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배움의 자세로…
지난주, 9개월 만에 드로잉북을 펼치고 펜을 들었다.
언제든 그림을 바로 그릴 줄 알았으나 미루는 기간이 길어지자 어느새 자라난 불안한 마음이 두려운 마음으로 변하게 된 거다. 곧잘 치던 피아노를 몇 년 치지 않게 되었을 때, 오랜만에 앉은 건반 앞에서 외웠던 악보가 하나도 기억이 안 나 공포감에 사로잡혔던 경험 때문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잘 그렸던 예전만큼 그려지지 않을까봐서다. 그 사이 그림 실력이 형편없어졌을까봐, 그렇게 그려진 내 그림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서였을 거다.
그래서 다시 배움의 자세로 돌아가기로 했다. 컬러링북을 펼쳐놓고 채색을 하며 색칠 기법과 색감을 떠올렸다. 생각대로 색이 나오지 않아도 자책하지 말기! 그저 칠하는 과정을 즐기자라고 마음먹었다.
간단 드로잉과 가벼운 채색을 하는 어반스케치 풍의 그림을 그리고 나서야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나는 그림과 글로 내 소소한 삶을 기록하고자 한 거였지. 그래서 미술도 그만 가르치기로 한 건데… 나만의 그림을 그리려면 내 마음에 껴있던 ‘허세’라는 독을 빼야 했던 거다. 당분간은 이 과정을 즐기는 데 집중하자. 그러면 내 예전 실력도 서서히 되찾을 수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