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추월차선_엠제이 드마코

최소한 흉내라도 내보자.

by Chegevora


돈버는 것에 관심 좀 있다 하는 사람들 중 이 책을 안 읽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을 만큼 유명한 책이다.

87학번 흙수저 엠제이 드마코가 비교적 빠른 시간에 일궈낸 폭발적인 부의 축적이 이른나이에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이들에게 파격적인 설레임을 안겨다 주었다.


구글링 몇 번만 해도 다 나오는 내용이지만

저자가 규정하는 부로 향하는 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인도(뚜벅이) : 버는 것보다 씀씀이가 더 큰 경우. 인도 여행자들은 '부자처럼 보이고 싶어서' 분수에 안맞는 소비로 라이프 스타일의 노예가 된다.

가난으로 향하는 길이다.

서행차선: 성실하게 일하고 받은 월급의 일부를 예금이나 뮤추얼 펀드와 같은 소극적 투자에 맡기고 절약만이 살 길이라 믿는 서행차선 여행자들은 힘들어도 늙어서까지 일하고 여생이 얼마 안남은 때에 겨우 부를 일구게 된다.

추월차선 : 젊은 나이에 부의 비밀을 깨닫고 빠른 시간내에 기하 급수적으로 돈을 벌어 원하는 삶을 즐기고 진정한 부를 이루게 해주는 차선이다.


좋은 대학을 나와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경제적 성공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은 특히나 요즘같은 시대에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이른바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열심히 일하고 절약하며 사는 것은 서행차선 여행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혹자는 일확천금을 부추키는 듯한 이런 이야기에 거부감이 들 수가 있다. 내가 그랬으니깐.

엠제이 드마코가 말하는 진정한 부란 3F가 만족되는 것이다.

Family, Freedom, Fitness


그렇다면 서행차선 여행자들은 3F를 못 누리고 살게 될까?

늙어서까지 일할 수 있는 것도 축복이 아닌가?

추월차선 여행자들에겐 3F가 보장되는 것일까?

아무리 돈이 많아도 백세 시대에 30,40대에 은퇴하는 것이 꼭 바람직한 것인가?




내가 이 책에 설득당하기 전에 나는 김여사를 떠올렸다.

그녀는 내 어머니다.

깡시골 출신인 내 어머니는 학력이 짧다는 컴플렉스가 심했다.

때문에 직장을 구해서 돈을 버는 건 아예 생각도 못하셨다.


아빠는 전형적인 서행차선 여행자이다. 아니, 인도여행자에 더 가까울라나?

그저 일평생 직장생활 열심히 하는 것이 가장으로서 최선이라 믿으셨던 분.

감사하게도 70이 넘은 지금 그는 내가 보기에 3F를 누리고 계신다.


부모님의 삶을 지켜봐온 나는 단연코 운이 좋았던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평생을 몸담은 직장에서 50대에 안좋은 일에 휘말려 팽 당한 우리 아버지가

작게나마 임대 사업체를 운영하시며 시골에서 전원생활을 즐기실 수 있는 것은

7할은 김여사, 우리 엄마 때문이다.


항상 추월차선으로 가고자 했던 엄마는 내가 어렸을 적 부터 집에 잘 안 계셨다.

말이 전업주부이지 모닝커피는 항상 부동산이나 주식 객장에 가서 마신다고 할 정도로

엄마는 항상 바빴다.


집안을 예쁘게 꾸며놓고 정갈하게 살림을 하며 학교에서 돌아오면 간식을 챙겨주고

숙제를 봐주는 그런 엄마를 둔 아이들이 참 부러웠다.

내가 그런 불만을 토로하면 우리 엄마가 하는 레파토리는,

"니 아빠 월급 믿고 못 살어''였다.


드럼세탁기가 출현할 때까지도 무려 국내 최초 세탁기 금성 '백조세탁기'를 쓰던 김여사는

최신형 세탁기 따위에는 관심도 없었다.

생전 빨래도 안하면서 나는 세탁물을 탈수통으로 옮기는 엄마를 보며 제발 세탁기 좀 바꾸자고 애원했다.

그녀는 그런곳에 쓰는 돈이 아깝다고 하셨다.


허구헌날 어디어디 아파트가 지금은 평당 얼마다.이런 말씀을 하며 입이 닳도록 하는 이야기가

월급쟁이가 뭐해서, 언제 이만큼 버냐? 였다. '한큐'에 많이 벌어야 한다는 이러한 월급쟁이 비하발언이

당시에는 참 거북스러웠더랬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엄마는 추월차선으로 가고자 몸부림 쳤던 분이다.

그녀의 노력은 아빠가 환갑도 되기 전에 직장에서 쫓겨나다시피 하면서 비로소 진가가 발휘되었다.

직장을 잃은 아빠는 조금은 의기소침 하셨겠지만 그러나 당황해하지 않으셨다.

직장을 나와서 할 '꺼리', 즉 직업이 있으셨기 때문이다.


지방에 엄마가 경매로 받아놓은 작은 사업체가 있었고 지금까지 근 20년을 임대사업자로서 일하고 계신다.

초기에는 시행착오로 고생하셨으나 지금은 일년중에 두어달만 일하면 일반 대기업 부장 연봉 정도는 나올 정도니 나름 패시브인컴에 가깝다.

현재 시골에서 제법 유지 소리를 들으시며 당신보다 훨씬 나중에 은퇴한 전직장 동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신다.

그리고 이제 시간이 많아진 김여사는 평생교육원 등에서 배움의 한을 해소하고 계신다.


아무것도 없이 단칸방에서 시작한 우리 부모님은

처음에는 10km로 달리다가 점점 속력을 높혀 서행차선 여행자 중에서는 거의 제한속도로 달려왔다.

누군가가 끈질기게 엑셀레이터를 밟아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떤이들은 시속 50km에서 시작해서 점점 속도를 줄여가기도 한다.

전에는 분명 우리집보다 잘 사는 것 같이 보였는데 점점 가세가 기운 가정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언뜻 운이 나빠보이는 그런 가정들의 공통점을 보면

라이프 스타일의 노예가 된 인도여행자이거나

서행차선에서 달리면서도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다.


제한 속도 50km 도로에서 그마나도 최고 속도로 달리려면 적어도 추월차선으로 가려는 노력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만약 서행차선을 벗어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내가 운전하는 차의 속도가

점점 줄어드는 일은 피할 수 있을 것이리라.

엠제이 드마코의 초대박 베스트셀러를 읽고

전형적인 흙수저였던 김여사를 떠올리며

아날로그 시대에 오로지 전화와 신문과 발품으로

경제적 자유를 얻고자 고군분투했던 나의 어머니가 새삼 존경스럽고 감사하고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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