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광대놀이
이만 여 평의 경기도 인근의 땅, 그저 그런 시골의 땅이 아니었다. 그곳에 신도시가 들어섰고 도로로, 기타의 부지로 수용된 땅의 배상금을 손에 쥔 강 씨 노인에겐 허리 굽은 아내와 이남 일녀가 있었다. 태어나 농사가 무슨 사명이라도 되듯 죽어라 한 길만 걸었던 그분에게 하늘이 무너진 건 그때부터라고 살아생전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하루의 삼분의 일 가량 정신이 제 자리를 찾을 때 조분 조 분 한 어투로 내게 들려주신 그분만의 스토리였다. 그리 농사를 천업으로 삼아 살던, 부족하지 않던 그분 가족 모두의 삶이 한순간에 무너진 내용이었다. 농사를 일찌감치 부모에게 맡기고 집을 나간 장남 녀석, 무슨 도매업을 한다며 일자리 다니다 때가 되면 내미는 손엔 노름 자욱이 그대로 묻어있었다. 땅의 수용 소식을 먼발치에서 듣고 새벽녘 어김없이 찾은 장남의 손에는 부모의 통장이 들려있었고 예전에 자신이 만들어드린 비밀번호를 기억하기에 손쉽게 은행을 다녀간 후 지금까지 다시는 찾지 않는다 했다.
하늘이 무너져 내렸지만 남은 땅이 있기에 그나마 식솔을 이끌고 살았지만 문제는 오늘 병원을 찾은 둘째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부모의 농사를 돕던 그에게도 쓸모없는 봄바람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부동산 업자라 명함을 내밀며 고급세단을 몰고 온 사기꾼들에게 그나마 남은 땅의 대부분을 바치고 만 것이었다. 순진하게 살았던 탓인지, 혹여 배상금을 탕진한 형에 대한 앙갚음인지는 몰라도 부모의 인감을 비롯한 나머지 땅에 대한 서류를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된 사기꾼들에게 고스란히 바쳤다 하니 그야말로 풍비박산의 스토리가 아니던가.
그런 둘째는 자신의 식솔을 이끌고 서울서 인력사무실을 드나드는 신세가 되었다 했다. 그런 와중, 화병으로 부인을 여의시고 하나 남은 막내딸마저 소리 소문 없이 집을 나가 여태껏 오리무중이라 한다. 이 또한 내가 가족을 말아먹었던 삼 년 전의 이야기라 하니 기가 막히기도 했다.
병원 측과 부모를 내팽개친, 그래도 돈줄이 급해 자식의 이름으로 들이닥친 둘째 아들과의 형사합의는 어찌 되었건 이뤄졌다. 이제 남은 건 고스란히 내 몫이었다. 빈털터리인 관계로 합의는 불발이 되었고 기소처분으로 검찰에 넘겨지게 된 것이다.