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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나물 Sep 09. 2024

무지(無知)와 무례(無禮)는 한 끗 차이;

내가 겪은 해외생활 인종차별 이야기 1

  그간 브런치 글을 안 올렸다 보니, 어떤 글들을 써 나가면 좋을지 고민하느라 저장글만 쌓여가는 중이다. 글이 잘 써지지 않아서, 이번에는 가볍지만 무거운 주제를 들고 왔다. 나는 미국에서 살아가는 동양인 여성으로, 마이너 중에서도 마이너, 약자 중에서도 약자의 위치라고 생각한다. 시민권이나 영주권이 없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한국에서 거리를 걸을 때도 남편과 함께 다닐 때와 나 혼자 다닐 때의 호객행위나 위험한 일들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유의 나라 미국에서도 그런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많다고 해야 하나. 몇 년째 집 앞 거리를 걸어 다닐 때 나를 보며 니하오~라고 하는 아저씨도 있으니 말이다. 


  간혹 해외여행 관련 콘텐츠를 보면, 본인이 인종차별을 당했는지 모르지만 지나고 보니 그것이 인종차별이더라 하는 내용을 종종 만날 수 있다. 미국은 워낙 넓다 보니, 동양인이 정말 안 살고 있는 내륙의 주(States)가 있고, 주마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외곽지역에서는 인종차별인지 모르고 그냥 무례를 범하는 무지한 인종차별도 있다. 사실 무지한 인종차별은 그냥 귀엽게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라, 웃으며 넘어가기도 한다. 이제 내가 겪은 인종차별 일화들을 풀어나가려고 한다. 내가 지나갈 때 칭챙총, 니하오 하는 것 정도는 일화라고 할 것도 없기에 언급하지 않겠다. 이 것도 인종 차별인가? 생각하게 되는 가벼운 것들도 있고, 아주 기분 나쁜 것들도 있을 것이다. 


#1. 그럼 널 릴리라고 부를게.


  내가 멕시코 칸쿤에서 머물렀던 리조트는 1층의 호텔룸들은 테라스의 수영장을 공유하는 형식이었는데, 그곳에서 칵테일을 마시면서 옆 방의 중년 부부와 대화를 하게 됐다. 처음에는 잘 대화를 했다. 이곳의 마르가리따가 정말 맛있고, 기회가 되면 저녁 먹고 다시 수영장에서 같이 대화도 하고 놀자고 말이다. 그들은 텍사스였었나 아무튼 미국 내에서도 꽤나 보수적인 지역에 살고 있었다. 내 이름과 내 남편 이름을 말했을 때(우리 부부는 영어이름을 따로 만들지 않는 주의다.) 그녀는 듣고 난 후 말했다. 


  "너무 어려우니까, 오늘부터 너는 릴리, 너는 조라고 부를게. " 


띵. 이 정도는 뭐, 그냥 가볍게 넘어갈 문제라 웃으며 넘겼고, 그녀의 남편이 나에게 사과하고 마무리 됐다. 이건 그녀가 동양인을 무시한다거나, 나를 비하할 목적을 갖고 말한 것이 아니라, 그냥 정말 잘 몰라서, 그런 것들이 요즘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 것이기 때문에 내 기분을 크게 상하게 만들지 않았다. 



#2. 너 영어발음을 더 연습해 봐. 


  미국엔 정말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아간다. 인도에서 온 사람, 중국에서 온 사람, 남아공에서 온 사람, 한국에서 온 사람, 이탈리아에서 온 사람. 모두 고유의 악센트, 발음이 있고 그것이 문제 되진 않는다. 인도식 발음이던, 한국식 발음이던, 영어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오해 없이 잘 전달할 줄 아는 정도의 발화 자라면,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는 오히려 한국식 영어교육으로 인해 영어 발음에는 크게 문제를 느끼지 않는 편이기도 하고, 간혹 대화를 하다 보면 외국에서 왔는데 악센트가 없다고 미국인에게 칭찬을 받는 경우도 더러 있다. 물론 미국에서 '이국적인' 외모를 지닌 사람에게 '영어를 잘한다.'라고 칭찬하는 것도 인종차별의 일종이라고 한다지만, 나는 애초에 미국에서 산지 3년이 조금 안되었기 때문에 그건 칭찬으로 듣고 넘어가는 편이다. 


  한 워터파크의 락커룸에서 어떤 아저씨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나에게 여기 어떻냐고 물어봤고, 나는 이곳에 온 게 처음이라 아주 즐겁게 놀고 있다고 대답했다. 나보고 어디에서 왔냐고 묻기에 "나는 ooo(미국 지역명)에서 왔어."라고 대답했는데 어디서 왔는지에 대해서 4번은 넘게 물어보는 것이다. 나는 발음을 요리조리 바꿔서 말했는데도 이 간단한 말을 못 알아듣길래, 이 아저씨가 미국인이 아닌 건가 싶었다. 


"아~거기! 너 발음 공부 좀 열심히 해라."


엥? 3음절의 이 도시 이름이 뭐가 그렇게 어려워서 아저씨가 못 알아들으신 건지. 간혹 유럽이나 미국 여행을 하다 보면, 커피나 음식 주문을 할 때, 못 알아들을 일이 없는 것(라테, 커피, 메뉴판을 보고 묻는 것 등)을 굳이 여러 번 물어보며 사람을 당혹스럽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도 인종차별의 일종이다. 나는 그런 경우 끝까지 원하는 것을 강조하거나, 그냥 기분 나쁜 티를 내고 나와버린다. 




  오늘은 글이 길어져 이 정도에서 그치려 한다. 비교적 가벼운 일화에 대해 소개했기에, 이게 무슨 인종차뵬이냐고 생각할 수 있다. 앞으로 아마 두 개에서 세 개 정도의 글들이 이런 주제와 형식으로 발행될 것 같다. 물론 BTS, 블랙핑크의 영향으로 한국의, 케이팝의 위상이나 인지도가 높아졌기에 생기게 된 변화, 그리고 혼자 여행하다보면 생기게 되는 인종과 관련된 정말 위험한 상황에 대해서도 일화를 소개할 예정이다. 혹시나 인종차별의 기준이나, 애매한 상황들에 대해 의문점이 생기게 된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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