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본 여행 때부터 엄마와의 소통이 어긋나기 시작했고, 그 어색함이 점점 쌓이면서 치매가 의심됐다. 급기야 엄마가 사시는 동네의 ‘치매안심센터’를 방문해 1차 검사를 받았는데 기억력 저하가 확연히 드러났다. 몇 년 전부터 떨어진 청력과도 관련이 있어 보여 보청기 센터를 방문해 양쪽 보청기를 해드렸다. 거의 300만 원에 달하는 거금이었는데 마침 할인 기간이 겹쳤고, 고맙게도 내 아들이 외할머니를 위해 선뜻 비용을 감당해주었다. 좋아진 청력 덕분에 2차 검진에선 1차 때보다 점수가 오르긴 했으나 역시 기억과 관련된 항목은 거의 바닥이었다. 3차 검진으로 전문 의사를 만나 최종적으로 받은 건 ‘경도인지장애’, 정상과 치매 중간단계에 해당되었다. 감사하게도 MRI를 찍어야 하는 상태까진 가지 않았고, 관리가 꼭 필요한 골든 타임이어서 1년 후 다시 검사를 받기로 하고 센터를 홀가분한 기분으로 나왔다.
지금은 대중교통으로 1시간 30분 걸리는 엄마 댁을 주 1회 방문해 인지활동과 산책을 함께하고 있다. 주말 포함 평일엔 하루에 한 번은 꼭 통화를 하고, 일상생활은 가능하셔서 집 주변을 자주 산책하는 엄마의 동선을 살펴보기 위해 필요한 앱도 깔았다. 시니어 클럽을 통해 몇 년 전부터 활동하고 있는 초등학교 급식 도우미도 계속하실 수 있어서 엄마가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모른다. 팬데믹으로 유치원 동화 구연 활동이 중단되자 무척 상심하셨었다. 그런 가운데 집 근처 초등학교에 배정되면서 다시 활기를 되찾으셨고,‘반장’ 역할에 자부심을 느끼셨으나, 그 책임감이 오히려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던 거다. 이젠 동화 구연 할머니도 반장도 하지 마시고 그저 건강을 위해 학교에서 주어진 일만 즐겁게 하셔도 된다고 설득하며 다독였다.
엄마를 돌보는 나의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한동안 밤잠을 못 이뤄 수면유도제에 의존했었다. 서서히 이 상황에 적응을 하면서 엄마 상태도 아직은 괜찮아서, 나의 일상도 차차 되찾고 있는 중이다. 힘들 때 역시 힘이 되어준 건 내 가족이었고, 책과 글쓰기였다. 센터 강사일도 순조롭게 잘 하고 있으니 내 그림도 슬슬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