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egevora Feb 08. 2023

(E/I)NTP가 되도록 멀리하고 싶은 부류

누군가는 (E/I)NTP를 극혐하듯이.....

 본좌는 사회초년생 시절에는 기고만장했던 ENTP였으나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하도 줘 터지는 바람에 주눅이 들어 생존을 위해 다소 의기소침해진

 INTP이다.  


타고난 성품과는 별개로 나랑은 참 상극이다...안맞다...싶은 종족의 특징이 있어 몇 자 적어 보려고 한다.

갑자기 이런 뻘글을 쓰게 된 이유는 오늘 회사에서 내가 엄청 짜증을 낸 일이 있어서였는데, 주변인들은 오히려 내가 왜 이리 열을 내는지 갸우뚱해하기에 '아차' 싶어 자중을 했던 일이 계기가 되었다.


 자주 그럴 때가 있다. 저들은 열 받는다고 펄펄 뛰는데 나는 그게 그렇게 화가 날 일인가? 싶다가도 오늘 같이 반대의 경우가 생기면 나의 야마가 도는 핀트는 뭔가 이상한가보다는 직감이 든다.


여하튼 내가 상종하고 싶지 않은 성격적 특징에 대해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았다.

이것은 성품 또는 인성에 대한 옳고 그름의 가치판단의 문제가 아닌, 어디까지나 나라는 종자와는 서로 밀어내는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결코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 같은 성질의 종족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바이다.


1. 별 것(문제)도 아닌 것 같고 곧 세상 무너질 것 처럼 호들갑 떠는 사람

(A.k.a 작은 일에도 신중을 기하고 평판관리를 잘하는 사람)

: 이들은 남들의 시선이나 평가에 예민하여 상대방이 별 생각없이 던지는 말에도 필요 이상으로 의미를 두어 받아들인다. 때로는 모른척, 못 들은 척, 그런갑다, 내비둬.. 이런 류의 말이 그들의 국어사전에 존재했으면 한다.

 인간의 에너지는 한정되어있는데 모든 일에 긴장을 하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면 나는 미치고 팔딱 뛸 지경이다. 어떤 이는 서류를 찍는 호치키스의 방향이 세로냐 가로냐까지 신경쓰는데 정말로 짜증이 나서  '그게 뭐시 중헌디!!!!!' 하고 내 입에서 악령들린 곡성이 튀어 나올 뻔한 적도 있다.


 특히나 상사,선배 또는 부모와 같이 나의 '윗사람'이 그러면 아주 괴롭다. 마이크로 매니징이야말로 이들이 아주 선호하는 것인데, 아주 사소한 것 하나하나 짚어줘야 직성이 풀리고 자신이 알려준 길 외에 모든 길은 틀렸다고 생각하기 일쑤다. 직장동료 중 한 명은 부하직원에게 어떠어떠한 용건의 이메일을 쓰라고 지시하는 것도 모자라 워딩까지 읋어줘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다.  

  

2. '의무'가 모든 가치의 최상위층에 존재하는 사람

(A.k.a 책임감이 너무 강한 사람)

: 둘째 아이가 배속에 있었던, 당시 시댁에 살 때 였다. 어머님과 저녁식사 도중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어머님께서 전화를 받으셨는데 표정이나 대화의 내용이 심상치 않은 것이 시고모님댁에 계시던 시할머니(당시 아흔을 훌쩍 넘기신)께서 심장마비 증세를 보여 앰뷸런스로 실려가셨다는 비보였다. 현명하신 우리 어머님께서는 당시 홀몸이 아니었던 나를 배려하셔서 최대한 평정을 유지하시면서 하신 일이라는 것이, '장례식장 패킹 리스트'를 짜는 거였다.

 경황이 없는 가운데 상주가 되실 아버님과 아들(나의 남편)의 장례 3일동안 필요한 양말 세 켤레씩과 세수 수건, 갈아입을 와이셔츠, 세면도구 등등을 챙기시는 어머님을 보며 지금도 나는 얼척이 없었던 내가 이상한 것이었나 싶다.

 누군가 그거라도 안하면 넌 뭐할건데? 하고 되묻는다면 나도 딱히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집안 어르신의 임종이 가까이 왔음을 알게된 당황스러운 순간에도 어머님은 그것이 집안의 '여인'으로서의 최선의 의무라고 생각하셔서 까짓거 양말이니 뭐니 거기 편의점에서 구입해도 되는 놈의 것을 전쟁통에 땅문서 챙기듯 하시는 하는 것이 되려 나는 거북스러웠다.   


 어머님이 허리를 다쳐서 제대로 걸음도 못 걸을 지경일 때도 새벽같이 출근하시는 아버님의 아침밥상을 위해 네 발로 기어나와 90도로 허리를 굽히고 밥을 차리셨다고 하셨다. 내가 못 견디겠는 건 바로 이런 류의 책임감이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해? 라는 말이 나오는, 노력에 비해 보잘 것 없는 결과에 대한 의무.

모든 것에 의무과 책임을 강조하면 난 숨이 막힌다.        


3. 도대체가 정리 및 요약이라는 걸 모르는 TMI충

(A.k.a 너무 정직하고 자세한 화자)   

:  고객과 대화를 하다 보면 숨이 턱턱 막히는 화법이 존재한다.

" 제가 엊그저께 한국에서 왔는데요, 그동안은 시누이집에 있었거든요. 시누이가 라이딩도 해주고 코스트코 같은데 가서 쇼핑할 게 있으면 시누이 카드로 결제하고 제가 한국돈으로 주는 식으로 했는데 눈치가 캐나다 달러로 받았으면 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요즘 환율이 캐나다 1불에 한국돈 얼마인가요?"

결론은 환전이 하고 싶다는 이야기다. 당신이 한국에서 언제왔고, 누구 집에서 어떻게 신세를 지는 지 굳이 처음보는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이유가 뭐냐고 되묻고 싶다.   


 이러한 밑도 끝도 없는 대화법은 캐쥬얼한 관계에서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지인 중에 정말로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내가 존경하는 훌륭한 분이 계신다. 하지만 그녀의 화법은 결코 존경하지 않는다. 대화를 하면 그 인원이 2명이든 4명이든 70%는 그녀가 독식하는데 원인은 표현이 지나치게 상세하기 때문이다.

"우리 첫째는 둘째를 좀 모지리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한 문장으로 표현될 수 있는 내용이 그녀에게서는

200자 원고지 다섯 장으로 기술된다. 그 한 페이지에는 큰 아들 대사 세 마디가, 작은 아들 대사 네 마디, 어머니의 대사 두 마디가 큰 따옴표로 표시되는 직접화법이 포함되어 있다. 몇월 몇일 몇시에 세 모자가 나누었던 평범하기 그지없는 대화를 타인에게 그대로 복사해서 전달하는 것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다시 말하건데 나는 그녀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존경하지만 그녀와의 대화는 결코 즐겁지 않다.


 또는 어떤 이는

"옷을 진짜 골 때리게 입고 나왔더라구. 60대 아저씨가 빨간 바지에 꽃무니 셔츠를 입었더라니깐?"

이 정도로만 해도 재밌는 이야기가

"부~~~~~운홍색 꽃잎에 찐~~~~~연두색 잎사귀가 한 스무개쯤 그려진 셔츠를 단추를 두 개, 아니 세 개던가? 아냐 두개였나 보다! 암튼, 그 정도 풀고는 바지는 완전 빨강도 아니고 벽돌색도 아니고 좀 토마토 같은 색 있쟎아? 알지 무슨 색인지? 그 바지를 벨트를 완전 꽉 매서 배바지처럼 입은거야 거기다 구두는 어울리지도 않게.... "

이렇게 그림을 그리듯 장황하고 상세한 묘사를 하면 나는 그 모습을 상상하다가 지쳐서 유체이탈을 해버리고 만다. 누군가의 겉차림을 묘사하는 말이 이토록 기가 빨릴 일인가 싶다.


4. 세계 7대 불가사의보다 옆집 아저씨가 무슨 차 타고 다니는 지가 더 궁금한 사람

(A.k.a 현실적인 사람)

:   현실적인 문제를 등한시 하고  수는 없다. 하지만 나와 오로지 '재미' 위해 만난 사이라면 재밌게  영화 감상평이나 좋아하는 소설의 줄거리, 이스터 섬의 모아이 석상은   방향만을 바라보고  있는  등에 대한 썰을 풀었을      미국 

FBI 극비리에 보관하고 있는 외계인 문서에 대한 이야기로 화답하지는 못할 지라도 적어도 흥미롭게는 들어줘야 ' 사람'이다.

 제주도에는 왜 양씨 고씨 부씨가 많은 지 이야기를 하는데 이 작자는 뭐 이딴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지? 하고 하품을 한다거나 딴 생각을 하다가 요즘 캐나다의 새로운 부동산 정책으로 화제를 돌렸을 때 비로소 눈이 갑자기 반짝인다면 그와는 결코 친목을 도모하기 힘들다.


 직장에서 여직원들끼리만 친목의 시간을 갖자고 만난 적이 있었다. 대여섯명이 까페에서 차를 마시며 하는 이야기의 대부분이 70%는 다이어트,나머지는 업무(지겹지도 않나)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것도 서로 질세라 열을 올리면서 이야기하는데 30분이 세시간 처럼 느껴져 나는 자꾸만 시계를 보며 무슨 핑계를 대고 먼저 일어날까만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의 삶이 어짜피 잠자는 시간 빼고는 대부분이 현실 생활인데, 어떻게 잠시도 초자연적이고 불가사의하고 신기한 일들을 생각하는 것을 거부하는가?   



 하지만 인생은 아이러니하다.

바로 위에 열거된 특징들이 죄다 나와 가까운 자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디테일 끝판왕인 시엄니는 이미 언급했고, 그런 어머님을 닮은 남편과 나의 대화의 궁합 역시 썩 좋은 편이 아니다. 때문에 나는 시어머니와의 전화 통화를 기피하고 남편에게는 하루에 딱 세마디만 한다는 경상도 남자처럼 무척 과묵한 아내이다.

 직장에 가면 마이크로 매니징하는 상사가 있고 어제 요가 수업 끝나고 치킨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세상에서 제일 웃긴 이야기처럼 하는 동료 앞에서 나는 그 이야기가 꽤나 재밌어하는 척을 한다.  

 그들과의 대화는 한결 같이 재미가 없고 별로 할 말도 없어서 때문에 차라리 혼자 있는 것을 더 선호한다.   


 아주 드물지만 남자 사람 지인 중에 한마디로 코드가 정말 잘 맞는 자가 있다.

이 인간과 이야기하면 장소팔 고춘자 저리가라로 주거니 받거니가 잘 되고 내가 남자로 태어났다면 이 자 같았을까 싶을 만큼 그의 생각과 감정에 소름끼칠 정도로 공감을 하면서 나는 수다쟁이가 된다. 우리 남편이 보면 이 여편네가 이렇게 말이 많았나 싶어하며 배신감에 치를 떨 만큼...


 그(남자 사람 지인)와의 대화 중에 자주 도출되는 결론이 있는데 서로 격하게 동의하는 결론이기도 하다.

"만약 당신과 내가 부부의 연을 이루었다면 연체료 없는 고지서를 납부하는 일은 좀처럼 드물 것이며 나사가 하나 빠진 모습의 뭔가 불안정한 가정을 이루었을 것이라고"

(그리고 서로 이성적인 매력을 1도 못 느끼기도 하고)

다행히 그는 야물딱진 색시의 주도 아래 바람직한 결혼생활을 즐기고 있다.


 혹시나 스스로가 앞서 나열한 위의 특징들에 해당된다고 생각이 되어 글을 읽으며 심사가 편치 않으신 분들이 계신다면 야무지고 똑부러진 그대들이 부러워서 싸지른, 한마리 키보드 워리어의 비아냥거림이라고 생각해주시길.    

 

               

매거진의 이전글 NTP 들이여, 봉기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