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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나물 Jun 27. 2024

 부끄럽지 않은 몸: 한국 vs 미국 헬스장 경험 #1

미국에서 돈 없이도 잘 사는 방법



  미국에 온 후 2년 동안 꾸준히 운동을 해왔다. 매일 운동을 하려고 노력하며, 적어도 주 3회는 근력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섞어 1시간 이상을 투자했다. 2023년이 끝날 무렵, 집에서 하는 유산소 운동이 너무 덥고 귀찮아져서 러닝머신을 사용하며 영상을 틀어놓고 달리는 것이 더 편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해서 미국 헬스장 체험이 시작되었다. 헬스장을 다닌 지 어느덧 6개월이 훌쩍 넘게 되었고, 이후로 거의 매일 헬스장에 갔으며, 주 3회 헬스장에서 진행하는 요가 수업에도 참여했다. 헬스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미국과 한국의 운동 문화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내가 헬스장을 다니면서 느낀 것을 소개하고자 한다.


부끄럽지 않은 몸


    최근 내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본 한국 쇼츠 영상에서 어떤 멋있는 근육질의 여성 분이 턱걸이를 하고 있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턱걸이를 하나라도 하는 것이 나의  목표이기에 그 여성분의 광배근과 팔 근육이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영상에 달린 댓글은 ‘왜 스포츠 브라만 입고 있냐’, ‘여잔데 팔이 너무 굵다.’, '남에게 보여주려는 게 아니면 굳이 저렇게 입을 필요가 있나..' 등의 등빨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들 뿐이었다. 그 스포츠 브라는 스포츠브라만 입고 운동하는 용으로 만들어진 조금 긴 나시형이었는데도 말이다. 그 영상과 그곳에 달린 코멘트를 보니 미국에서 스포츠브라에 레깅스만 입고 운동을 다니는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한국에서 헬스장을 등록하기 전에 헬스장에 다니기에 ‘부끄럽지 않은 ‘ 몸을 만들기 위해 홈트레이닝을 했었다. 물론 지금이나 예전이나 한국에서 부끄럽지 않은 몸이 된 적은 없었지만 말이다. 나는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라 수능이 끝나고부터 헬스장을 다녔었는데, 지금이야 많이들 운동을 하지만 10여 년 전에는 이렇게 헬스가 유행하지 않았었다. 헬스장에 가서 남들의 눈초리를 받고 싶지 않아서 스포츠 브라에 축구바지에 박스티를 입고 기구를 쓰면서도 뭔가 눈치가 보이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20살 어린 나이에 내가 혹시나 다른 사람들에게 웃겨 보이지 않을까, 뭔가를 잘못하고 있지 않나 신경을 많이 썼었던 것 같다. 혹시나 운동하던 내게 트레이너가 와서 "다이어트하는 중이에요?" 라든가 "살은 그렇게 빼는 게 아닌데.."라는 말로 개인 PT를 끊으라는 말을 했었기에 혹시나 또 눈에 띌까 걱정도 많이 했다. 그냥 누군가가 내 몸이나 운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너무 싫었다. 내가 내 몸에 자신이 없으니까.


헬스장 2개월 차. 용기를 내서 입은 크롭티. 사진이 잘 나왔다.


편한 게 최고야


    이곳 미국에서 처음에 헬스장에 갔을 때 나는 한국에서와 똑같이 스포츠 브라, 레깅스, 그 위에 박스티를 입었다. 그런데 유산소를 할 때 박스티가 얼마나 불편한지 잊고 있었다. 다리를 움직일 때마다 레깅스에 착 붙어서 걸리적거리고, 또 땀을 얼마나 먹는지 몇 번 입고 나면 빨래를 자주 해도 꿉꿉한 냄새가 났다. 처음 일주일은 예전과 똑같이 남 눈치를 보고 쭈뼛쭈뼛 운동했다. 내가 아령을 들고 벤치프레스나 데드리프트를 하면 왜 기구가 있는데 굳이 아령으로 하냐고 와서 물어볼까 봐였다.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주변을 둘러보는 사람은 나뿐이다. 운동을 할 때 내 뱃살이 얼마큼 접히고, 자신의 몸에 살집이 얼마나 많은 지는 중요하지 않다. 운동을 하러 헬스장에 온 것이 중요한 것이다. 운동을 할 때 입는 옷은 남에게 내 몸이 어떻게 보이는 기능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운동을 할 때 편해야 한다. 내 자세가 어떤지 잘 보고, 땀이 흘러도 괜찮으려면 스포츠브라만 입는 것이 최고다. 유산소를 할 때는 가슴이 아프니까 가슴을 착 눌러서 잡아주는 스포츠 브라, 그거면 된 거다.


 이 글을 쓰다 보니 문화와 사회적 기대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나는 지금도 한국에서 몸을 드러내고 운동을 할 수 있는 몸이 아니다. 한국과 미국 모두 많은 사람들이 외모와 체형에 대해 큰 압박을 느끼고, 특히 아직 성장 중인 10대부터 다이어트에 대한 강한 사회적 기대가 존재한다. 어떤 부분에서는 미국이 더 심할 때도 있다. 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에 다양한 체형이 더 수용되고, 운동할 때의 복장이나 사이즈에 대한 압박이 덜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는 나의 자존감과 자기 수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 글을 통해 각기 다른 문화와 사회적 기대 속에서 살아가며, 자신의 몸을 받아들이고 건강한 방식으로 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를 바란다.


  내 몸의 모양이 바뀐 건 아니다. 여전히 스포츠 브라의 끈 뒤로 등살이 삐죽 튀어나와 있고, 요가를 할 땐 뱃살이 접혀서 민망하다. 유산소를 할 때 출렁거리는 살들도 똑같다. 조금 나아진 건 그나마 근육이 조금 붙었다는 거? 그런데 이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지금까지 내 모든 글들의 결말 부분과 마찬가지로, 내가 남이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을 안 쓰니까 괜찮다.


2번째 이야기: S 사이즈를 위하여

https://brunch.co.kr/@dolanlol/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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