경치를 구경하거나 사진을 찍었는데도 40분쯤 걸린 것 같다. 브루클린 브릿지는 꼭 걸어봐야 한다!!
또 다른 명소인 덤보로도 바로 연결되어 있어 걷기가 정말 편했다. 지도를 안 봐도 사람들만 따라가도 되니까 말이다.
비현실적이란 말이 딱이었다. 내 눈으로 보는데도 어쩜 저렇게 사진처럼 있지? 했다. 게다가 다리 아래쪽으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바로 보였다. 맨해튼 다리 밑이란 뜻의 'DUMBO : Down Under the Manhattan Bridge Overpass'는 원래 페리 선착장이었다. 그런지 창고 건물들과 노동 이민자들이 살았을 낡은 아파트들이 남아 있는데 현재는 예술의 거리로 탈바꿈됐다.
브루클린 브릿지와 맨해튼 브릿지 사이에 있는, 자갈 많은 페블비치 계단에 앉아 저무는 해를 가만히 바라봤다.
예전의 창고 건물을 개조해 복합 문화공간 및 상점가가 된 'Tme Out Market'이란 건물의 맨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 주변을 더 둘러보았다. 이곳엔 바도 있었는데 사람들이 한창 파티 타임을 갖고 있었다. 화장실을 사용한 우리도 자연스레 낄 수 있었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로 머리가 아파왔다. 남편이나 나나 극내향형이라서 외향형 위주인 미국에선 절대 못 살 거라며 머리를 젓곤 한다.
지하로 내려가니 다양한 음식을 팔고 있는 푸드코트가 있었다.
주류도 함께 팔고 있는 'Felice'란 파스타 바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초록색의 바질 페스토 파스타는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 정도였지만 맛은 보통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젊은 뉴요커라면 낯선 사람들과 더 어울리며 밤새 놀고 싶을 그런 곳이다.
밖으로 나가니 어둑해졌으나 뉴욕은 한층 더 빛나고 있었다. 'Jane's Carousel'라는 회전목마가 있는데, 1922년에 만들어져 원래 오하이오의 이도라 파크(Idora Park)에 있었으나 공원이 폐업하자 데이비드 월렌타스라는 억만장자 부동산 개발업자가 경매로 사들여 이곳으로 가져와 아내의 이름을 붙인 거다. 낭만 이면엔 언제나 상상할 수 없는 돈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뉴욕인 걸까...
맨해튼 브릿지를 달리는 전철이 당산 철교를 생각나게 했다. 그러고 보니 우뚝 솟은 '원 맨해튼 스퀘어'가 63빌딩으로 느껴졌다. 집에 대한 그리움과 뉴욕에 더 머물고 싶은 아쉬움이 뒤섞인 밤이었다.
전철을 타고 맨해튼 브릿지를 건너 호텔로 걸어가는데 차도를 막은 길거리에서 가게마다 술 파티가 한창이었다. 이틀 후면 뉴욕을 떠나야 해선지 모든 게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