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주간보호센터를 하루 만에 그만두셨다.
“거기 더 있다간 내가 정신병에 걸리겠다.”
어르신 오늘 잘 지내셨습니다~ 란 경쾌한 담당자의 휴대폰 속 목소리와 대조된 엄마의 푸념은 나의 핑크빛 희망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7개월 전, 치매안심센터에서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은 엄마는 3개월도 채 안 되어 신경과에서 ‘뇌혈관성 초기 치매’ 진단을 받아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고혈압 관리가 안 되면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는 의사 소견에 부랴부랴 우리집 근처로 이사를 오시게 했다. 그러나 나홀로 돌봄이 한계에 도달해 장기요양등급을 신청했고 가장 낮은 등급인 ‘인지지원등급’을 받아 가까스로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거다.
매일 엄마의 식사와 약복용, 혈압 측정, 인지활동과 산책을 홀로 감당하기엔 너무 벅찼는데 내 삶이 없어져가는 느낌이 가장 서글펐다. 등급을 받아도 엄마를 받아줄 주간보호센터는 턱없이 부족했다. 대부분은 ‘최소 6개월 대기’라는 답뿐. 그 와중에 한 곳에서 “당장 가능하다”는 말은 한줄기 빛처럼 느껴졌다. 이제 짐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겠구나. 나도 내 삶을 다시 살아갈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엄마는 당신의 처지를 함께 공감할 말벗이 필요했으나 막상 가보니 예상과 전혀 다른 환경에 무척 놀라셨다. 누워있지 않다 뿐이지 휠체어나 보행기에 의지한 채 멍한 표정으로 앉아 시들어 있는 사람들에 가슴이 철렁하신 거다.
엄마의 말을 차분히 들으며 이건 아니다 싶어진 나도 곧바로 센터에 전화해 그만 두겠다고 통보를 하니 그제야 엄마가 안도하셨다. 너무 내 입장만 생각했던 것 같다. 막상 엄마 편에 서서 보니, 그 하루가 얼마나 무섭고 서러웠을까 싶었다.
그후 치매안심센터와 건강보험공단 그리고 주민센터로 연락하며 나 좀 도와달라고 호소를 했으나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니 저쪽으로 연락해 보라며 서로 떠넘기기 일쑤였다. 객관적으로 봐도 엄마의 상태는 그리 심각한 편이 아니어서 내 머리로는 이해가 되었으나 너무나도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엄마는 시설도, 가족이 아닌 타인의 돌봄도 받아들이지 않으신다. 그렇게 돌봄의 사각지대에 갇힌 우리 모녀는, 여전히 방법을 찾으며 버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