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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레인 Jul 03. 2023

컬럼비아 대학교

Day 9-1

2023. 4. 14(금)


​​

맨해튼 북쪽에 있는 컬럼비아 대학교에 가보려고 지하철과 버스를 탔다.  대학가 주변이라 싸고 맛있는 식당들이 있어 든든한 아침을 먹으러 간 거다.

자리에 앉으니 맘씨 좋아 보이는 종업원 할아버지가 어서 오라며 커피와 크림을 먼저 가져다주셨는데, 남편이 이것저것 주문하자 탁월한 선택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음식을 기다리며 식당 안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미국 식당인 '다이너'로, 핫케이크와 커피, 햄버거나 샌드위치 등 대중적인 미국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음식도 푸짐하게 빨리 나왔다.  아들이 매우 좋아하는 비주얼이라 이미 퇴근해 집에 있을 것 같은 아들에게 사진을 찍어 보냈더니 예상대로 군침 돈다고 했다.  맛있는 음식이나 경치 좋은 곳을 가면 딱 떠오르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더니 우리 부부에겐 아들이 그런 존재인 거다.


주방장과 종업원 모두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들이신데다 음식도 맛이 있어 기분 좋게 팁을 내드리곤 바로 위쪽에 있는 대학교를 향해 길을 나섰다.  




미국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컬럼비아 대학교는 미국 내 5번째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초일류 명문대다.  

고층 빌딩 안에 산재해 있는 뉴욕대에 비해 캠퍼스가 꽤 넓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대학 역시 로어 맨해튼의 트리니티 교회 바로 옆 간이 건물에서 1754년에 킹스 칼리지로 개교했는데, 미국의 독립 선언 후 명칭을 컬럼비아 칼리지로 바꾸고 대학의 역량을 키우며 이전을 거듭하다 1897년부터 현재 이곳에 정착한 거였다.  시어도어 루스벨트와 오바마 대통령, 올브라이트 여성 국무장관, 기업인 워렌 버핏, 아이작 아시모프 등 유수의 졸업생들을 배출해냈다.  한국인 졸업생으론 이화여대 설립자 김활란과 가수 박정현 등이 있다.

도서관 앞 광장엔 지혜의 여신인 '미네르바(아테나)' 동상이 있는데 여신 곁엔 항상 '부엉이(혹은 올빼미)'가 있다.  속설에 의하면 컬럼비아 대학에 남자들만 입학하던 시절, 그 부엉이를 한 번에 찾아낸 신입생은 길 건너편에 있는 여성대학인 바너드 칼리지 출신과 결혼한다고 했으나, 여성도 입학하는 지금은 수석으로 졸업한다고 한다.  이미 부엉이의 위치를 알고 있던 나는 옷자락 속을 유심히 살펴 부엉이를 찾았다.  마침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이 동상과 함께 졸업사진을 찍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어서 오래 있진 못했다.

컬럼비아 대학교가 위치한 '모닝사이드 하이츠'는 어퍼 웨스트사이드 위쪽에 있지만 우범지역으로 악명 높았던 '할렘'과 이웃해 있다.  '할렘'은 미국 식민지 개척 초기에 뉴욕에 자리 잡고 있던 네덜란드 이주민들이 네덜란드 도시인 '하를럼'의 이름을 딴 지역으로 꽤 전원적인 분위기의 상류층 주거지였으나, 주택 과다공급 문제로 가격이 폭락하면서 빈민층이던 흑인들이 대거 이주해와 흑인 주거지역이 되어 오늘날에 이르렀다.  긍정적인 젠트리피케이션의 효과로 치안이 많이 좋아졌다지만 지금도 절대 밤에 다녀서는 안 되는 곳이다.  


학교 안에 작은 예배당인 세인트 폴 채플이 있는데, 교회와 교황을 위해란 뜻의 'PRO ECCLESIA DEL' 라틴어가 쓰여있어 가톨릭 신자만을 위한 예배당인가 했으나 기독교는 물론 힌두교 예배도 열리는 다종교 장소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다양한 인종의 졸업생들이 함께 어우러져 즐겁게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전 세계 학업 수준을 봐도 인도나 아시아계가 우수하니 납득이 간다.

캠퍼스를 걷다 보니 계단 위로 작은 광장이 나타났는데, 암스테르담 애비뉴 찻길 위를 덮어 만든 'Revson Plaza'라는 공원이었다.  

어퍼 캠퍼스와 이스트 캠퍼스를 이어주는 독특한 곳이었는데 주변 조망을 감상하기에도 매우 좋았다.  마침 이곳에서 졸업사진을 한창 촬영 중인 한국인 졸업생도 볼 수 있었다.  


광장의 계단을 따라 내려가 암스테르담 애비뉴를 따라 남쪽으로 걸어갔다.  '세인트 존 더 디바인(사도 요한) 대성당'이 나왔는데, 고딕 복고 양식으로 지어진 미국 성공회 성당이다.

멋진 성당을 바라보며 길 건너편에서 자연사 박물관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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