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눈 한 번 질끈 감는 어리석은 수고로 오직 다섯 시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경찰서의 아침공기는 그런 간절한 바람으로 몸부림치는 나에겐 어울리지 않는 얄궂은 신선함으로 직원들을 맞았다. 당직자 간의 교대시간을 알리는 커피가 돌려지고 그저 그런 형식적인 말들로 다들 지겨운 밤을 마무리하려 했다. 다만 나를 담당한 비교적 젊은 형사만이 밤새 자란 턱수염의 흔적을 없애려는 듯 거울 속에 비싼 시간을 할애하며 열심히도 제 모습을 가꾸고 있었다. 강 형사라 불리는 담당 형사에 의해 꾸며진 조서 속의 나의 죄명은 ‘업무상 과실치사죄’, 법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아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치른 나로서는 어서 이 상황을 벗어나고픈 마음으로 죄목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경찰서 분위기는 어딘지 모르게 썰렁했다. 가을날, 그것도 평일인 관계인지는 모르지만 학생시절 친구들과 섞여 억지데모를 하다 잡혀온 그곳의 분위기완 영 딴판이었다. 조사를 마치고 들어온 보호소 안에는 무전취식으로 즉결재판을 기다리는, 허름한 차림으로 단잠을 자는 듯한- 아마 단골인 듯 코까지 골며 여유만만하다.― 노신사 한 분과 내가 전부였다. 평소 법 없이도 살 수 있다 감히 자부한 나로서는 그 자부심을 철저히 무너뜨린 철장의 생김마저 그저 생소하기만 했다. ‘참견’보단 ‘참관’으로 삶을 안주했던 그저 그런 인간인 내가 오늘, 사건의 주인공이 되어 이 자리에 갇혀있다는 생각에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정확히 다섯 시간 전, 나는 그저 평상시의 새벽을 지내고 있었다.
조금은 어수선하고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새벽의 요양원은 시간의 개념을 잊은 몇몇 노인네의 불평이 가득 담신 쇳소리와 죽음의 시간을 가늠할 수 없는, 그야말로 오늘내일을 점칠 수 없는 노인네들의 숨넘어가는 소리가 묘한 비대칭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서울 인근도시에 자리한 지방 종합병원 부속 노인요양원, 이곳 요양원에서 야간 당직을 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야말로 초짜인 탓에 긴장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신선한 공기가 그리웠고 잠시 한숨을 돌리려다 생긴 돌이킬 수 없는 사고, 참으로 생각하기조차 끔찍한 다섯 시간 전이었다.
이름도 아직 기억에 담지 못한 강 씨 노인은 이미 병원 영안실의 차디찬 한 구석을 차지했고 노인의 죽음을 불러온 서툰 요양보호사는 경찰서 유치장에서 그 죽음에 대한 불가능한 복구를 꿈꾸며 아침을 맞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