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건너
허름한 옷차림의 사내가
망설임 없이 다가온다.
눈을 질끈 감아보지만
오늘도 꿈쩍을 않는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사내의 몰골
그래도 언제나 또렷한 말투
당신이 거들떠보지 않았던
또 다른 당신이라는 책망이
내 속을 파고든다.
지우고 싶은 얼굴과
기억하고 싶은 얼굴의 공존,
그 뜻밖의 만남에
반열이 살아 숨 쉬고
피가 거꾸로 쏟아져 내린다.
한참을 잊고 있었나 보다
심상히 바라본 거울이
산산조각으로 깨진다.
비교를 거부한 외면
잘난 것에도 가라지가 있고
못난 것에도 알곡이 존재한다는
정상적 사고의 반증,
조각난 거울에 얼굴을 모아 본다.
과연 나는
스스로 지어 만든 상품이던가?
신이 만든
비교를 거부한 작품이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