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날
가마쿠라(鎌倉) 역에서 에노시마(江ノ島)로 가는 전차인 에노덴(江ノ電)을 타려고 들어가는데 개찰구부터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일요일 늦은 오후치곤 너무 많아 알아봤더니 다음날이 ‘체육의 날’이라는 공휴일이었던 거다. 어쩌다 보니 우리가 일본의 연휴 기간에 와버린 거였다.
전차가 오기 전, 줄을 서느라 서두르는 사람들 틈에서 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가마쿠라와 후지사와(藤沢) 사이를 오가는 에노덴은 쇼난(湘南) 해안가를 따라 달리는 4량짜리 작은 전차다. 가마쿠라와 에노시마는 농구 만화인 ‘슬램덩크’의 배경지로 유명세를 떨쳐, 아직도 ‘가마쿠라 고교역 앞’에는 지나가는 에노덴을 찍으려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이다.
에노시마 역에 내리니 예전에도 반겨준 참새들이 예쁜 옷을 입고 짹짹이고 있었다. 11년 전에는 비가 몹시 와서 왠지 애처로웠는데 이번에 보니 약간 통통해진 것이 새것으로 교체된 듯했다.
역 주변도 깔끔해지고 볼 것들도 많아져 여행의 기대감을 높였다.
캐리어를 덜덜 끌며 15분 정도 주택가 사이를 누비다 보니 구글 사진에서 익히 본 숙소가 나타났다.
가마쿠라의 빈 집을 휴가 하우스로 재생하여 숙박자와 쇼난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치 현지인이 된 듯한 느낌을 제공해 준다. 실제로 이 집엔 총 4가구가 있는데, 2가구는 현지인이 거주하고 있는 것 같았으나 마주친 적은 없었다.
겉보기와는 달리 내부가 알차고 깨끗해 지내는 동안 관리하는 호스트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숙소에서 숨을 돌린 후 저녁을 먹으러 에노시마 역까지 다시 나갔다. 6시 이후가 되니 가게들이 문을 하나씩 닫아 마땅한 곳을 찾기가 까다로웠다. 일본 가정식을 제공해 주는 듯한 작은 식당에 들어갔는데 직원이 저녁엔 술을 팔고 있는데 괜찮냐고 먼저 물어왔다. 흔쾌히 괜찮다고 말한 후 자리를 잡아 직원이 권하는 오늘의 오스스메(お勧め)에다가 나는 생맥주를, 엄마는 달콤한 인도네시아 자바티(ジャワティー)를 주문했다.
전갱이 튀김과 생선 타다키 정식이었는데 여기에 짭조름한 멸치조림 등이 첫 저녁으로 아주 안성맞춤이었다.
저녁을 든든히 먹고 가벼운 산책 겸 슈퍼마켓을 들러가기로 했다. 에노덴과 차가 함께 다니는 병용궤도 도로를 걷는데 밤이 되니 걷기가 위험하기도 했다. 남편이 가보라던 대형 마켓으로 가보니 도시락 코너는 이미 동이 나 있었다.
결국 숙소로 가는 길에 보았던 다른 슈퍼마켓으로 가니 사고 싶은 게 꽤 있었다.
개운하게 씻고 엄마랑 호로요이 한 캔을 나눠 마시며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한 서로를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